태어나면서부터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계의 생명체들은 경쟁을 하며 가장 힘이 센 생명체가 살아남고 번창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이 법칙에서 유일하게 어느 정도 제외되는 것이 사람이지 않나 싶다. 사람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을 하고 학교와 직장에서도 항상 경쟁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의 특징은 그 경쟁속에서도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약한 자를 도와주는 것을 배우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돈을 많이 벌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돈을 힘들게 벌면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이 사람이기도 하다.
세상은 사람들이 모두 어우러져 살아가는 하나의 공간이다. 나만 편하자고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의 편안함 때문에 다른 사람이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는것이 세상이다. 반대로 내가 조금 불편해도 남을 배려하는 조그마한 나의 마음 때문에 다른 어떤 사람이 아주 큰 은혜를 입기도 하는 것이 또한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의사로서 남들처럼 늦잠을 자고 아침 8시까지 병원으로 출근하여 환자들을 진료하면 편할 것이다. 하지만 새벽 6시면 보험 없이 병원 응급실로 들어온 환자들을 몇 명씩 매일 무료로 봐준다. 이 생활이 필자에게는 단 한 두 시간의 배려 시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게는 큰 질병의 치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는 생명 치료의 시작이라 생각해 종합병원에서 매일 새벽 진료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종종 멀쩡하게 지팡이도 없이 걸어다니는 사람이 장애인 파킹 퍼밋을 받겠다고 필자에게 DMV 장애인 진단서를 써달라는 일이 있다. 한달에도 한 두번씩 이런 일이 발생하는 편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필자가 거부를 하며, “불편없이 걸어다니시는 환자분께서 장애인 파킹랏에 차를 세우시면 그 다음에 휠체어를 타고오는 다른 환자분은 세울 곳이 없어서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도 힘드니 장애인 퍼밋해 줘”라고 버럭 화를 내면서 요청을 다시한다. 필자가 절대 안된다고 하면, 다른 의사들은 다 해 주는데 뭐 여기는 이렇냐는 등, 병원의 문턱이 높다는 등, 때로는 의사가 어려서 융통성이 없다는 등 화를 내며 다음부터는 필자의 병원에 안 오겠다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래서 요즘 필자는 융통성 없는 의사로 알려지기도 했다고 전해 들었다. 필자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여러분은 융통성있게 장사 잘 하는 의사를 원하셨던 겁니까?”
이 세상은 그렇게 넓지 않다. 이 한인타운에서 어떤 사람이 장애인 퍼밋을 가지고 몇 개 안되는 장애인 파킹랏에 차를 세웠다면, 그것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주차를 못한 그 어떤 실제 장애인이 우리가 아주 가깝게 아는 사람 중 한 사람일 수도 있다.
서로 공유하고 위하는 세상,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남을 배려해주는 마음으로 더욱 밝은 한인타운을 만드는데 우리 모두가 다같이 참여해 주면 얼마나 감사하고 아름다울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