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5월 19일, 한명숙 전 총리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해 놓고 법정에서 이를 뒤집어 위증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자 한만호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한 씨가 국가 전체를 소모적 진실 공방에 빠지게 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위증 때문에 확정판결까지 무려 5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이 2015년에만 1,688명이나 된다. 일본의 10명 정도와는 비교하기조차 부끄럽다. 위증은 사법정의 실현을 흔드는 중대 범죄다. 범죄자가 법망을 빠져나가게 만들고 엉뚱한 사람이 억울하게 처벌받을 수도 있다. 미국은 위증을 중죄(felony)로 다루고, 일본도 위증하면 벌금형 없이 3개월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위증을 잡아낸 링컨 변호사의 일화를 살펴보자. 링컨이 변호사였을 때 마을 숲 속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암스트롱이란 사람이 살인범으로 몰렸다. 그 이유는 어떤 사람이 암스트롱이 사람을 죽이는 광경을 자기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맹세하며 증언했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은 꼼짝없이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으로 갈 판이었다.
이 사건을 맡게 된 링컨은 사건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고 살인 현장을 둘러본 다음, 암스트롱은 범인이 아니라고 단정하였다. 그래서 링컨은 두 번째 재판부터 직접 변호를 맡기로 했다.
재판이 시작되고 증인이 불려나왔다. 링컨이 그에게 물었다. "증인은 10월 18일 밤 11시쯤 암스트롱이 사람을 죽이는 광경을 보았다고 했지요?" "예." "어디서 그 광경을 보았나요?" "저는 사건이 일어난 큰 나무 곁에서 동쪽으로 20-30m 떨어진 풀숲에 있었습니다." "그 곳은 깜깜했을텐데 그가 암스트롱인지 어떻게 알았나요?" "그 때 달빛에 그의 얼굴이 드러났기 때문이지요. 틀림없이 암스트롱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링컨은 재판장에게 말했다. "이 증인은 위증을 하고 있습니다. 10월 18일은 달이 일찍 떴다 일찍 지는 초승달입니다. 따라서 밤 11시 경엔 달빛이 없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증인은 더듬거리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어쩌면 11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전 그때 시계를 갖고 있지 않았거든요."
그러자 링컨은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좋습니다. 그럼, 그때가 좀 더 이른 밤이라고 합시다. 그래도 달은 이미 저물고 있어서 서쪽 하늘에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나무 그림자는 동쪽으로 드리워져 있었겠지요. 그리고 그때 증인은 동쪽 풀숲에 숨어 있었지요? 제 말이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만일 암스트롱이 큰 나무 서쪽 편에 서 있었다면 증인은 나무 때문에 그를 볼 수 없었을테고, 큰 나무 동쪽 편에 서 있었다면 나무 그늘 때문에 역시 암스트롱을 볼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증인은 동쪽 풀숲에 숨어 암스트롱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더구나 나무에서 20-30m나 떨어져 있었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증인이 피고의 얼굴을 똑똑히 봤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링컨이 이렇게 하나 하나 따져 반박을 하자 증인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겁먹은 목소리로 사실을 털어 놓았습니다. "저, 죄송합니다. 사실은 범인들이 거짓증언을 하면 큰 돈을 준다고 해서 그만...." 이렇게 해서 암스트롱은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되었다. 그리고 링컨은 훌륭한 변호사로서 더욱 크게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거짓말쟁이들은 참말인 양 그럴 듯하게 얘기하기 때문에 자칫 속아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잘못된 단추는 언젠가 풀어야 한다. 한 가지 거짓말을 참말 같이 만들려면 2-3개의 거짓말이 필요하게 된다. 거짓말을 한 사람은 비상한 기억력이 있어야 한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언제나 똑같이 말할 수 있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다시 물을 때마다 구체적인 부분에서 어긋나게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법조비리, 전관예우 등이 일어나고 있다. 사법질서가 문란해지면 재판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국법 질서에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란 말과 큰 고기는 다 놓치고 송사리만 잡는다는 불신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링컨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거짓말쟁이들은 많은 사람들을 일정 기간 속일 수 있고, 몇몇 사람들을 오랫동안 속이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다." 그래서 "정직이 유일한 방책(Honesty is the only policy)"이라는 격언이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공짜도 없고 비밀도 없다. 비밀이 있다고 믿는 사람만 속고 있는 것이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