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Operation Chromite)’이란 한국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쉰들러 리스트’의 주연배우 리암 니슨(Liam Neeson)이 맥아더 장군으로 나오는데 너무 똑같았고, 이정재와 특히 북한군 장교로 나오는 이범수의 연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이 한반도의 허리를 자르면서 유엔군이 물량 공세로 밀고 들어온 작전으로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인천바다를 지키는 북한 진영으로 목숨을 걸고 침투해서 정보를 맥아더 장군에게 전하는 엑스레이(X-ray)작전을 감행하는 8명의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는 것이 감동이었습니다. 영화 자체의 구성력은 전쟁영화라 하기에는 엉성하고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가슴에 남는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5000:1의 작전 성공률에도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맥아더 장군이 첩보 작전을 시행하는 장학수 역의 이정재가 월미도에서 쏴 올리겠다는 조명탄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입니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보좌관들의 이야기도 무시하면서 맥아더 장군은 조명탄을 기다립니다. 드디어 8명의 생명의 값으로 어두운 인천 앞바다의 밤하늘을 밝히는 조명탄의 신호와 함께 상륙작전은 감행되었고, 5000:1의 불가능한 작전은 성공하게 됩니다.
신앙생활은 어쩌면 5000:1의 확률을 뚫고 기적을 이루어내는 일상인 것 같습니다. 은혜받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일이 터지면 어느새 적의 소굴에 갇혀버리는 것 같은 신세가 되어버립니다. 속상한 일이 하루에 열두 번씩 터져도 늘 감사한 마음을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가끔 감사한 마음이 몰려올 때도 생각해 보면 스스로 기특한 생각이 들다가도 섭섭한 마음이 쑥 들어오면 나의 감사가 이렇게도 얄팍한 것이었나하는 회의가 듭니다. 정말 꾸준히 한결같이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5000:1의 불가능한 확률뿐이 되지 않는지 회의가 몰려옵니다. 감사도 상대적인 감사가 아닌 절대적인 감사가 되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남보다 좀 더 가졌거나, 남보다 나의 상황이 조금 나은 것이 확인될 때 가지는 감사한 마음은 누군가가 나보다 더 잘 되었거나, 특별히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더 가지면 금방 사라지게 됩니다. 비교해서 얻어지는 감사는 그만큼 조석변이(朝夕變異)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감사, 아니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는 감사만이 우리를 흔들림 없이 믿음 안에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목회도 늘 다른 목회자 혹은 이웃 교회와 비교되는 상대적 만족 혹은 불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주 안에서 흘러나오는 절대감사의 넉넉함이 있어야 거센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교회가 될 것을 믿습니다. 그것이 적의 소굴이 되어버린 깜깜한 인천 앞바다 같은 우리의 인생을 살리는 생명의 조명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