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북한 선교를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어떤 모델도 전형도 없다. 그래서 북한 선교란 이런 것이라고 감히 주장하기 어렵다. 북한 선교에 매진한 전문 사역자라고 해도, 정해진 공식이나 노선이 없다. 그때 그때 달라야 한다. 그러므로 북한선교에 대해 아무도 큰 소리를 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선교 전략과 현장의 양상은 북한의 최고 권력자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지극히 비상식적인 그의 손 끝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북한 선교의 초점은 아무래도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는 탈북민들에게 있다. 그들은 용케도 낯선 중국 땅에 도착한다 해도, 이후에는 이들을 인도하는 전문 브로커에게 운명을 맡겨야 한다.
이들이 한국에 닿기까지 탈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선교팀은 여정을 지켜보며 매 순간 기도한다. 그리고 마음을 졸이며 그 결과를 기다린다. 정말 피를 말리는 시간이다. 생명이 달린 긴박한 순간이다. 그래서 탈북민 구출을 북한 선교의 하이라이트로 삼을 만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이 아무 쓸모 없을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어떤 일이 닥칠지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장 사역자는 항상 순간을 결정하고 시간을 창조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을 던져 버리고,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중국 현지에서 공안이나 보위부에 잡혀 북송되는 탈북 형제들을 바라보는 선교사들은 늘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두려움과 후회가 몰려온다.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을 자책하며 후회한다.
사탄은 늘 뒤통수를 친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사탄의 계략을 이미 헤아리고 현장 사역자들에게 지혜를 주신다. 비상식적 방안을 선택하여 공안이나 보위부의 상식을 따돌리는 것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는 누가 더 창조적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이러한 상식과 비상식의 충돌은 북한 문제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 선교 현장만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북핵과 사드 배치 논란까지, 북한과 관련된 국내외 문제들은 모두 상식과 비상식의 충돌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절박한 위기 앞에서, 많은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신중하고 지혜롭지만 때로는 전광석화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일어난 아주 괴상하고 희한한 현상을 우리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며칠 전 북한 내각의 김용진 부총리가 총살됐다고 한다. 김정은이 주재하는 7차 당대회에서 감히 안경을 닦는 불량한(?) 자세를 보였다 해서 즉각 처형했다니,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지만 이 사건이 북한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비상식이 넘치는 위험한 나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 비상식이 자유 세상의 상식과 충돌하면서 파열음을 내는 것이 바로 지금의 '북한 현상'이다.
북한의 비상식은 위기의 현실이다. 문제는 이 비상식을 상식으로 인정하고 두둔하는 세력이 우리 내부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위태롭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와, 특히 교회 내부에서조차 북한의 비상식을 인정하려 드는 세력이 있다. 그들은 유엔의 북한 제재가 북한의 비상식을 낳게 했다고 주장한다. 기막힌 역설이다. 이 주장은 우리의 건전한 상식마저 혼란시킨다.
이런 혼란은 북한 문제가 등장하는 곳곳마다 나타난다. 그들은 북한의 비상식을 이해하려 든다. 그것이 화해이고 대화이며 평화의 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북한 선교의 한쪽 노선은 비상식으로 단단히 꼬여 있다. 북한선교의 사역 현장은 이들의 농락으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다.
사역에 참여한 평신도들이나 탈북자들은 순수한 애국심과 열정에 상처를 입고 북한 정권과 북한 동포를 혼란스럽게 바라보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다.
상식과 비상식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도 밖에 없다. 사도행전 16장에서 말씀하듯, 사도 바울이 실라와 옥에 갇혔을 때 지진이 일어나 옥문이 열리고 매인 것이 벗어지게 했던 일을 기억하자.
하나님의 사람들은 어디서나 어떤 환경에서도 성령의 도우심과 성령의 비상식적 간섭을 기대해야 한다. 사탄은 매사 교묘하고 간악하게 우리의 믿음을 깨뜨리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상식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능력을 기대해야 하는 것이다. 상식과 비상식이 충돌하는 현장에는 항상 이러한 성령의 능력이 준비돼 있다.
최근 북한 안팎의 사정을 미루어 볼 때, 어느 순간보다 북한의 비상식이 극에 달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주민은 굶주려 죽어가지만, 잠수함에서 SLBM을 쏘아 올리는 북한의 비상식을 어찌해야 하는가? 도를 넘는 북의 언동들이 우리 상식을 때려눕힐 듯 달려든다.
하지만 이미 하나님의 모략과 능력이 넉넉히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북한의 비상식을 때려 눕힐 '하나님의 초월적인 비상식'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므로 영적 현실은 항상 우리의 믿음을 초월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은혜가 아닌가? 통일의 때 역시, 하나님의 비상식적이고 초월적 능력을 통해 다가올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 선교 앞에 우리는 어떤 두려움도 가져서는 안 된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통일의 파수꾼이시기 때문이다.
/김창범 목사(더미션로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