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까지만 해도 매년 여름 방학이면 한 주간 동안 유치부, 유년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부의 학생들에게 안수하고 축복하는 교육부 특별새벽기도회를 인도했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교육부 쪽의 스케줄과 저의 스케줄이 어긋나서 두 번의 토요일, 즉 이틀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아침에는 유치부와 유년부, 그리고 대학부 학생들이 참석했습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교를 끝내고 아침 6시 40분부터 안수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유치부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안수기도를 마치고 나니 강단 위에는 유년부 아이들과 부모들이 가득히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안수기도를 할 때에 유치부 아이들은 가능하면 무릎 위에 앉혀놓고 기도합니다. 그 때가 아니면 언제 아이들을 제 무릎 위에 앉혀볼 수 있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제가 할아버지처럼 느껴지는지 마다하지 않고 덥석 안겨옵니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귀엽고 예쁩니다. 20여년이 지나면 이 아이들이 우리 교회에서 결혼 예배를 드릴 것이고, 그 뒤 10여 년이 지나면 모두 우리 교회의 기둥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소중합니다.
소중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대충 기도할 수가 없습니다. 눈 맞춤도 하고 미소도 지으면서 머리에 손을 얹고 간절한 축복기도를 합니다. 부모님의 머리 위에도 손을 얹고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잘 인내하고 감사하면서 행복하게 이 자녀들을 기르게 해 주시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제 머리 속에 입력해 둡니다.
유년부 아이들은 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옵니다. 어떤 아이들은 얼굴이 굳어 있습니다. 한참 아침잠이 많을 나이인데 부모님들이 억지로 깨워서 데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면, “참 잘 생겼다. 예쁘다. 많이 컸구나.”, 이렇게 몇 마디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어준 후에 안수기도를 해 줍니다.
유년부 기도를 끝내고 나니 1시간 반이 지났습니다. 아픈 허리를 펴면서 돌아보니 굵직굵직한 대학생들이 강단 가득히 앉아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전부냐고 물었더니 강단 아래에도 있다고 했습니다. 대학생들은 얘깃거리들이 더 많습니다. 학교와 전공과 장래도 물어야 하고 기도제목도 물어야 합니다. 온 힘을 다하여 정성껏 기도해 주었습니다. 한국말로 대답하는 아이들도 있고 영어로 대답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베트남 아이였고, 다른 아이는 콜롬비아 아이였습니다.
안수기도를 다 마치고 나니 오전 9시였습니다. 마지막까지 기다린 10여 명을 위해 기도할 때에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2시간 20분이나 기다렸는데 안수기도는 겨우 1분여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의 대학부 아이들은 저보다도 더 대단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