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참 많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른이 되면 질문하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것을 남에게 들키기 싫어서 묻지 않기도 하고, 아무리 질문해 봤자 명쾌한 해답을 들을 수 없었던 경험이 묻는 것을 멈추게 한다. 묻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배움이 없어지면 고집이 생긴다. 나중에는 어떤 것을 물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조차 모르게 된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세 가지 유형을 질문을 통해 성장한다. 첫째 유형은 과학적 질문이다. 우리가 많이 했던 질문이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늘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말하면 ‘하늘은 왜 파란 색일까, 밥을 안 먹으면 왜 배가 고플까’와 같은 질문이다.
두 번째 질문은 존재적 질문이다. 과학적 질문이 즉흥적인 궁금증이라면, 존재론적 질문은 고민해야 나올 수 있는 물음이다. ‘사람은 왜 죽는가,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들이다. 아이들은 이런 존재론적 질문을 철학적 수사를 동원해서 그럴 듯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가끔씩 우리 아이가 이런 생각도 하고 있나 하고 깜짝 놀라게 하는 질문이다.
세번째 유형은 관계적 질문이다. ‘나와 친구, 동물들, 부모와 형제’가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는가 하는 사회적 질문이다. 이 사회적 질문을 통하여 아이들은 개인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보면 이런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을 해 준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과학적 질문에는 쓸데 없는 생각 말라고 타박 받고, 존재론적 질문에는 다 크면 알게 된다고 어물쩍 넘어간다. 관계적 질문은 경쟁 사회에서 처세적 질문으로 변질되어 ‘함께’라는 말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남들 보다 더 많이’라는 물음으로 바뀐다.
잃어버린 동심을 찾는다는 것, 더 나가서 인간성의 회복은 만화 영화를 보고 웃거나, 어렸을 때 못 해본 것을 지금 해 보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어린 아이와 같이 질문해 보는 것이 시작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먹어도 당장 당황하게 되는 것은 아까 말한 대로 내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묻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인 과학적 질문의 시작은 존재론적 질문과 관계적 질문의 빗장을 여는 열쇠이다.
그런 의미에서 랜들 먼로(Randall Munroe)는 ‘지구 생활자들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이라는 부제가 붙은 “위험한 과학책(What if)”을 통하여 묻는 법을 가르쳐 주고, 이전까지 속 시원히 듣지 못했던 쓸데 없는 물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먼로는 미국 최고의 사이언스 웹툰 ‘xkcd’의 작가이다. 그는 정말 궁금했지만 그 누구도 대답해 주지 않았던 기상천외한 질문들에 대해서 그림을 곁들여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많은 과학적 방법들이 대답으로 주어지지만 기본적인 물리, 화학적 지식이 없어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투수가 진짜 광속구를 던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레고로 뉴욕에서 런던까지 다리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DNA가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물론 이런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며,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용기를 다시 얻는 것이다. 나만 괴짜가 아니며, 물어보는 것이 잘못도 아니고, 그 어딘가에는 대답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런 과학적 물음에 용기를 얻으면, 처세적 질문으로 가득한 머리에 존재론적 질문과 관계적 질문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어릴 적 모든 것이 궁금했고 아름다웠던 세상을 다시 마주 대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위에 언급한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대답은, 투수가 광속구를 던지면 10억분의 1초만에 야구장은 끝장나고 도시는 초토화 될 것이다. 레고로 런던까지 다리를 만드는 것보다 런던을 통째로 뜯어다가 뉴욕 옆에다 다시 만드는 것이 훨씬 싸고 간단하며, DNA가 없어지면 그 즉시 체중이 150g 빠지고 복부 통증과 메스꺼움, 어지러움으로 고통을 받다가 전신 감염이나 장기 부전으로 몇 시간에서 며칠 내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