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랑 같이 차를 타고 달리는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아내가 “어머나, 차에 파리가 들어왔다.” 하며 잡으라고 야단입니다. 신혼 때 집안에 들어온 파리로 놀라는 아내 때문에 저는 더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 집안에 파리가 등장하면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식사하는데 파리가 등장하면 파리를 잡기까지는 식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차 안에 들어온 파리 때문에 난리 치는 아내의 모습에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창문 열고, 신문지 말아 들고 ‘파리추방작전’ 소동을 피웠을 텐데 요즘 아내의 상태를 봐서는 또 다른 노화의 증상이 아닐까 의심이 갔습니다.
길눈이 밝은 아내는 한 번 간 길은 지도 없이 찾아갑니다. 그러던 아내가 요즘은 심방 가다가 길을 헤매기 일쑤입니다. 옛날부터 아내가 아주 자신 있어하는 영역이 ‘길찾기’입니다. 자기 말로는 자기는 포토메모리가 있어서 갔던 길 이름, 모습들이 다 떠오른다고 합니다. 저 같은 길치에게는 믿을 수 없는 동화 같은 이야기이지만, 몇 년 전 응급실에 다녀온 이후 총기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가끔 길을 안내하다가 헤매는 것입니다. 그 이후 하나님의 은혜로 차 안에 내비양을 데리고 다닐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지금은 아내가 내비양과 가끔 싸운다는 것입니다. 내비양이 가라는 대로 안 가고 자꾸 딴 길로 가자는 것입니다. 요즘 제가 두 여자 사이에서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는지 모릅니다. 아내의 등쌀에 내비양을 무시하고 아내가 가라는 대로 갔는데, 내비양의 말을 들었을 걸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면서 이제는 총기가 어두워져 가는 아내보다 내비양을 따라가리라 맘먹고 있는데, 파리소동이 벌어진 것입니다.
난 파리를 본 적이 없는데, 내 앞에서 방금 왔다 갔다 날아다니는 파리를 봤다면서 빨리 파리를 잡으라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제 눈에도 이상이 와서 파리가 날아다니는 현상이 있었는데, 드디어 아내에게도 눈에 이상이 왔다 싶었습니다. “여보, 파리 없어.” “나이가 들면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깐 그냥 받아들여.” 나름 위로하는 남편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아내는 계속 있지도 않은 파리를 잡겠다고 차 안에서 계속 두리번거립니다. “이놈이 어딜 갔지?” 한참을 찾아도 나타나지 않는 파리 때문에 정말 자기 눈에도 그 현상이 왔나보다 체념하는 눈치였습니다. 눈 검사도 받아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제 눈앞에 파리 한 마리가 보이는 것입니다. “파리다!” 외쳤습니다. 이때 아내는 “할렐루야!” 함성을 외쳤습니다. 가장 혐오하는 파리를 보고 ‘할렐루야’를 외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 가끔은 파리도 반가울 때가 있나 봅니다. Let it f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