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후 4시경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난 주일 2부 예배 대표기도를 드렸던 장로님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는 내용입니다.
아프신 적도 없고, 장로님들 중에서 가장 건강하시고, 밝았던 장로님이셨습니다. 작년에 아버님 집사님이 건강히 각종 일 다 보시다가 97세로 하늘나라 가셨습니다. 그저 드는 생각으로는 32분 장로님들 중에서 가장 긴강히 장수하리라 생각되던 분이셨습니다.
지난 주일 2부 예배 마치고 함께 계단을 내려오면서 "목사님, 오늘 말씀 큰 은혜받았습니다"라고 정중히 인사하시며 악수하셨던 장로님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으시고, 악수하면 손아귀 힘이 가장 센 분이셨습니다.
목요일 오후 2시쯤, 옛 직장 동료분들과 우리가 살고 있는 분당 영장산에 가신다고 가셨답니다. 야탑 부근에서 올라가 15분쯤 후, 정자 쉼터에 앉았다 갑자기 쓰러지신 후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너무 황망했습니다. 권사님이 과일 깎아서 챙겨드리고 다녀오시라 인사하셨다는데, 얼마 후 주님 곁에 가셨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권사님이 울며 문지르신 부분은 아직 온기가 있었습니다.
한 생명이 이렇게 가시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양복 반듯이 입으시고 넥타이 바르게 매시고 정돈된 머리 모양으로 주일예배 대표기도하시던 그분이 이렇게 식어져 누워 계시는 모습이 가상이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집례를 하면서, 이렇게 왔다 가는 것인데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떠남이란 사실이 현실로 인식된 후, 그 다음 생각은 그분과 그분 삶의 의미와 기억이었습니다. 남에게 해코지한 적 없고, 늘 따스하고 착하고 그저 상대를 수용하고 포용해 받아주셨습니다. 모두가 편안히 장로님을 생각하고 대한 것은, 참 선했고 순수했고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 잘 사셨다는 감동이 듭니다.
살다 보면 잘난 사람도, 능력 있는 사람도, 성격 강한 사람도, 손해 안 보는 사람도 만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득 떠나고 보니, 착한 사람, 능력 있어도 주장하지 않는 사람, 그냥 있어 주는 사람, 같은 편 되어 주는 사람, 힘든 일 거절 못해서 꾸역꾸역 감당하는 사람, 무엇보다 마음 편하게 해주고, 기쁘게 해주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 더 사무칩니다. 가까이 계셔 보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장로님 같은 분이십니다.
오늘 내내, 나는 그리고 또 우리는 무엇으로 남는 사람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죽어야 그 진가를 안다지만, 살아서도 죽음 이후를 생각해서 살아가는 것이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