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티비 조슈아 목사의 치유집회 당시 모습. ⓒ집회 주최측 제공
(Photo : ) ▲지난달 티비 조슈아 목사의 치유집회 당시 모습. ⓒ집회 주최측 제공

 

 

지난달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티비 조슈아(T.B. Joshua) 목사의 치유집회는, 여러 면에서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병든 자를 고친다"는 소문에 집회 당일 약 2만 명이 몰렸고, 기도를 받기 위해 등록한 환자의 수도 약 1천5백 명에 달했다. 그러나 조슈아 목사의 '지각'으로, "정작 치유를 받은 이들은 10% 이내"라거나 "치유받지 못한 중증 환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줬다" 등 논란을 낳기도 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신인 조슈아 목사의 이번 집회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치유, 특히 '질병 치유'(신유)에 대한 바른 시각이 무엇인지 새삼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은사 중지' 여부를 두고 신학자들이 벌이는 갑론을박과는 별개로, 여전히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류(類)의 소위 '치유집회'에 큰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그 만큼 분별력 있는 판단 역시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신유보다 내적 치유 더 절실할 수도"

오랫동안 이 같은 성령의 역사를 연구해 온 배본철 교수(성결대 역사신학)는 "최근 탄자니아를 다녀오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복음적 신유'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절실히 요청된다"며 "이는 현지 지도자들이 행하는 신유 사역 중 비성경적인 것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그런 '비성경적 신유 사역'은 △샤머니즘과 같은 아프리카 지역 토속 신앙 △돈을 받고 신유를 행하는 이른바 기복적 행태 △특정 인물이 신유 은사를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 △하나님의 저주로 질병이 생겼기에 치유만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주장과 주로 관련돼 있다.

배 교수는 "이런 비성경적 모습들은 동기 자체가 나빠서 그렇다기보다, 신앙이 성숙하지 못해 나타난 결과이고 이는 아직 복음이 전해진 지 오래되지 않은 까닭"이라며 "따라서 신유에 대한 그들의 이해를, 바른 복음으로 수정·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배 교수는 치유가 "성령께서 주권적으로 행하시는 일"임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인간의 기대나 능력을 따라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프리카 등에서 일어난 치유의 기적이 똑같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해선 안 된다"고 배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가령 지금의 아프리카와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기 힘든 아프리카에서 신유는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지만 한국에선 그보다 내면의 치유 등이 더 절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성령의 일하심이 아프리카와 한국에서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
▲박영돈 교수는 그의 책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 에서 "복음이 전파돼 교회가 세워지고 성장하게 되면 치유 기적의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 교회 역사 속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성공 뿐만 아니라 실패한 것도 정확히 밝혀야"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의 저자인 박영돈 교수(고신대) 역시 그의 책에서 "치유 기적은 특별히 하나님나라가 임하는 표징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렇기에 초대교회에서와 같이 어떤 지역에 처음으로 복음이 전파돼 하나님나라가 침투할 때 이런 기적은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그러나) 복음이 전파돼 교회가 세워지고 성장하게 되면 치유 기적의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 교회 역사 속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에 대해 "이미 하나님나라의 임재를 경험하고 있는 신자들이 계속 외적인 표적을 추구하기보다는 말씀에 더 의존하는 믿음으로 살게 하시려는 성령의 섭리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며 "빈번한 표적과 기사는 교인들을 말씀에 깊이 뿌리내린 인격적인 믿음보다 이적에 치우치는 불건전한 신앙에 빠드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박 교수는 "하나님은 때로 질병을 우리의 죄를 징계하거나 우리를 교만하지 못하게 하는 육체의 가시, 혹은 우리를 정결하고 겸손하게 하는 성화의 요긴한 방편으로 사용하신다"며 "만약 우리가 병에 걸렸을 때마다 매번 즉각적으로 병 고침을 받는다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영적인 유익과 은혜의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럼에도 "많은 치유 사역자들이 질병을 통해 선을 도모하시는 하나님의 깊으신 뜻과 섭리를 무시한 채 무조건 치유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양 가르치고 있다"며 "그리하여 병자들이 낫는 데만 온통 정신을 빼앗긴 채 주님의 선하신 뜻을 헤아려 보지 못하게 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성공한 치유 실적 뿐 아니라 실패한 것에 대해서도 정확히 밝혀야 한다"며 "그것이야 말로 사람들이 갖는 맹신의 헛된 기대와 환상을 깨뜨리고 진실에 뿌리내린 참된 신앙으로 인도한다. 더욱이 그렇게 하는 것이 치유받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그들의 믿음을 병들지 않게 하는 길이다. 또한 이것이 비록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주님의 선하신 섭리를 믿는 성숙한 신앙으로 그들을 인도하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