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켄한인장로교회 이기범 목사
스포켄한인장로교회 이기범 목사

그 날의 사역은 전 날 밤부터 시작됩니다. 저녁 9:30에 평가회를 마치면, 우리 선교팀은 다음 날 사역을 준비했습니다. 오전에 어린이사역이면, 어린이들에게 나눠 줄 선물을 종류별로 챙기고, 그룹 활동을위한 게임 도구들도 챙겼습니다. 오후에 의료사역이 결정되면 의료팀은 그 대상자들에게 맞는 의약품과수량을 큰 가방에 쌌습니다. 아이티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게임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서로 경쟁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스트로우를 각 자에게 나눠주고 그것을 입에 물고, 각 팀에게 고무줄 하나씩 배부합니다. 그러면 각 팀은 한 줄로 서서 자기 입에 물고 있는 스트로우에 그 고무줄을 매달아 옆사람에게 전달하는 게임입니다. 단순하지만 양 팀 간에 서로 경쟁이 붙어서 어린이들은 흥분했습니다. 그리고최종 우승한 팀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 게임에 동참하지 못한 동네 아이들은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우승한 팀에게는 당연히 사탕과 학용품, 먹을 간식이 제공되었습니다. 

즐거운 게임만 한 것은 아닙니다. 나무 의자에 모든 어린이들을 앉게 한 다음, 사역팀은 부채와 매직 펜을 나눠주었습니다. 각 자 받은 부채 뒷면에 어린이들은 하나님께 쓰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이티 어린이들은 텔레비전도 보지 못하고, 게임기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만큼 순수했습니다. 

어린이들은 부채 뒷면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나님께 쓰는 그림인데, 많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엄마 얼굴을 그렸습니다. 아주 커다란 종이에 매직으로 십자가를 크게 그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그룹의 어린이들에게 빨간 인주를 나누어주면, 어린이들은 각 자 자신의 손가락 도장을 그 십자가 안에 찍었습니다. 내 죄를 용서해주신 예수님의 십자가의 의미를 그들에게 설명해주고, 자신의 마음을 손가락에 빨강 인주를 묻혀 하얀색 종이 위에 찍게 했습니다. 고아원에 가면 보통 30여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티 어린이들은 우리 선교팀의 이름을 한 번 들으면 모두 외울 정도로 똑똑하고 영민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이 이름 세 명을 기억하기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고아원에 가든지, 그들이 자기 소개를 할 때 모두 노트에 받아 적었습니다. 비록 얼굴과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기도노트에 적힌 그들의 이름을 볼 때마다 마음이뭉클하곤 합니다. 부모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하여 자식을 버렸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시는지, 그 어린이들이 목 놓아 부르던 찬양의 곡조가 지금도 귓가에서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고아원 어린이들은 우리 선교팀과 친해지는 데 단 몇 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하나님을사랑해서 미국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잔뜩 가지고와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고아원에서의 사역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1)자기 소개 (2)다함께 부르는 찬양 (3)율동 따라 하기 *호산나 특히 아이티 어린이들이 한국 말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아주 잘 불렀습니다. (4)부채 나눠주기 (5)성경 암송대회 *어린이들은 한 달 동안 외웠던 약 30여 개의 성구를 암송했습니다. 선교사님과 우리에게 자랑하듯 외웠습니다. 대단했습니다. (6)단체게임 *장난감과 인형 선물 (7)간식 *떡과 쏘세지, 케찹 (7)주스 *아이스로 시원하게 해서 (8)신발(샌들), 속옷(팬티) 나눠주기 *싸이즈에 맞는 것으로 (9)사진 개인 촬영.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을 예쁜 바탕에 붙이고, 벽에 전시했습니다.아이들은 자신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보고 좋아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아주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10)그룹 안아주기. 허그 타임. 스킨십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을 느꼈고, 그들은 우리 마음을느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우리는 힘껏 서로를 안아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