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얼굴
박영돈 | IVP | 348쪽 | 14,000원
※본 도서는 오는 7월 4일 크리스찬북뉴스 포럼(토론회) 주도서입니다.
교회마다 자기의 시대가 있다. 초대교회 때는 황제의 박해 아래 교회의 보편성과 거룩성의 문제로 어거스틴과 도나투스파와의 논쟁이, 중세 때는 로마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분리와 갈등이 있었다. 근대에 와서는 과학의 발달과 전쟁의 비참함을 겪으며 참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끊임없는 싸움이 있었으며, 독일 같은 경우는 강력한 히틀러 밑에서 제국의 손을 잡아 줄 것이냐 아니면 그들을 향한 강력한 나팔이 될 것이냐 등의 갈라짐도 있었다.
이렇듯 교회는 시대마다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이 있다. 교회는 세상과 담을 쌓을 수 없고, 오히려 자신의 사명과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고 바르게 수행해야 한다. 하나의 문화로 남을 것인지 누군가의 수단과 도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뛰어넘어 영적인 능력을 보여 주는 혁명적인 기관이 될 것인지, 그 시대의 각 교회가 지녀야 할 책임이 있다. 각 시대마다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초기 기독교가 이 땅에 도착했을 때부터 수많은 시련과 문제를 이겨내야만 했다. 남존여비와 조상 제사, 유교 사상이 강한 시대 속에서 어떻게 교회가 본질을 유지하고 사회문제를 개선해 나갈지, 선교 초기의 현실은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일제 시대와 공산당의 박해를 거치면서도 교회의 사명은 무엇이고 어떻게 교회의 기능을 수행해야 할지는 죽음을 건 싸움이었을 것이다.
근대에 와서는 독재정권과 군사정부 시대 속에서 교회의 본질은 무엇이고 사명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설교하였을 것이다. 잘못된 정권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기보다, 어떻게 민주화를 위해 수고할지, 하나님의 비전이 무엇인지, 선지자적 메시지를 선포하고 가르쳤을 것이다. 반대로 독재와 손을 잡고 타협하는 일들도 있었을 텐데, 지금의 교회를 보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욱 많았다고 여겨진다. 어쨌든 교회는 역사적으로 그 시대가 어떠한지 인식하면서 저마다 그 사명들을 수행해 왔다.
본서는 저자가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이라는 책을 쓴 이후 후속편으로 '아름다운 성령의 얼굴'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쓰려고 했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이 땅에 교회가 처한 현실을 보며 눈물과 고통과 비참한 마음으로 쓴 책이다. 시대적 과제와 시대사상 앞에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교회의 정체성도 타락하고 교회의 사명과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일그러진 교회의 얼굴을 보고 통탄해하는 저자의 가슴이 담겨 있다. 필자도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 심각한 고민이 들 정도로, 교회가 시대의 도전 앞에 무너진 모습이 처참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산업 성장과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로 화려한 성장의 가도를 달릴 때, 교회 또한 십자가만 꽂으면 사람들이 몰려오는 성장기를 맞이했는데, 이때 교회가 잘못된 가치관과 세상의 정신에 지배당했다고 진단한다. 성공제일주의, 물질만능주의, 권력화 등의 시대 사상을 교회가 복음으로 분별하고 복음의 정신과 가치관이 무엇인지 가르친 게 아니라, 몰려오는 세상의 물결에 교회마저 압도당해 지금까지 자랑하듯 '황금의 바벨탑'을 쌓아 왔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 교회가 영적인 힘도 거룩함도 잃고 영적 무감각이 되고 무능력한 종교기관이 된 것은, 이런 시대적 사상과 과제 앞에 육신의 본능을 부추기는 사탄의 전략에 패배한 결과다. 교회는 세상이 어둠의 길을 갈 때 진리의 등대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같이 어둠을 헤매게 되었고, 영적 병원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병을 더 심하게 앓고 다른 병까지 전염시키는 전염병동이 되었다. 영적 깨달음을 주는 학교가 되어야 하는데 세상의 정신을 본능적으로 수납하는 사육장이 되어 버렸다.
이런 시대 사상과 교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교회가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성장제일주의, 물량주의, 힘의 논리 등에 포로가 되었다고,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성장을 멈추고 외적 성장만을 추구한 우리의 문제를 심도 있게 진단한다. 2장에서는 무너진 현장에서 새로운 가치관으로 목사와 교회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외적 성장 대신 내적 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3장은 교회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청사진으로서, 구약에서 성막의 기구로 등장하는 진설병상과 등잔과 분향단을 설명하며,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이 충만해야 하고 기도가 살아 있으며 향기로운 제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아울러 에스겔에 나오는 성전에서 솟아나는 그 물이 흘러 대지를 적시고 만물을 살게 하듯, 하나님의 교회가 그렇게 세상을 치유해가는 그림을 그려낸다.
4장은 이 심각한 일이 목사의 문제이자 해답이라는 주제의 글이다. 저자는 온갖 추문으로 연루되어 있는 교계 목사들의 죄를 지적하고, 세상 정치판보다 더러워진 교계의 제도를 향해 정곡을 찌른다. 아울러 하늘 영광에 비전을 둔 목사로 거듭나기를 촉구하고 있다. 5장에서는 한국교회의 설교를 비판한다. 정용섭 목사의 책을 근거로 저자는 더 심도 있게 한국교회 설교의 문제점을 제시하며, 근본적으로 강단이 반드시 살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6장에서는 아름다운 성령이 나타나는 설교가 회복되어야 한다며, 설교자가 성령의 능력으로 충만하여 하늘의 권세를 힘입어야 한다고 권면한다. 7장에서는 '월요일 아침의 강단'이라는 주제로 일상 영성의 회복을 주장한다. 성도들이 생활의 강단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살아, 성도의 참 모습과 교회의 영광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한다. 아울러 성령 충만이란 일상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모든 평범한 것들에도 거룩한 의미와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한국교회에 대한 문제점들은, 우리가 의식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외에도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한 문제점들은 수두룩하다. 교회의 신학적 빈곤, 값싼 구원론, 반지성주의, 무속적 상업적 성령운동, 쇼로 변질된 예배, 세습, 성차별, 구약적 사고방식과 문자주의, 불투명성 등 다양한 문제를 지적할 수 있고, 이는 교회의 개혁과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책에서 두 가지를 강조하는데, 하나는 성장 중심 패러다임에 근거한 대형교회의 문제점들을 체험담을 근거로 신학적·목회적으로 진단한다. 이 세속화에 물들어 성령이 이끄는 교회가 아니라 성장이 이끄는 교회가 되었고, 무한대까지 성장하고 끊임없이 자라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접목됐다는 것. 우리의 성장의 목표는 내적 성장이고 영적 열매인데, 그런 본질은 버린 채 자본주의 체제의 기업 같은 모습을 교회가 본받았다고 말한다.
이런 대형화로 인해 성령의 교제가 없는 말씀 선포가, 주님의 임재가 느껴지지 않는 성찬 공동체가 이루어진다. 또한 그리스도는 몸이고 우리는 그 몸의 지체인데, 이런 유기체성이 상실되고 변질됐다. 이 외에도 지나친 사회문화 친화적 교회가 되어 세상을 사랑하는 교회 같은 냄새가 나며, 돈과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부패할 가능성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저자는 대형교회를 우리가 세속화를 따라간 결과물로 드러낸다.
또 하나는 설교의 문제점을 심도 있고 정확하게 진단한다. 저자는 그동안 강단이 너무 세속화되어 하나님의 진리의 빛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유명 목사들의 사례를 들며, 반쪽짜리 복음과 값싼 구원이 선포되고 하나님의 진리가 너무 축소됐다고 진단한다. 또 말씀에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설교로 성도의 영혼이 살찌지 못하고, 내용이 빈약한 나머지 선동적 전달 방식이 부각되는 속 빈 설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저자는 설교자가 먼저 철저히 무너지고 회개하여 성령충만할 것을 권면한다. 자신이 먼저 십자가 앞에서 영적 절망을 경험하고,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약하고 두려워 떠는 심정으로 오직 십자가와 자기 부인과 거룩을 선포하라고 한다. 또 설교자의 메시지에 교회의 사활과 영혼의 생명이 걸렸으니, 설교자는 성경과 신학에 충실하고 성령님의 능력을 덧입으라고 재차 강조한다.
끝으로 필자는 교회는 영적으로 거듭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심령이 변화되는 곳이다. 교회에 이런 거룩한 능력이 없다면 교회의 본질이 무너진 것이고 기능도 상실된 것이다. 교회는 문화기관이 아니고 친교단체도 아니며 기업도 아닌, 오직 영적 기관이다. 그러나 이런 교회가 경제만능주의와 성장제일주의, 즉 성공과 번영의 복음으로 타락했다. 초대교회가 로마의 국교화 이후 순수하고 거룩한 신앙을 잃어버렸듯, 한국교회도 성장과 번영의 가치관으로 순수한 복음이 사라지고 변질되었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교회가 경제와 함께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병들었고 부패했다. 예수님의 정신을 따르는 참 신도는 없어지고 바알 사제와 바알 신도가 늘어나고 귀족 종교가 되는 것 같다. 공교회에 대한 신앙고백은 사라지고 성장만을 꿈꾸는 개교회주의만이 만연해졌다. 교회가 신령한 생명력과 거룩한 향기를 잃고, 죽음의 엄습함과 맘몬의 냄새가 가득한 곳이 되었다. 이처럼 성공주의 패러다임은 교회를 변질시켰고, 드디어 많은 문제를 터트리고 있다.
▲방영민 목사. |
그래서 우리 교회 속에 깊이 뿌리박힌 문제를 해결하고 참된 교회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자들에게 이 책을 간절히 권하는 바이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전주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