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가 자신이 혼외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에 따르면, 웰비 대주교는 8일(현지시각) 공식 사이트를 통해 “지난달 내 생물학적 아버지가 게빈 웰비가 아니라 앤서니 몬터규 브라운 경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몬터규 브라운 경(1923~2013)은 영국 외교관으로,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말년(1952~1965년)에 그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웰비 대주교의 모친인 제인 윌리엄스(86)는 1955년 개빈 웰비와 결혼하고 9개월 뒤 아들인 웰비 대주교를 낳았으며, 1958년 이혼했다. 윌리엄스는 성명에서 “믿기 어려운 충격”이라며 전 남편 웰비와 자신은 한 번도 저스틴 웰비가 자신들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첫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남편은 처칠 총리 개인 비서로 일하는 그녀에게 “당장 일을 그만두라”고 다그쳤다. 어느 날 그녀는 만취 상태에서 당시 처칠 총리의 보좌관이었던 앤서니 경과 즉흥적인 정사를 나눴다.
며칠 뒤 윌리엄스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된 개빈 웰비와 함께 미국으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재혼했다. 위스키 판매업자였던 개빈 웰비는 1977년 심장마비로 숨졌다.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개빈 웰비가 친아비지인줄 알고 자라 왔지만, 텔레그래프가 웰비 대주교의 친아버지는 몬터규 브라운 경이라는 증거를 제시했고, 이에 대주교가 DNA 검사에 응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웰비 대주교는 이 같은 사실에 매우 놀랐지만 동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나의 어머지(제인 윌리엄스)와 아버지(개빈 웰비)는 모두 알코올 중독자였다. 어머니는 1968년부터 회복 단계에 있으며, 48년이 넘게 술을 입에 대지 않으셨다. 어머니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내가 21살 때인 1977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의 중독으로 내 유년 시절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매우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거기에는 할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는 회복 단계에 있었고, 어버지는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축복과 놀라운 지지를 받았다. 특별히 아내 캐롤라인과 아이들, 수많은 훌륭한 친구들과 가족들이 그 증거다. 내 경험은 흔한 것이다. 한 사람의 아버지를 직접 찾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관계성에 있어서 심각한 어려움이 있고, 실제적인 학대를 받는 가정의 자녀가 되는 것은 일상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가정은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됐고, 의료보험 서비스와 알코올 중독 회복단체의 도움, 스스로의 결단과 노력으로 어머니는 술에서 자유해졌고,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셨다. 그리고 보호관찰관, 전국가석방이사회, 프리즌비지터(Prison Visitor) 회원으로 사회에 크게 이바지하셨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웰비 대주교는 “이번 일로 놀라긴 했지만, 캐롤라인과의 결혼 생활이나 내 삶 속에서 더 나쁜 일도 있었다. 유전 인자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발견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분 안에서의 내 정체성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대주교로서 나의 역할은 오히려 전 세계 수 많은 이들의 현실적인 고통을 알게 한다. 이것이 내 기도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비록 슬픈 요소들이 있고 특히 아버지(개빈 웰비)의 일은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이는 말할 수 없는 어려움과 절망 근처에서 나온 구원과 희망의 이야기이다. 우리를 자유케 하시고 구속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능력을 드러낸다. 이 은혜와 능력은 주님이 모든 인류에게 주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