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곤 벧엘교회 (담임 이돈하 목사)는 특별한 삼일절 주일 기념예배를 드렸다. 삼일절이 있는 주간에 인근 지역에서 목회하는 일본인 목회자와 일본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들을 초청해서 "일본 복음화"를 위한 선교대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5차가 되는 벧엘 선교대회는 매년 고 방지일 목사님을 비롯해 지역 교계에 건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강사들을 초청하여 바른 선교적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 특별히 이돈하 목사는 이번 선교대회의 포커스를 일본에 두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과거 우리 민족에게 지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민족을 품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근래처럼 한일 관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을 때는 더욱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 선교의 시급성을 나누었을 때 한 마음으로 동참해 주신 성도님들이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이 목사의 말대로 현재 일본 선교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일본이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인구 약 1억 1800만 명 중 기독교 인구는 60만 명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 비율로 봤을 때는 복음화율이 0.5%도 되지 않는 미전도종족에 분류된다. 이번 선교대회는 세계 경제대국인 동시에 영적 빈곤국인 일본을 어떻게 복음화 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선교대회에는 일본 도쿄의 양택호 선교사 (씨드선교회)와 고베의 윤선호 선교사 (수영로교회파송) 및 포틀랜드 소재 일본인 교회 (Japanese International Baptist Church)의 마이크 요코이 (Mike Yokoi)목사와 톰 야소 (Tom Yaso)목사가 강사로 초대되어 주제 강연과 세미나식 특강으로 진행됐다.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서북미 일대의 일본인 복음화 현황

포틀랜드 지역에는 일본인이 약 4000여명 거주하며 시애틀을 포함한 서북미 전체적으로는 일본인이 약 1만 8천 명 정도 살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IT와 반도체 회사의 직원과 가족들이다. 특별히 포틀랜드에는 일본인교회가 4개가 있는데 그중 가장 먼저 생긴 것이 30년전 요코이 목사가 개척한 JIBC (Japanese International Baptist Church)이다. 벧엘교회 선교위원장 김삼수 장로는 포틀랜드에서 사역하는 일본인 목회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혹시 포틀랜드의 일본교회를 도와줄 부분이 있을까 해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대화하면서 오히려 일본 교회에 배워야 할 점이 더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 시점에 하나님께서 미국의 일본인 교회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포틀랜드의 일본 교회 (JIBC 담임목사 요코이 마이크)는 2003년부터 13년 동안 플로리다, 덴버, 텍사스, 세인트루이스, 플로리다, 라스베가스, 타코마 등 일본인 교회가 없는 주에 15개의 일본인교회를 개척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 15개 지역의 일본인교회를 목회하는 목회자들의 대부분이 JIBC에서 요코이 목사님께 세례를 받고 제자훈련을 받은 뒤 신학교를 졸업하고 교회 개척을 위해 파송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요코이 목사는 6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에 매주일 포틀랜드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오후에 3시간넘게 운전해서 타코마를 향한다. 타코마에는 일본인 교회가 아직까지 1개 밖에 없기 때문에 또 하나의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저녁예배를 인도하기 위함이다.

2. 일본 교회의 한국 기독교에 대한 감사

요코이 목사는 약 30년 전 포틀랜드에 최초의 일본인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개척 초기에 한국 교회에 진 빚이 너무 많았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포틀랜드 일본인 교회가 세워진 계기를 말한다.

안이숙 사모
(Photo : 기독일보) 안이숙 사모

"저는 안이숙 사모님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안 사모님이 LA에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수소문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안 사모님이 전화를 받으셔서 놀랐습니다. 제가 집회를 하고 싶다고 하자 안 사모님께서 몇 명이나 모일 것 같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대답했지요. 저희는 모두 7명입니다. 그런데 더 죄송한 것은 7명도 모두 세례교인이 아니고 복음에 대해 관심만 있는 일본인들입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한 동안 말씀이 없으시더니 "제가 가는 것은 7명의 비 세례교인들이시기 때문에 가는 겁니다"고 말씀하시고는 즉시 포틀랜드로 올라 오셨습니다. 저는 수 십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집회 중의 안 사모님의 말씀을 잊을 수 없습니다. 사모님은 수감 중일 때 며칠을 굶다가 먹을 것이 생겼을 때 너무 배고 고파 다른 수감자들에게 주지 않고 싶은 마음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 이런 연약함을 솔직히 고백했더니 받은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주셨지만 대신 영양이 부족해 져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또한 한번은 일본 간수가 교묘하게 신사참배를 강요했다고 한다. "단 한번만이라도 신사 앞에 절하기만 하면 출옥하게 해주겠다는 유혹이었습니다. 그때 안 사모님은 "물론 사랑의 하나님은 내가 신사참배를 해도 용서해 주실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을 단 한번이라도 배신할 수 있습니까?" 이 간증을 듣고 7명의 집회에 참석자했던 전원이 그 자리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것이 우리 포틀랜드 일본교회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느새 요코이 목사의 눈가에는 눈물이 젖었다. 2016년 현재 이 교회는 주일 평균 출석 15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했고 다른 주에 15개의 교회를 개척하는 모 교회가 되었다. 또한 요코이 목사는 건강하게 성장하는 일본인 교회들 중에는 한국교회의 새벽기도 영성과 제자훈련에 영향받은 교회가 많다고 감사한다. 특히 옥한흠 목사님의 제자훈련이 평신도를 참된 사역자로 양육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고 말한다.

3. 미국 내 일본 교회의 전도방법

한편 톰 야소 목사는 미국으로 온 일본인들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통계적으로 일본에 있을 때 보다 미국에 오면 30배나 복음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해요. 또 일본인들의 심리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안 건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심하고 내성적이죠. 그리고 집단의식이 지나칠 정도로 강해요. 그래서 복음을 전하고 영접하라고 해도 어떻게 다들 지옥에 가는데 나만 천국에 가냐고 거부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기도 해요. 하지만 미국에 오면 일단 이런 일본 문화로부터 벗어나기 때문에 복음에 마음을 열고 반응하기가 훨씬 쉬워요."

야소 목사는 미국 내 일본인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강조한다.

"첫째는 일본에서 도태된 부류에요. 일본의 생존 경쟁에 밀려 적응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도피하듯 온 사람들이죠. 이들은 일본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감이 없어요. 두 번째 부류는 일본의 엘리트들이에요. 과거 본토에서는 자신감이 넘치던 사람들이에요. 다른 일본인들보다 뛰어 나기 위해 미국으로 온 주재원이나 유학생들이 해당하지요. 하지만 이들도 문화와 언어가 완전히 다른 미국에 적응하다 보면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마음이 가난해져요. 이 두 그룹은 완전히 정반대인 것 같지만 "외롭다"는 점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톰 야소 목사는 이 "외로움"이라는 틈새가 전도에 결정적인 기회라고 말하며 웃는다.

"슈퍼마켓에 가면 이런 외로운 일본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죠. 물건 드는 것을 도와주면서 나는 그리스도인인데 좋은 일본인들이 많은 교회를 와 보지 않겠냐고 초청해요. 일본 같으면 어림도 없지만 미국에서는 외롭기 때문에 초청에 응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렇게 방문했다가 어디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신앙 공동체의 사랑을 느끼고 복음을 거리끼지 않고 받아들여 그리스도인들이 된 경우가 많아요." 야소 목사는 미국 내 일본인 전도는 노방전도와 관계전도의 양 쪽 모두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김삼수 장로, 윤선호 목사, 요코이 목사, 톰 야소 목사, 이돈하 목사
(Photo : 기독일보) 김삼수 장로, 윤선호 목사, 요코이 목사, 톰 야소 목사, 이돈하 목사

4. 미국내 일본인 교회의 차세대 신앙 전수

한편 미국 내 일본교회에도 한인교회처럼 다음 세대들인 2세, 3세들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일이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특별히 일본 교회는 배우자가 미국인인 경우가 많아서 영어 회중들의 숫자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요코이 목사는 일본 교회 내에 있는 영어 회중은 일본인을 넘어 다민족 (multi-ethnic)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인 것을 지적한다. 따라서 일본문화중심의 배타성을 넘어 타민족도 편안하게 예배드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차세대 신앙 교육을 위해 영어 사용에 불편하지 않는 목회자와 사역자를 길러 내기 위해 주일학교와 청년들을 인도할 미래 사역자들을 미국 신학교로 보내훈련 시키고 있다.

5. 미국에서 일본 본토으로 선교사 파송과 리터니 (Returnee)사역

톰 야소 목사는 "복음을 오레곤 포틀랜드에서 일본으로"라는 설교를 통해 얼마나 미국에서 그리스도인이 된 일본인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한 지를 역설했다. 해외에서 그리스도인이 된 뒤에 일본으로 들어간 이들을 리터니 (Returnee)라고 한다. 이 리터니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리스도를 소개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일본 선교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도쿄에서 리터니 사역을 했던 양택호 선교사는 고국에 돌아온 리터니들도 영적인 돌봄을 받지 못하면 다시 신앙을 잃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으로 돌아온 리터니들이 신앙 공동체에 제대로 소속되지 않으면 그들 중 약 30%만 신앙을 지키는 것 같습니다." 양 선교사는 일본 선교가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신앙을 갖고 일본으로 돌아온 이 리터니들 부터 영적으로 돌보는 사역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특히 양 선교사는 일본인들은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리터니들이 영어학원 사역을 통해 전략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6. 한국의 일본인 선교사의 역할

한편 올해로 일본 선교 8년째를 맞고 있는 윤선호 선교사는 일본 선교를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일본 언어와 문화에 가능한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일본 고베시의 묘다니 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윤선호 선교사는 평소 일본어 공부에 열심이다. 윤 선교사는 한국인이지만 자신의 일본어 실력이 향상 되어 갈수록 일본 성도들과 더욱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매일 최선을 다해 일본어를 공부한 결과 윤 선교사는 모든 설교와 성경공부를 일본어로 인도하게 되었으며 교단의 유일한 한국인 목사로서 교회가 계속 안정되고 성장하게 되어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일본 선교는 한인 선교사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저는 일본 선교는 한인 선교사가 순교를 각오해야지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성경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이 가장 원수처럼 생각하는 나라가 일본이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일본 선교는 다른 나라 선교사가 아니라 바로 한국 선교사가 원수 사랑하기를 작정하고 희생을 각오하고 뛰어들었을 때만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맺으며

삼일절 주간에 열린 일본 선교를 위한 이번 선교대회에는 일본 복음화를 위해 디아스포라의 한인교회와 일본교회, 그리고 일본 본토에 있는 교회가 서로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과 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이돈하 목사는 이동성의 시대에 해외 선교지 뿐만 아니라 미국 내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을 복음화하는 것이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지 눈을 떠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에 산다는 것은 땅 끝 선교지가 우리 코 앞에 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우리 주위에 태국, 인도, 캄보디아, 일본, 몽골, 이란, 하이티, 혼두라스 등 복음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민족들이 건너와 우리를 도우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