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말하는 몸

이덕환 | 북랩 | 242쪽

기독교는 역사 속에서 육신과 영혼에 대한 이원론적 입장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그러나 초대교회 때부터 '수도사'가 등장해 육체를 죄악시하고 심지어 학대까지 하는 금욕 생활을 했고, 중세에서도 몸을 완전히 무시하진 않았지만 영혼보다 저급하게 여기거나 죄를 유발시키는 단초가 된다고 여기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은 종교개혁을 주도한 칼빈을 통해 오늘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책 <성경이 말하는 몸>은, 성경이 인간의 몸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으며 서구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역사에서는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역사적으로 잘못된 주장이 있었다면 성경을 근거로 바로잡고, 앞으로 기독교계가 지향해야 할 몸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1부 '성경에 나타난 몸'과 2부 '서구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몸', 그리고 3부 '맺는 말'로 구분돼 있다. 1부에서는 '성경의 용어를 통해 본 몸', '신체 각 부위와 신체적 움직임을 중심으로 본 몸', '영혼 및 마음과의 관계 속에서 본 몸' 등을 살펴 본다.

특히 몸에 대한 '하나님의 관점'과 '인간의 관점'을 나눈 것이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몸'을 창조하신 하나님 관점에서 몸은 하나님께서 살아 계신 존재임을 나타내는 수단이며, 그분은 직접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들 속으로 들어오셨다.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믿게 만든 수단이 되었던 예수님의 몸도, 일반인들과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이 외에도 몸은 모든 창조 사역의 핵심이자, 하나님과 소통하는 수단이며, 인간 창조의 수단, 세상을 다스리는 수단, 인간을 구원하는 수단이 된다.

반면 인간의 관점에서 몸은 인간 존재 자체이자 생명의 시작과 과정과 끝이고, 인간을 만들어 내는 유일한 존재이자 하나님께서 머무시는 곳이며, 하나님을 만나고 기도하며 내면적인 것을 나타내는 수단이 된다. 또 사랑을 하거나 받는 통로이며, 믿음을 증거하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수단이 된다.

저자는 "성경에 기록된 인체 관련 용어의 종류가 140여 개나 될 정도로 많다는 사실만 봐도, 성경에서 인간의 몸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가치, 비중은 인간의 삶 전체와 신앙생활에 불가결한 것"이라며 "이는 성경이 내용 구조상 인간의 몸을 배제하고는 성립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몸은 영혼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열등하거나 죄악시될 존재가 아니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후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 1:31)'고 평가할 만큼 아름답고 우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부 '서구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몸'에서는 '기독교 이전 시대'부터 초대교회와 중세,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시대까지의 '몸'에 대한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초대교회의 '금욕주의'에 대해, 신앙생활에 유익을 주지 못했고 달리 표현해 '비성경적'이었다며 다소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 

이에 대해 "금욕주의의 본보기로 여겨졌던 제롬(Jerome, 345-420)이 비록 바른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도 두려워하지 않고 금욕을 실천했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니었다"며 "그러한 금욕을 한다 해서 각종 더러운 욕망에서 해방되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평상시보다 욕망의 불길이 더욱 강하게 타오르기까지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경에서도 필요에 따라 일정한 정도의 금욕을 요구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삶에 조화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하는 것이지 육체를 학대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육체를 영혼보다 열등한 것으로 여기는 영육이원론적 관점에서 육체를 학대하는 방식의 금욕주의는 더욱더 성경의 내용에 반한다는 것.

저자는 어거스틴부터 베네딕트수도회, 토마스 아퀴나스, 그리고 어거스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한 칼빈의 '몸'에 대한 입장을 들어 본다. 이들에 대해 저자는 "육체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선한 것이고 영혼과 함께 인간을 구성하는 양대 요소로서 중요성을 인정한 것은 초대교회보다 나아졌지만, 이들 역시 육체가 영혼보다 열등하다는 비성경적 주장을 내세웠다"고 했다.

성경이 말하는 몸 이덕환
▲저자 이덕환 박사.

결론에서 저자는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강건한 기독교(Muscular Christianity)' 운동을 시초로, 미국YMCA 등 몸의 중요성을 부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그 몸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며 스포츠 활동을 통해 복음을 전파하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다시 주춤해지고 교회에서 몸은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게 됐다"며 "오늘날 일부 신학교와 교회에서 스포츠를 선교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몸에 대한 충분한 신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성경의 본질적 정신을 따르려는 목적이 아니라 일시적 전도의 수단으로서 스포츠를 활용하는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성경에서 나타내는 몸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충분히 연구함으로써 성경의 내용을 바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신앙생활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몸에 대한 성경적 가치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일도 중요하고, 스포츠를 활용한 건강과 선교활동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저자 이덕환 박사는 한국외대 및 동 대학원 철학과(문학석사)와 고려신학교 신학원(신학석사), 명지대학교 대학원(체육학박사)를 졸업하는 등 '육체와 영혼'에 대한 공부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활기찬교회(예장 고신) 담임목사, 에덴건강아카데미 대표, 한국외대 외래교수, 명지대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