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에서 날개가 가장 큰 새는 속칭 “바보새”라 불리는 “알바트로스”(Albatross)이다. 날개를 가진 새 중에서 가장 큰 새인 바보새는 날개를 펼치면 3-4미터가 된다.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몸길이는 약 1미터가 되지 않으니 길이보다는 너비가 훨씬 크다. 바보새로 불리는 이유는 날개가 너무 커서 뒤뚱거리며 걷고, 평지에서는 날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며 뛰어가고, 또 공중에서 날다가 평지에 내릴 때에는 날개를 편 채로 곤두박질하거나 넘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발에 붙어 있는 물갈퀴나 껌뻑거리는 눈, 그리고 둔탁하여 보이는 생김새와 몸매는 바보새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게도 만든다.
그러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때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다른 새들이 폭풍과 비바람으로 자취를 감출 때, 이 바보새는 오히려 날개를 피기 시작한다. 신천옹(信天翁)이라는 별명처럼 ‘하늘을 믿는 노인’이라는 뜻의 이 새는 세찬 바람이 도전하기 시작할 때, 유유히 날개를 펼치고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이 새는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때를 위하여 창조된 새 같다. 넓은 날개를 바람에 맡기면 이 새는 날갯짓을 하지도 않으면서 바람에 몸을 맡기고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가장 고공으로 날아올라갈 수 있는 새, 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6일 동안이나 공중에 떠있는 새, 넓은 날개를 펼친 채 미동도 하지 않으면서 바람의 힘으로 수 킬로미터의 활강(gliding)을 할 수 있는 새, 바람을 거슬러 방향을 바꾸면서 지그재그로 날며 전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새, 날아오르기는 어렵지만, 상승기류를 타고 공중으로 오르면 가장 멀리 가장 오랫동안 날 수 있는 새이다. 이 새는 평상이 아닌 비상시를 위하여 창조된 것 같다.
이 새는 사람을 보고 인사를 잘한다. 아마 사람을 자신의 동족으로 아는 것 같다. 순진한 눈망울과 짝짓기 춤이 특히 아름다운 새라고 한다. 이 새는 한 번 결혼하면 거의 평생 동안 그 상대와 함께 지낸다. 번식을 위하여 단 한 개의 알을 낳고, 부화를 위하여 두 새가 번갈아가면서 협조를 한다. 수명은 50년이나 되니, 동물로는 비교적 오래 산다.
바보새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습이라면 사치스러운 것일까? 고난 속에서 진가가 드러나는 존재, 폭풍우 속에서 충분히 실력을 발휘하는 존재, 가장 바람이 센 때에 장엄하게 전진할 수 있는 존재, 최악의 폭풍을 에너지 삼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존재, 그리고 급속한 환란의 풍파를 이용하여 좁은 날개로 높은 속력을 유지하는 존재가 우리 신자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환란 속에서 오히려 유유자적하고, 고난을 이기는 가운데 침착하고,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오히려 담대한 바보새라면 가장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아닐까? “여호와께서 온전한 자의 날을 아시나니 그들의 기업은 영원하리로다 그들은 환난 때에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며 기근의 날에도 풍족할 것이라”(시 3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