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고통을 피해가는 것이 아니고 직면하고 이겨내며 성장하는 도구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고통 없이 편안하게 살기를 원하고, 특히 고통을 후손들에게 물려 주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전쟁과 가난을 겪었던 우리네 부모님들은 "내 아이에게는 똑같은 고통과 아픔을 물려 주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자녀들에게 좋은 것만 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부모님들 중에 "결혼을 하면 평생 설거지를 해야 할 텐데, 결혼하기 전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적어도 내 자녀에게 집 한 채는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내가 한 주 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아이들을 혼자서 돌봐야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암투병 중이시고 몸이 많이 좋지 않으신 어머니는 자신의 건강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선뜻 오셔서 아이들을 돌봐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자신의 몸보다 약간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아들을 돌보려는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사랑이 제 가슴을 울렸던 것입니다. 이렇듯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안쓰럽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그 자식이 고생 없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부모님들이 바란다고 해서 자녀들이 인생의 고통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에는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질병, 그리고 외상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은 예수님을 믿거나 잘 살기를 원한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고통은 삶의 한 부분이기에,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것을 통해서 어떻게 성장을 추구하느냐입니다.
긍정심리학의 마틴 셀리그만은 개인의 생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건, 즉 고문, 심각한 질병, 자녀의 죽음, 강간, 수감 등 15가지를 나열한 설문지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인터넷으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한 달 만에 1,700명이 "그 끔찍한 사건 중 적어도 한 가지를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을 상대로 '행복도 검사'나 '장점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는데, 놀랍게도 최악의 사건을 한 가지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점수가 더 높았습니다. 그리고 끔찍한 사건을 두 가지 경험한 사람은 한 가지만 경험한 사람보다 더욱 강인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고통을 겪을 때 극심한 감정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면서 자신, 타인, 미래에 대한 믿음이 산산이 부서집니다. 예를 들면 심한 불안과 짜증, 우울감 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예전처럼 돌아옵니다. 그것을 전문 용어로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라고 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똑같은 사건을 겪었는데 어떤 분은 그것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하지만, 어떤 분은 좌절하며 오랫동안 그 고통 가운데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회복 탄력성이 앞의 사람은 높고, 뒤의 사람은 낮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군인들이 전쟁 후에 겪게 되는 장애 중에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습니다. 전쟁 때의 고통을 이후 생생하게 재경험하게 되면서, 심한 불안과 우울증적인 증상들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회복 탄력성을 훈련함으로 그 장애의 발병률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보고, 군인들에게 이를 훈련시킨다고 합니다. 군인들에게 시키는 회복 탄력성 훈련의 핵심은, 강인한 정신을 구축하기 위해 긍정적 사고를 통해 자신에게 있는 재앙적 사고를 바꾸어 나가는 작업을 하기, 감사 일기를 쓰는 등 좋은 일 찾아내기, 자신의 성격적 강점을 확인하기, 견고한 관계 구축을 위해 좋은 의사소통 방식을 교육하기 등입니다.
저는 마틴 셀리그만의 플로리시라는 책에서 나온 회복 탄력성 훈련을 보면서, 그것이 바로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물려 줘야 하는 유산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인생의 어려움이 올 때 어떻게 하면 그것을 잘 극복할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면, 아이들은 인생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더 성장하고 더 강인해지게 될 것입니다.
"내 자녀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 자녀가 어떻게 하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될까"를 생각하는 부모가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있는 부모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은 영적인 훈련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진리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으로 건강한 사고를 갖는 것, 매일의 삶에서 감사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사를 발굴하는 것, 그리고 가정과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하는 의사소통을 배워나가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피할 수 없는 것은 즐겨야 하는 것처럼, 피할 수 없는 고통도 이겨내는 훈련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며 즐길 줄 아는 지혜"를 얻어 더욱더 강인한 사람들이 되어가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