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최근 “유대인들은 구원받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필요가 없다”고 밝히자, 미국의 유대 크리스천들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유대인들과의 종교적 관계를 위한 바티칸위원회(Vatican's Commission for Religious Relations with Jews)는 10일(이하 현지시각) “모든 이들에게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가 필요하지만, 유대교 신자들에게는 ‘거룩한 신비’가 준비돼 있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구원에 참여한다는 사실에는 신학적으로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에 대한 명확한 고백이 없이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헤아릴 수 없는 거룩한 신비로 남아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 서명한 커트 코치 추기경, 노버트 호프만 신부 등 가톨릭 신학자들은 “유대인들을 개종시키려는 기독교 선교사들의 노력에 반대하며, 동시에 기독교인들은 서로의 신앙을 나누어야 한다”면서 “하나님께서는 절대로 선민 이스라엘과의 약속을 취소하신 적이 없다. 하나님의 구원을 향한 다른 길이나 접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예수를 위한 유대인들’(Jews for Jesus)의 데이비드 브릭너(David Brickner)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전 세계 기독교인들을 대표한다는 기관에서 이러한 주장이 나온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브릭너 사무총장은 “그들은 성명서의 제목을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다’는 로마서 말씀(11:29)에서 따 왔으나, 이런 식으로 말씀을 적용한 데 대해서 바울 사도는 크게 반대할 것이다. 바울 사도가 로마서 서두에 기록한 ‘나도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복음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말씀을 그들이 무시한 데 대해, 바울도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대인들을 위한 예수 없는 구원의 길’과 ‘나사렛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기독교인들을 위한 구원의 길’, 2개의 다른 구원의 길이 있을 수 있다는 이론은, 기독교 신앙의 근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성명서는 유대인 공동체 지도자들을 매수하려는 시도”라면서 “교황청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모든 이들로 제자를 삼으라’는 명령을 주셨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있는가?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살았던 유대인들’의 입술에서 나온 복음의 메시지를 다시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를 위한 유대인들’은 13개국 25개 도시에 퍼져 있는 유대인 선교단체로, “예수 그리스도가 유대인 구원자이자 인류의 구원자”라는 메시지를 선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 미국 가톨릭신문인 내셔널가톨릭레지스터는 “위원회의 성명서가 어떤 행정적 권위를 지닌 것은 아니나, 유대인들에 대한 로마가톨릭교회의 시각을 제공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