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규 목사(오른쪽)와 그의 사모. 황 목사에게 사모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GSM 사역의 든든한 동역자다. ⓒ김진영 기자
황선규 목사(오른쪽)와 그의 사모. 황 목사에게 사모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GSM 사역의 든든한 동역자다. ⓒ김진영 기자

신앙인을 간혹 군인에 비유할 때가 있다. '주의 군사' 혹은 '영적 전쟁'과 같은 표현이 바로 그런 경우다. 황선규 목사(84, 선한목자선교회 대표)도 "선교는 군대가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며 "군수물자가 제때 보급돼야 하듯, 선교사들에게 '후방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만큼 영적 전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황 목사는 스스로를 '수송병'이라 칭한다. 전방의 선교사들과 후방의 후원자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 목사를 중심으로 한 선한목자선교회(GSM)의 사역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수송'이라 할 수 있다.

"지상 전투에서 소총수만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반드시 후방에서 총과 탄약을 만들어 대주는 군수병과, 이를 운반해 주는 수송병이 있어야 한다. 영적 전쟁도 마찬가지다. 일선에서 영혼 구원을 위해 헌신하는 선교사가 있는가 하면, 그들을 후원하는 후방 선교사와 그들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는 중간 선교사가 있다. 이 삼박자가 맞아야만 승리할 수 있다."(황 목사의 책 「평생 선교사」(요단) 中)

황 목사의 이 같은 신념을 전략화한 것이 이른바 '1:1 동역 선교'다. 곧 선교사 한 명을 후원자 한 명이 물질과 기도 등으로 직접 돕는다는 개념인데, "이는 선교사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게 하는 동시에 후원자에게는 선교에 대한 비전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라는 게 황 목사의 설명이다. 또 "후원이 비교적 간단하고, 그에 따른 선교의 열매 또한 확인이 쉬워 효율적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미국에 GSM을 설립하고 '1:1 동역 선교'를 적극 추진했다. 그리고 10년 안에 선교사 300명, 후원자 400명을 찾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로 'GSM 700'이다. GSM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가 'www.gsm700.com'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침내 2011년 GSM은 목표를 달성했고, 이듬해 다시 2021년까지 선교사 1천 명과 후원자 2천 명, 즉 'GSM 3,000'의 푯대를 세운다. 현재 GSM에는 선교사 약 650명과 후원자 약 750명이 소속돼 있다.

특히 예장 합동 전 총회장인 정준모 목사도 황선규 목사와 GSM 사역을 13년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 목사는 황선규 목사의 인격과 사역에 감동을 받고 자신이 시무하는 성명교회에서 제1회 GSM선교대회를 개최하도록 하는가 하면, 여러 언론과 교회 및 기관에 후원을 주선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가 목회 일선에서 은퇴한, 나이 70세에 GSM을 설립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은퇴 전 이미 '1:1 동역 선교'를 위해 '수송병'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다만 목회로 인해 그 일을 전적으로 할 수 없었을 뿐이다. 결국 그는 은퇴를 기점으로 본격 이 일에 뛰어든 것이다. 그에게 은퇴는 또 다른 시작이었던 셈이다.

"은퇴를 몇 년 앞두고 폐암에 걸리고 말았다. 그렇게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한 가지 깨달았던 것은 '오늘 하루를 사는 법'이었다. 내일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허락된 오늘만이라도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고 온유하게 그분의 뜻을 따라 살고자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지금 살아서 이렇게 사역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겐 기적이다. 바로 이 일을 하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나를 살려 두신 것 같다."

황 목사는 지금 이 순간도 'GSM 3,000', 아니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 후원자와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열정 있는 선교사를 찾고자 GSM의 본부가 있는 미국 시애틀과 지부가 있는 한국을 오가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한국의 교회들이 전통적 선교 후원 방식에서 탈피해 '1:1 동역 선교' 전략을 도입해 주길 바라고 있다.

"'1:1 동역 선교'는 그야말로 교파를 초월해, 오직 선교의 지경이 더욱 넓어지기만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 일을 위해 비록 노병이긴 하나 겸손한 수송병으로,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하나님께 쓰임받고 싶다."

황선규 목사는

건국대학교 법대(B.A.)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M.A.)을 나와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서울 수도침례신학교, 워싱턴침례신학대학원(M.Div.)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됐다. 지난 1976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시애틀 중앙침례교회를 개척하고 목회에 전념하다 은퇴한 뒤 GSM을 설립했다. 현재 GSM 대표 외에도 워싱턴주 열방기도운동 고문, 한인세계선교동역네트워크 이사, 워싱턴주 선교단체협의회 고문, 워싱턴주 쥬빌리구국통일기도회 고문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