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타 허상봉 | 사랑마루 | 369쪽

책의 1장은 목회자가 썼으리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암울하다. 또한 목회자가 썼으리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냉철하고, 다양한 정치·경제·사회 저서들을 인용했다. '자본의 욕망과 폭력'이라는 제목으로, 자본의 흐름이 변질되는 구조를 정치·경제·과학기술·환경파괴·철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기술했다.

요약하면 하나님께서 정의와 평화가 공존하는 사랑의 장소로 만드신 이 땅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고통과 폭력의 장소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물질적 욕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하나님나라를 얻을 수도 행복하게 살 수도 없는데, 인간들은 욕망의 노예가 되어 이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주장하여 그 힘을 폭력으로 변질시켰고, 자신의 목적 성취를 위해 타인과 자연을 속이거나 파괴했다.

1장을 근거로, 2장부터는 이러한 현실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상품의 가치로 인간을 저울질하지 않고' 돈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상생활 속에서 하나님과 돈을 동일선상에 놓고 저울질하는 그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세상의 모든 사탄 마귀를 궤멸하셨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사탄 마귀의 노예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은 돈과 물질에 대해 자유와 승리함을 갖고 그 재물들을 선용할 수 있다."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최고로 여기는 '경제적 효율성' 대신 '성경적 경제 원리'를 알아야 한다. 신앙적·경제적 삶을 연관시켜 그리스도인의 삶의 원칙을 세워야 하는데, 저자는 이를 '이웃을 위해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와 '어떻게 하면 검소한 삶을 살 수 있는가?'의 훈련을 통해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그리스도인의 경제신학'은 '나눔의 경제, 절제의 훈련'으로 요약된다. 3부에서는 이를 위해 '희년의 경제'를 제시하면서 ①쉼을 장려하는 삶의 자세 ②땅에 대한 인식의 전환 ③적정 수준의 지대(rent) 부과 ④땅과 집을 소유한 그리스도인들이 그 재물에 맞는 조세를 정직하게 납부 ⑤기부와 헌금을 통해 자신의 부의 일정량을 이웃을 위해 나눔 ⑥토지공개념 제도 등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와 더불어 '의식적인 가난의 문화'에 동참해 검소하고 절제된 삶을 살라고 권면한다.

4·5부에서는 돈으로 살 수 없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서 시작되는 '사랑의 경제'에 대해 논하면서, 현대 다양한 대안적 경제 시스템들에 대해 살펴 보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교회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시대에 지역의 마지막 희망이다. 교회가 자본의 실체를 파악하고, 사탄의 지배체제를 세상에 알리며, 대안 공동체로 헌신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책의 제목 '모네타(moneta)'는 로마 여신 주노(Juno)의 별칭으로, '화폐'를 의미한다. 모네타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경고의 여신'으로,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려주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충고를 해 줬다고 한다. 저자는 해외선교를 활발히 하고 있으며, '그리스도인의 경제생활과 활동'에 은사가 있다고 한다. '빚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설교로 많은 도전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