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비무장지대를 걷는 여성들(WomanCrossDMZ)’을 조직, 오는 24일 DMZ(비무장지대)를 도보로 횡단하는 ‘국제여성평화걷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사가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 목소리가 높다.
북한 유관단체인 ‘세계인민들과의연대성조선위원회’가 한국시각 지난 4일 통일부에 이번 행사에 대한 협조요청 통지문을 보내는 등 북한이 이 행사에 적극적인 유치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계속된 핵 위협과 무력 도발을 비롯해 납북 등 북한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처참한 인권 탄압 현실을 외면한 채 세계 여성운동가들이 외치는 평화의 구호는 모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DMZ 도보행진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영국 평화운동가 메어리드 맥과이어와 라이베리아 평화운동가 리마 보위, 여성 인권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인터내셔널) 에리카 구에바라 로사스, 월트 디즈니의 손녀이자 영화제작자인 아브가일 디즈니 등의 저명 여성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으며, 여론의 이목을 끈 만큼 비판 여론 또한 크게 일고 있다.
이번 행사가 알려진 후 유대계 인권단체인 사이먼 비젠탈센터의 아브라함 쿠퍼 부소장과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지난 달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평화와 인권에 위협을 주는 당사자를 직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는 이번 평화행진은 역설적으로 북한 정권을 옹호할 수 있다”고 우려한데 이어 미국의 유력 잡지와 언론들도 잇따라 이번 행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미국의 시사잡지 <위클리 스탠다드>는 행사 주최자인 한국계 여성운동가 크리스틴 안의 북핵 옹호 행위 등의 종북 성향에 대해 해부하는 기사를 작성했으며, 국제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는 “북한의 동행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퍼포먼스가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등의 북한의 평화 위협 행위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함구한 채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크리스티 안과 행진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밖에 미국 내 다양한 저명인사들은 CNN 등 방송 인터뷰와 언론사 기고글을 통해 여성들의 DMZ 도보행진은 북한의 대외 선전을 위한 홍보에 활용될 것을 경고하면서 참여 자제를 촉구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도 명시된 북한 인권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며, 도보행진 계획은 순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로베르타 코언 북한인권위원회(HRNK) 공동의장은 워싱턴DC 정보지 <넬슨리포트> 기고에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오랫동안 자신이 옹호해온 ‘인권’과 같은 가치를 살려 김정은 정권이 아닌 북한 내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여성주의자들이 북핵 문제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등 복잡한 한반도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번 행사와 비슷한 취지로 제안해 왔던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 왔으나 한국계 종북 여성들과 친북 인사들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이번 행사에 대해서는 전적인 지원을 보장한다면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2013년 5월 경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DMZ 세계평화공원 제안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모독행위”라고 비난한 것과는 전혀 다른 자세다.
이번 행사는 남북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는 DMZ를 평화롭게 통과해 남북에 평화의 물꼬를 튼다는 취지지만, 북한이 그동안 핵개발과 무력 도발로 평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인데다 평화적 민간 교류 차원에서 남북이 함께 조성한 개성공단에서 일방적으로 한국 기업가들을 억류하거나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이산가족 상봉 요청도 외면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구호인 ‘평화’, ‘이산가족 상봉’, ‘민간 교류’ 등은 오히려 세계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북한 당국에 촉구해야 할 과제들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 크리스티 안의 북한 대변인 역할 주목
행사를 주최하는 WomanCrossDMZ 웹사이트는 크리스티 안이 평화와 정의를 위해 이 단체를 조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크리스티 안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정책연구원(Korea Policy Institute)’은 재미종북단체로 알려진 곳으로, 이번 행사에는 친북 성향의 수지 김(럿거스대), WCC에서 초혼제로 논란을 빚었던 정현경(유니온대) 등이 한인 여성운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친북단체로 지적받는 노둣돌 박혜정 창설자도 DMZ 도보행진 참가자로 최근 추가됐다.
<포린 폴리시>는 WomanCrossDMZ 웹사이트에 크리스티 안의 종북적 관점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 언급돼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전쟁 때 약 400만 명이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김일성이 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언급은 없고, 7,000만 명이 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상태에 살고 있다고 언급하지만 남한의 4,500만 명이 활발한 헌법적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반면, 북한의 2,500만 명이 독재 정권 아래 살고 있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린 폴리시>는 “또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의 국방비가 1조 달러에 이른다면서도 북한의 백만 군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그들의 ‘한국상황 101’ 기본지침서에는 김정은이 아예 생략돼 있다”고 밝혔다.
<포린 폴리시>는 크리스티 안에 대해 “김정은이 선진적인 북한 선전 방식을 개발한다 해도 안 대표보다 더 잘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크리스티 안은 15년 이상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만 비난했고, 잘못된 내용을 퍼뜨리고, 변명하며, 역사를 날조하고, 세계에서 가장 인권 침해가 심각한 국가의 대변인 역할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DMZ 도보 행사 효과에 대해서 <포린 폴리시>는 “북한 내부의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고, 전체주의 사회에서 잔인하게 억압받는 수 백 만 명들의 불행을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대신 북한의 악한 체제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정책을 선전하는 일이 될 것이고 상습적인 북한의 비겁한 해명에 협력함으로써, 피해의 원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린 폴리시>는 또 도보행진 참여자들과 관련 “최악의 경우, 이들은 김정은 정권의 시녀로 보일 수 있다. 최선의 경우라 해도 어리석어 보일 것”이라면서 “노벨상 수상자인 리마 보위와 메어리드 맥과이어는 이들은 행진에서 빠져야 하며 최소한 그들이 평양에 도착하는 순간에 북한 여성들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큰 소리를 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클리 스탠다드>도 크리스티 안의 북한 정권 옹호 자세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는 한편, 함께 연대하고 있는 국제 여성평화운동가들의 면면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또 평양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여성 인권 탄압 현실을 알리면서 여성인권운동가들이 가장 격렬히 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평양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클리 스탠다드>는 크리스틴 안이 평소 북한의 인권 탄압 주장에 대해 “강경 보수주의자들과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우리는 반드시 역사와 사실에 기초한 인권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인권 탄압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크리스티 안이 뉴욕의 유엔 북한 대표부와 친분을 즐긴다는 것과 무리하게 중국을 거쳐 함께 방북한 2살 딸이 천식 때문에 불도 안 켜지는 평양의 병실에서 입원했으면서도 북한의 보건제도를 찬양하는 등 맹목적인 추종 자세를 비판했다.
<위클리 스탠다드>는 크리스티 안이 천안한 폭침 사건에 대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을 강력히 펼쳤던 행적을 소개하면서 “북한이 벌인 전쟁 행위를 부인할 수 없을 때에는 이를 정당화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서는 발생 원인이 서해 바다를 둘러싼 한국 주장의 불법성 때문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고발했다.
특히 북핵과 관련, 크리스티 안이 유엔 안보리의 북한의 비핵화 요구에 강력히 반발했던 행적들을 소개하면서 “그녀는 국제 사회가 북한에 대한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남한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과 북한 정권의 안정 보장에 더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도록 지지 한다”고 밝혔고, 크리스티 안이 북한에 대해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 경제주의’, ‘대규모 자급 자족’, ‘훈련되고 생산성 높은 인력’ 등으로 선전한 발언들도 함께 전했다.
또 <위클리 스탠다드>는 “크리스티 안은 (90년대) 북한의 굶주림 원인이 소련의 붕괴, 홍수, 가뭄 등 지정학적, 생태학적인 사태의 복합적인 원인과 미국이 주도한 경제 제재라고 말하지만 남한에서는 (홍수, 가뭄 등 지정학적 원인이) 전혀 가난의 원인이 되지 않았던 기적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면서 “그녀는 또 미국이 북한의 가장 큰 식량 원조국가였다는 사실이나 북한이 식량 지원 대부분을 전용해 인도주의적 필요가 아닌 정치적인 계급에 따라 이를 분배하는 사실을 절대 인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클리 스탠다드>는 크리스티 안이 북한의 무기 거래에 대해서도 “오해를 받아 잘못된 고소를 당했다고 주장했다”면서 무기 거래 사실 자체를 부정했던 것과 또 영화사 소니 픽처스의 해킹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북한 당국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행적, 지난 2013년 노암 촘스키와 주디스 르블랑, 북한공산당 부의장과 함께 당시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석방을 요청하는 청원서에 서명한 활동 등을 폭로했다.
로렌스 펙 “한반도 방문할 목적의 새로운 친북 전위조직” 경고
자유민주연구원 로렌스 펙 미국 대표는 WomenCrossDMZ에 참여하는 인사들 중에 좌파 페미니스트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 분석하면서 “새로운 친북 전위조직이 한반도를 방문할 목적으로 미국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로렌스 펙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WomenCrossDMZ’에 참여한 여성 운동가들 중 코라 와이스(Cora Weiss)는 1960년대부터 미국 내 공산주의자와 친소련 단체들과 활동했던 좌파 지도자다.
또 앤 라이트(Ann Wright)라는 여성은 북한 김씨 일가를 지지하는 단체인 ‘평화재향군인회(Veteran for Peace)’의 일원으로 이 여성은 6.25전쟁을 한국이 북한을 침공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여러 차례 북한 김 씨 일가를 찾아갔고 특히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고 로렌스 펙 대표는 알렸다.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에 대해서도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한 미국 내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로, 한국의 좌파 단체들과 협력해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적극 가담한 바 있다고 전했다.
특히 로렌스 펙 대표는 ‘메디어 벤자민(Medea Benjamin)’과 ‘조디 에반스(Jodie Evans)’에 대해서는 재미종북세력과도 연관이 있는 좌파 페미니스트 단체 ‘코드 핑크’의 설립자로 북한 김씨 일가의 체제를 지지하는 것은 물론 하마스, 헤즈볼라와 같은 중동 테러조직을 지지하는 입장을 가진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메디어 벤자민’은 이란에서 ‘유대인 학살 부정회의(Holocaust Denial)’에 참가한 바 있으며, 탈레반과 알 카에다를 옹호하기도 했고 한국을 방문해 주한미군 철수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고 로렌스 펙 대표는 경고했다.
로렌스 펙 대표는 “WomenCross DMZ는 만약 한국 정부가 입국을 불허하면, 중국으로 가서 다시 한국으로 입국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근에 생긴, 새로운 친북 전위 조직(Front)의 정체를 사람들에게 알려, 이들이 한반도를 방문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