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를 경외하며 그의 길을 걷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 네가 네 손이 수고하는 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 네 집 안방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식탁에 둘러앉은 자식들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시 128:1-3)
오늘의 본문은 가정의 행복이 여호와의 경외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복이 있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아쉬레이'는 '행복하다'는 의미다. 본래 이 단어는 '똑바르다'를 뜻하는 '야사르'에서 파생되었는데, 이는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이 땅에서 우리들이 누리는 행복의 근거임을 보여준다.
'경외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야레'는 '두려워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피하거나 도망친다는 부정적 의미의 두려움이 아니다. 오히려 존경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긍정적 의미의 두려움이다. 그래서 '여호와를 경외하다'와 평행을 이루는 것이 '여호와의 길을 걷는 자'이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은 곧 여호와께서 정해 놓으신 길을 따라 가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 정해 놓으신 길은,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의 길을 따라 걷는 자에게 주어지는 복은 행복한 가정이다. 그것은 가정을 이루는 세 기본 구성원인 남편과 아내와 자식들의 건강한 모습 속에 잘 드러나 있다.
가장인 남편에게 주어지는 복은 "네가 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이다. 농경사회였던 당시 상황에서 '손으로 수고한 것'은 곡식인 밀과 보리의 수확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런 곡식으로 주식인 빵을 만들어 먹는다. 성경은 이를 두고 "사람의 마음을 힘 있게 하는 양식"이라고 하였다(시 104:15).
이스라엘은 늘 물이 부족한 나라이다. 사람이 제아무리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하여도 제 때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그래서 성경은 "여호와께서 너를 위하여 하늘의 아름다운 보고를 여시사 네 땅에 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고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시리니"(신 28:12)라고 하였다. 우리의 수고가 앞서지만 그 결과는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에서, 부자가 어리석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의 부재인 것도 그 때문이다(눅 12:13-21).
아내에게 주어진 복은 '결실한 포도나무'이다. 이스라엘에서 포도는 여름 과일을 대표하는 작물이다. 겨울 우기에는 밀과 보리를 경작하지만, 건기인 여름에는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 등의 과일을 수확한다.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정탐하였던 12명의 대표자들이 가나안 땅의 비옥함을 보여주기 위하여 가져왔던 것이 세 종류의 여름 과일이었다(민 13:20, 23).
이스라엘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것은 포도주 생산을 위해서이다. 성경에서 포도주는 음식을 먹을 때 함께 마시는 중요한 음료다. 예수께서도 제자들과 함께한 마지막 유월절 만찬에서 빵과 포도주를 나누셨다. 성경은 포도주를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시 104:15)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아내를 '결실한 포도나무'로 비유한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남편의 몫인 곡식으로 만든 빵과 대비되는 음료로서의 포도주 역할을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포도주가 지닌 의미처럼 가정 안에서 즐거움을 제공하는 원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자녀에게 주어진 복은 '어린 감람나무'이다. 이스라엘에서 감람나무는 감람열매를 맺어 감람유를 생산하게 된다. 감람유의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식용유를 비롯하여, 등잔불을 밝히는 기름, 손님을 맞이할 때 머리에 바르는 기름, 상처에 바르는 구급약품으로도 사용된다. 종교적으로는 왕이나 제사장을 기름 부어 세울 때도 감람유가 사용된다.
이스라엘에서 감람나무는 죽지 않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감람나무는 아무리 수령이 오래되어도 항상 새로운 가지가 나와서 신구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수천 년이 된 고목의 감람나무인데도 새싹의 어린 가지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의 본문은 자녀를 '어린 감람나무'에 비유하였다. 부모들이 지켜온 신앙을 대대로 이어가는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들도 곧 자라고 결실하여 "사람의 얼굴을 윤택하게 하는 기름"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시 104:15).
행복한 가정은 여호와를 경외하며 여호와께서 정해주신 길을 순종하며 걸어가는 가정이다. 그런 가정은 구성원인 남편과 아내와 자녀들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게 된다. 행복한 가정의 세 구성원들은 '식량'과 '과일'과 '기름'을 생산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들의 역할은 이스라엘에서 생산되는 3대 농작물이기도 하다(시 104:15, 욜 2:19). 이 세 농작물은 7가지로 확대되는데, 밀과 보리와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과 꿀이 그것이다(신 7:8). 행복한 가정이란 각자의 은사를 따라 자신의 역할을 통하여 아름다운 결실을 나눔으로 전체가 흡족함을 공유하는, 하나님 경외의 신앙 공동체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