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출신 마이크 펜스(Mike Pence) 인디애나 주지사가 최근 서명한 종교자유보호법을 수정하겠다고 3월 31일 밝혔다. 펜스 주지사가 서명한 종교자유보호법은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펜스 주지사는 주도인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은 사업가들에게 동성애자 차별을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차별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법안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TV를 통해 전국적으로 보도됐다.
이에 따라 펜스 주지사를 비롯해 이 법안 발의에 앞장섰던 공화당 소속 주 의원들은, “법의 취지가 개인의 종교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일 뿐,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구를 원래 법안에 추가로 명시할 예정이다.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다가 현재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된 펜스 주지사는 주의회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된 이번 법안과 관련해, 기업가들에게 심각한 압박을 받았다. 월마트, 애플, 앤지스 리스트, 디젤 엔진 생산업체인 커민스, 마케팅 업체인 클라우드, 제약회사인 엘리 릴리 앤 코 등은 법안을 개정하거나 내용을 보다 명확히 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디애나주 대표 기업 CEO 9명은 3월 30일 펜스 주지사와 주 상·하원의장에게 “‘종교자유보호법이 성적 차별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확히 밝히라”는 서한을 보냈다.
록 밴드 윌코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콘서트를 취소했으며, 진보적 색채가 강한 코네티컷 주지사 대널 멀로이(민주당)는 “성적 취향과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허용하는 인디애나주에 공무 출장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샌프란시스코·시애틀시도 소속 공무원들의 인디애나주 출장을 전면 금지했다.
종교자유와 차별금지가 맞선 이번 사태에서 여론이 차별금지 쪽의 손을 들어주면서, 비슷한 법이 주의회를 통과한 아칸소주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칸소주의회도 지난주 인디애나와 비슷한 종교자유법안을 통과시킨 후 주지사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아사 허치슨(Asa Hutchinson) 아칸소 주지사는 이 법안에 서명할 것임을 시사했으나, 반발이 적지 않다.
한편 일각에서는 성소수자 차별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이슈를 밀어붙인 펜스 주지사의 결정이 종교적 신념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016년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그가, 보수적 기독교 신자들의 표 결집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른 공화당 대선 주자들 역시 개인의 자유 의지를 강조한 펜스 주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펜스 주지사가 올바른 일을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도 성명을 통해 “모든 미국인들에게 양심에 따라 신을 섬기는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가 공격당하고 있다”며 “강한 반대에도 펜스 주지사가 종교적 자유를 지지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