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許浚·1539-1615)은 신묘한 의술로 박애를 실천한 '의학의 성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가르쳐준 의학적 교훈을 함께 배워 더욱 건강하고 멋있게 살자.
①곡기(穀氣)가 원기(元氣)를 이기면 살이 찌게 되고 장수하기 어렵다. ②나라를 다스리는 현명한 재상(국가 공직자)이 되지 못할 바엔, 사람과 병을 다스리는 명의(名醫)라도 되겠다. ③다섯 가지 맛 중에서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소금이다. 하지만 할 수만 있으면 안 먹는 게 좋다. ④배는 덥게 하고 머리는 차게 하라.
⑤병도 긴 안목으로 보면 하나의 수양(修養)이다. 발병했을 때 남자의 경우엔 부부관계를 과도히 했는가 생각해 보고, 여자인 경우엔 생리 상태와 임신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 ⑥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자연수명은 본래 4만 3천 200여일, 즉 120세 정도다. ⑦사람은 언제나 침을 삼키면 장수하고 얼굴에 광택이 생긴다.
⑧사람의 몸은 한 국가와 같은 것이다. 사람이 40세 이전에 제멋대로 살면 40세 이후 갑자기 기력이 쇠퇴하게 됨을 느끼게 된다. 쇠퇴가 시작되면 여러 가지 질병이 벌떼처럼 일어나기 시작한다. 손을 쓰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드디어 구해낼 수 없게 된다. ⑨사람이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되면 천지간의 도와 합치되는 것이요, 야심이 있으면 도에서 멀어진다.
⑩생각이 많으면 신경이 약해지고, 염려가 많으면 뜻이 흩어지며, 욕심이 많으면 뜻이 혼미해지고, 일이 많으면 과로하게 되며, 말을 많이 하면 기가 쇠하여지고, 웃음이 많으면 내장이 상한다. 근심이 많으면 마음이 불안하며 지나치게 즐기면 뜻이 넘치고, 기쁨이 지나치면 착란에 빠지며 노여움이 많으면 모든 혈액이 고르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많으면 정신이 헷갈려 올바르지 못하며 미워하는 것이 많으면 초췌하고 즐거움이 없다.
⑪소금에 관해 서북인은 적게 먹기 때문에 수명이 길고 병이 적으나, 동남인은 짠 것을 즐겨 먹기 때문에 수명이 짧고 병이 많다. ⑫술에 취했을 때 부부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 경할 때는 얼굴빛이 검게 되고 해소증이 생기는 정도이지만, 심할 경우에는 내장 기능이 망가져서 수명이 단축된다. ⑬술에 취했을 때 마차를 달리거나(차 운전을 하거나), 높고 낮은 곳을 뛰어 넘어서는 안 된다.
⑭신 맛의 음식은 간에, 매운 것은 폐에, 쓴 것은 심장에, 짠 것은 신장에, 단 것은 비장에 각각 작용한다. ⑮아직 생기지 않은 병을 다스리는 것이 양생법(養生法)인데, 몸에 손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게 장수의 비결이다. (16)옛날 진인(眞人)이 말했듯이 침을 땅에 뱉지 않는 습성을 지녀야 하고, 무릇 입 속의 침은 금장옥례(金漿玉醴)라 할 정도로 소중한 것이며 하루종일 뱉지 않고 계속 삼키면 사람의 정기가 몸속에 보존된다.
(17)우유 한 홉에 쌀을 조금 넣어 끓인 죽을 상복하면 노인 건강에 좋다. (18)노인병은 울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웃을 때는 눈물이 나오며 콧물이 많아지고, 귀가 울리며 밥 먹을 땐 침이 마르고, 자려고 누우면 침이 흘러 넘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소변이 나오고 변비나 설사가 되며, 낮에는 졸리고 밤에는 잠이 안 오는 병이다. (19)60대가 되면 폐경이 되므로 더 이상 배설하지 말아야 한다. 회갑 이후엔 손자 손녀가 있게 되니 부부관계도 멈춰야 하고 정력을 보존해야 한다.
(20)요즘의 의사는 사람의 병만 다스리고 마음은 고칠 줄 모르니 근본을 버리고 말단만 좇는 격이다. (21)저녁밥을 너무 포식하면 건강에 안 좋고 술에 크게 취하는 것도 안 된다. (22)매일 아침 침을 삼키고 이를 악물어 위 아래가 마주치게 하는 것을 14번씩 하면 120세까지 장수하는데, 이를 연정법(鍊精法)이라 한다. (23)밤에 불을 밝게 켜놓고 부부관계를 갖는 것은 피해야 한다.
허준은 1년 8개월간 귀양살이를 하면서 정(精), 기(氣), 신(神)을 중심으로 한 도가의 양생학적 신체관과 각종 질병의 증상 및 치료법을 모아 <동의보감>을 지었다. 이는 성경적 신체관으로 보아도 일치한다. 성경에서도 육(body), 혼(soul), 영(spirit)의 통합적 건강을 언급하고 있다(살전 5:23).
옛날 이야기라 현대 의학에서는 통할지 모르겠으나, 한 번쯤 참고해보는 것이 좋겠다. 옛말에 천병만약(千病萬藥)이라 했으니 그냥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동양인에게는 동양적 건강법이 있음직하기 때문이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