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머니 몸에서 태어날 때 최초로 경험하는 정서는 '흥분'이다. 자궁 속의 조용하고 편안한 환경에 있다가 이 세상에 나와 보니, 여러 가지 소리와 불빛이 있고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낯선 땅에 처음 도착하면 모든 것이 새롭고 생소하기에 흥분을 느끼는 것과 같다.
그 후 불편한 마음을 먼저 경험한다. 웃음보다 울음을 먼저 겪는다. 그 뒤에 즐거움을 경험하면서 점점 더 분화되어 만 24개월이 되면 12-13개 정도로 감정이 분화되는데, 이는 성인들의 감정과 거의 같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간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감사'라는 정서이다. 감사는 나이를 먹는다거나 돈을 많이 번다거나 지위가 높아진다고 해서 그냥 느끼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복받은 사람만 느끼게 되는 선택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전광 목사가 쓴 <평생감사>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오래 전에 두 마을이 이웃해서 살고 있었다. 한 마을은 감사촌(感謝村)이고, 다른 마을은 불평촌(不平村)이었다. 불평촌 사람들은 봄부터 겨울까지 무엇에나 불평과 불만을 쉬지 않았다. 봄에는 황사 때문에 먼지가 많다고 불평했고, 여름에는 너무 덥고 모기가 많다고 불평했다. 가을에는 나무 잎사귀가 많이 떨어진다고 불평했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춥다고 불평했다. 어떤 좋은 일이 생겨도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의심과 염려로 감사하지 못했고 언제나 불평 속에서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감사촌에 사는 사람들은 정반대로 어떠한 일에도 감사했다. 고생해도 감사하고, 시련을 만나도 감사했다. 봄에는 꽃향기에 감사했고, 여름엔 시원한 나무그늘에 감사했으며 가을에는 탐스러운 열매를 감사했고, 겨울에는 나뭇가지에 하얗게 쌓인 눈꽃을 감사했다.
하루는 불평촌 사람이 감사촌에 놀러 가서 사람들이 말끝마다 감사하는 소리를 듣고 몹시 놀랐다. 그곳에서 약간의 감사를 배워 가지고 감사를 살짝 흉내만 내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집안 식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에잇, 감사촌에 갔다가 얻어먹은 것도 없이 괜히 감사만 실컷 하고 왔네.'
불평도 습관이다. 불평하는 사람은 항상 불평한다. 장미꽃을 보아도 부정적인 사람의 눈에는 꽃은 안보이고 가시만 보인다. 불평하는 사람은 불평이 그의 인격 자체다. 그는 불평의 눈을 가지고 있어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이 불평의 조건으로 보이고, 불평의 입을 가지고 있어 입만 열면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본인만 불평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를 불평 인생으로 살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감사를 습관화하면서 살게 되면, 감사가 인격 그 자체가 되며 저절로 감사의 눈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보는 것마다 감사의 조건이 되며, 입만 열면 감사가 샘솟듯 터져 나온다. 그래서 그는 한평생을 감사로 살아가게 된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감사가 있을 뿐이다. 감사가 행복해지는 연습이라면, 불평은 불행해지는 연습이다."
웃음소리가 나는 집엔 행복이 와서 들여다 보고, 고함소리가 나는 집에는 불행이 와서 들여다 본다. 받는 기쁨은 짧고, 주는 기쁨은 길다(행 20:35, You're far happier giving than getting). 항상 기쁘게 사는 사람은 베풀고 섬기는 사람이다. 어떤 이는 가난과 싸우고 어떤 이는 재물과 싸운다. 한국인은 가난과 싸워 이겼는데, 풍요와 싸워 지고 있다. 가난과 싸워 이기는 사람은 많으나, 풍요(재물)와 싸워 이기는 사람은 적다.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넘어졌다 일어나 다시 달리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 느낌 없는 책은 읽으나 마나이고, 깨달음 없는 종교는 믿으나 마나이다. 실없는 친구는 사귀나 마나이고, 희생 없는 사랑은 하나 마나이다. 비뚤어진 마음을 바로잡는 이는 똑똑한 사람이고, 그대로 놓아두는 이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누구나 다 현인이 될 수 있으나 실제 그렇게 되는 이는 매우 적다. 자기 욕심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으로 결혼하는 사람은 낮이 즐겁고, 육체와 결혼하는 사람은 밤이 즐겁다. 그러나 인격으로 결혼한 사람은 밤낮이 모두 행복하다. 먹이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적이 있고 영광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상처가 있다. 남편의 사랑이 클수록 아내의 요구는 작아지고, 아내의 사랑이 클수록 남편의 번뇌는 줄어든다.
부부는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함께 묶인 관계이므로, 항상 보폭이 같아야 하고 가는 방향도 같아야 한다. 3주 동안 관찰하고, 3달 동안 사랑하며, 3년 동안 싸움하고 30년 동안 참아낸다. 이것이 바로 결혼생활이다. 똑같은 것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과 판단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은 환경보다 그 내면의 인격과 감정과 기준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누구나 감사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