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스토트-베디아코(Stott-Bediako) 포럼'이 15일 개회한 가운데, 이틀째인 16일 오전 9시부터 서울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김상복 박사)에서 본격적인 회의가 진행됐다.
포럼에서는 '선교학에 있어 새로운 지평 2'를 주제로 멜바 메게이 박사(Melba Maggay) 박사, 조슈아 반다 감독(Joshua Banda), 알 티존 박사(Al Tizon) 등이 주강사로 나섰다.
'필리핀 상황에서의 복음과 문화'(Gospel and Culture Isuees in the Philippines Context : Some Process and Methodological Concerns)를 주제로 발제한 멜바 파딜라 메게이 박사는 교회가 지역 상황 가운데서 어떻게 하나님나라를 확장할 수 있는가를 다뤘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피상적인 수준이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와 신념·체계·세계관 등 깊은 차원에서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있는가, 복음이 보다 시스템적인 차원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살폈다.
마닐라에 소재한 기독교학교 'Institution for Studies in Asian Church and Cultrue'(1978년 설립)의 총장직을 맡고 있는 메게이 박사는 "한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개개인을 제자화하는 것이, 한 국가가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와 하나님의 나라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개인 전도보다 국가의 구조 자체를 하나님의 것으로, 하나님의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리핀 크리스천들이 사회정의를 위한 실제적인 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이,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갖게 됐다. 현재 미군 캠프 철수 운동 등, 필리핀의 자주 국방력을 회복하려는 운동에 크리스천들이 굉장히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메게이 박사는 "한국 상황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대부분 친미 성향을 띠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도 기독교인들이 대부분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진보보다 보수 성향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상황 속에서 우리의 신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필리핀이 한국보다 앞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지상명령이 보통 개인적 차원의 수준에서 이해되는데, 이것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식으로 우리만의 새로운 신학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태복음의 모든 지상명령을 국가적 차원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했다.
그녀는 또한 조상숭배 문제와 관련해서도 "서구 신학에서는 단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주제이지만, 동양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민족과 국가들이 죽은 이들에 대한 다양한 의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죽은 자들을 위한 우리만의 문화와 의식들을 전부 우상숭배라고 할 것인가? 이러한 의전들이 조상을 기리는 것인가 아니면 우상을 숭배를 하는 것인가?"라고 물은 뒤, "이제 아시아권에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신학적인 조명을 하고, 우리의 상황에 맞는 신학들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메게이 박사는 피상적 차원이 아닌 가치체계까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일단 문화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문화 안에 있는 중요한 가치와 신념체계와 핵심 등을 파악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서 표면적인 변화만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면서 "근본적인 분석을 해야 하고, 이를 성경으로 끌어와서 성경적 가치와 세계관으로 변화시키려고 할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파키스탄 상황에서의 복음과 문화'(Gospel and Culture Isuees : and challenges in the context of Pakistan)를 주제로 발제한 막수드 카밀(Maqsood Kamil) 박사는 "지난 2013년 9월, 페샤와르에 있는 올세인트교회에서 무슬림 2명이 자살폭탄테러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대다수는 현재까지도 고통 속에서 전혀 치유되지 못한 채로 있다. 이것이 가장 생생한 박해 현장이다. 개인적 차원의 박해만이 아닌, 사회적으로 마을 전체에서 추방시키고 활동을 금지시키는 것이 무서운 것"이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러한 가운데 상황화된 복음, 기독교의 본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서구 신학자들이 아닌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카밀 교수는 "'파키스탄의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서 살고 있는가?'가, 우리가 박해 가운데 살고 있으면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상황화라고 믿는다. 무슬림은 우리를 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최근의 예로, "2005년 파키스탄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그 때 피해를 입은 무슬림들을 위해 병원을 세우고 지원 물자를 보내며 현장에서 돕는 모습을 보인 것이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서 보여줄 수 있었던 최고의 상황화"라고 카밀 교수는 말했다.
이어 "사람이 정말 필요한 때에 도움을 받으면 마음이 열린다. 그런데 위급한 상황이 지나간 뒤에는, 간이보건소나 병원 등을 세우고 더욱 적극적으로 돕고자 해도 군사정부가 제동을 건다. 심지어 우리가 만들어 놓았던 간이보건소를 빼앗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기독교인들은 굉장히 낙담한다"고 했다.
현지 신학교 부총장으로 있는 카밀 교수는 "파키스탄의 상황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리스도인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다. 신학교가 정말 중요하다. 자원도 교수진도 부족하고 정부의 방해도 심한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한국교회가 더 많이 기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옥스포드 선교대학원(OCMS) 학장인 마원석 박사는 "복음이 어떻게 삶의 구석구석 한 군데도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개인 뿐 아니라 국가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가? 이것이 선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옥스포드에 학교를 세운 것도 이러한 연구를 위한 것이며, 여기에 존 스토트 박사와 크와메 베디아코 박사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마 박사는 "복음은 전인적이고, 우리의 삶도 모든 것이 어울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교도 전체를 아우르지 않으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거역하는 것이다. 저희 학교는 지난 30년 동안 '통전전 선교'(Holistic Mission)에 대한 학문을 해왔다. 이번 포럼 역시 어떻게 하면 계속 변화되고 있는 선교의 아젠다를 성령의 도우심으로 찾아내고, 교회가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목적으로 열린 것이다. 선교의 주제도 통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 박사는 "지난 2013년 포럼 주제가 '복음과 국가 건설'이었다. 비서구권은 아직도 대부분의 국가가 건설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20세기 중반에, 아프리카는 20세기 후반에 독립했다. 예를 들어 소련의 공산주의가 무너진 이후, 기독교가 천당 가는 복음만을 전한다고 해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파키스탄 같은 경우에는 무슬림이 98%다. 거기서 예수를 믿으면 신분이 자동으로 하락한다. 그러한 가운데, 국가를 세워가는 데 있어서 천시받는 기독교가 국민들을 다 하나로 어울리게 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주제다. 이 때는 기독교가 정치·경제·종교·문화와 다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