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금지에 관한 하급법원들의 상고를 심리하지 않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인디애나, 오클라호마, 유타, 버지니아, 위스콘신, 콜로라도, 와이오밍, 캔사스, 웨스트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11개 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 됐다.
이곳 주정부들은 동성결혼 합법화와 관련해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에서 패소한 상태로, 인디애나 등 5개 주는 이 문제를 연방대법원까지 상고한 상태였으며, 콜로라도 등 6개 주는 상고를 고려 중이었다. 연방대법원은 5개 주에 대한 심리를 거부한 것이며 이에 따라 5개 주는 즉각 동성결혼이 합법화 됐고 6개 주는 상고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6일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에 관한 하급법원의 상고를 심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이 11개 주는 동성결혼이 합법화 됐다. 앞으로도 주정부 차원의 동성결혼 문제는 연방지방법원을 거쳐 최대 항소법원까지만 다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연방대법원은 사건별로 심리와 판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이번 결정은 여러 주에서 정부와 동성결혼자들 간의 갈등이 반복적으로 상고되고 있기에 효율성 면에서 아예 심리를 거부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면에서 연방대법원이 전 미국에 동성결혼 합법화의 길을 열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보다는 미국의 민주적 법 절차와 집행에 대해 판결하는 것에 연방대법원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사실 연방대법원의 이런 결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연방대법원은 연방결혼보호법을 위헌 판결하면서도 캘리포니아의 동성결혼 금지법인 프로포지션8에 대한 심리는 기각했다. 정치인들에 의해 제정된 결혼보호법은 위헌이라 할 수 있었지만 주민의 52.5%가 찬성해서 제정된 법을 위헌이라고 폐기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소송은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주정부가 일찌감치 소송을 포기하면서 일반 시민들이 소송에 나섰고 연방대법원은 이 주민들이 주를 대표해 소송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판단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즉, 사실상 동성결혼의 ‘내용’이나 ‘주민들의 민주적 정치권’에 대한 것이 아니라 ‘법적 절차’만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번에 유타주의 경우도 주민 66%의 찬성으로 제정된 법이 하급법원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연방대법원은, 캘리포니아의 경우처럼, “주민들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주의 결혼법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제정할 권한이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예 하급법원에서 올라오는 상고를 거부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오클라호마는 주민 76%, 버지니아는 주민 57% 등 모두 과반수 이상 주민의 지지를 얻어 제정된 법이지만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이를 무시하는 상황이다.
여튼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문제로 인한 소송은 다루지 않고 하급법원에 맡기게 되면서 현재 추세로 볼 때 전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지난 9월 루이지애나 주의 경우는 연방지방법원의 마틴 펠드맨 판사가 동성결혼 금지법을 합헌 판결한 바 있다. 펠드맨 판사는 “결혼에 대한 규정은 각 주와 민주적 절차에 맡겨져 있다”면서 “법원은 지난 수천 년 역사 동안 이어져 왔고 오늘날에도 다수를 차지하는 ‘결혼의 의미’가, 헌법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법원에 올라가 있지만 만약 항소법원에서도 지방법원의 판결을 옹호한다면, 루이지애나 주는 연방대법원에 가지 않고도 동성결혼 금지법을 지켜낼 수 있게 된다.
이에 전통적 결혼을 지지하는 이들은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싸움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 ADF) 소속 변호사인 바이런 바비온느(Byron Babione)는 “이번 상고를 심리하지 않겠다고 밝힌 법원의 결정은, 결혼과 관련된 싸움이 계속 이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법원이 아닌 사람들이 동성결혼 이슈에 대해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