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의 피곤을 잊게 해주는 멋진 저녁이다. 오후 찬양예배를 마치고 제자훈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두 가지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는 이미 축구 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을 1-0로 꺾고 4강에 진출해 있었다. 또 하나는 한국과 대만의 야구 결승전이다. 짜릿한 역전에 역전승의 드라마를 연출해 주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숙적 일본과의 게임이 벌어졌다. 한국과 일본은 시작부터 서로 상대방의 골문을 위협했다,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양쪽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아니 열어줄 수 없었다. 결국 연장전을 돌입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종료 3분 전. 통쾌한 승리의 골이 터졌다.
후반 41분, 이종호 선수가 일본의 페널티 박스 진영에서 날아오는 볼을 머리로 받으려고 했다. 그때 일본 오시다 선수가 과도한 공중 수비를 하다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종호 선수는 코피를 철철 흘려야 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얻은 값진 페널티킥이다. 장현수 선수가 키커로 나섰다. 숨도 쉴 수 없는 긴장된 순간이다. 골은 깔끔하게 터졌다. 경기 종료 3분 전에. 오랫동안 지속되던 스코어는 1대 0으로 깨어졌다. 다급해진 일본은 한국의 골문을 향해 마지막 맹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한국은 일본을 누르고 4강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게임에 패한 일본 데구라모리 마코토 감독이 말했다. "선수들이 부담을 떨치고 잘 해줬다. 정말 이기고 싶었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잘 싸웠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다 보여줬다." "그 시간까지 잘 버텼는데 매우 억울하고 안타깝다. 한국이 뒷심이 좋았지만 연장에 갔으면 그 힘이 소모됐을 것이다."
짜릿하고 통쾌한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결승전을 승리로 장식한 것 못지않은 통쾌함이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은 21세 이하의 어린선수들을 출전시켰다는 게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결정한 선택이리라. 그렇다면 월드컵을 향한 우리의 행진에는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는 게다. 그렇지 않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대회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라.
"반드시 金 딴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다부진 각오로 대만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역전에 역전, 또 역전극을 연출함으로 승리를 일구어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한국과 대만이 한판 붙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 한국은 1회 초에 연속 안타를 치며 출루했다. 무사 만루,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점수로 연결시키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대만은 1회 말에 1점을 뽑아냈다.
한 점을 뒤진 한국은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드디어 5회 초에 어렵사리 1-1 동점을 이뤘다. 이후 바뀐 상대투수를 상대로 추가 안타를 뽑아내면서 2-1로 역전을 일구어 냈다. 그런데 6회 말에 한국은 2-3으로 역전당했다. 어느덧 8회 초. 4점을 연거푸 뽑아냈다. 통쾌했다. 짜릿한 순간이었다. 결국 6-3으로 아시안 게임 2연패의 대업을 이루었다. 5전 전승으로.
金메달을 따서 승리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진땀을 빼면서 승리를 일군 선수들을 보면서 인생 경주와 신앙의 경주를 생각해 보았다. 쉽게 승리의 현장까지 달려갈 수는 없다.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루한 싸움을 극복해야 한다. 참아내야 한다. 달려야 한다. 끝까지.
통쾌한 승리를 맛보기 위해서는 한 방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때 부진할 수 있다. 그러나 끝난 건 아니다. 언제든 기회는 다가올 수 있다. 한 번이면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포기하길 잘한다. 물론 포기하는 이유는 다 있다. 그러나 승리의 함성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몫이다.
승리를 위해서는 몸을 사리지 말아야 한다. 어떤 선수는 출루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강속구를 피할 생각도 않고 몸으로 맞았다. 베이스를 밟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그렇다. 때로는 승리를 위한 희생을 강요하기도 한다. 몸을 사리고, 이것저것 재고 움츠리면서 승리를 일굴 수는 없다. 몸이 망가질 수도 있다. 아픔과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승리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승리는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지켜가는 것이기도 하다. 역전에 역전을 이루는 드라마에서 아주 중요한 건 상대방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역전을 만들려고 애쓴다면 상대방도 역전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는 건 당연하다. 언제든지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투수도 볼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던져야 한다. 상대방 타자를 베이스로 내보내지 않기 위해. 수비수들도 잘 지켜주어야 한다. 타자가 치는 볼 하나도 안타로 내보내지 않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 투수와 타자가 하나가 되어 상대방 선수가 진루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방심은 금물이다. 방심하는 순간, 상대방에게 뒤쳐질 수 있다.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승리를 맛보기 위해 또 하나의 감동이 연출되어야 한다. 문학경기장에는 비가 쏟아졌다. 선수들은 물론 관중석에서 응원을 하는 사람들도 비를 다 맞았다. 이들은 비를 맞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목이 터지라 구호를 외쳤다. 목소리를 높여 함성을 질렀다. 힘을 내라는 거다. 한 방 치라는 거다. 잘 던져 주고, 잘 막아 달라는 당부이다. 지치지 말라는 격려였다. 포기하지 말라는 도전이었다. 비로 젖은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하늘을 찌를 듯한 응원의 함성이 있었기에 선수들은 뛰고 또 뛰었다. 그리고 2연패의 대업을 이루었다.
인생 경주를 하는 이들이 얼마나 지쳐 있는가? 남편도 지쳐 있고, 아내도 지쳐 있다. 부모도 지쳐 있고, 공부하는 자녀들도 지쳐 있다. 지친 사람들 끼리 살아가다 보니 서로 예민하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는 게 어렵다. 자그마한 충격에도 저 깊숙한 곳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솟아오른다. 그래서 부딪히고 아파한다.
알고 있는가? 이들에게는 응원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지막한 소리여도 좋다. 우렁차다면 더 좋다.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뛰고 외칠 수 있다면 더 좋으리라. 누군가는 이들이 외치는 함성을 듣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낸다. 사라진 힘을 다시 주워 모은다. 이를 악물고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질주한다. 그래서 우리는 응원가를 준비해야 한다. 지쳐 있는 그 누군가에게 불러줄 응원가를! 역전에 역전을 이루어줄 바로 그 응원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