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호 침몰 겪어봤기에 세월호 참사 더 가슴 아파
"'로고스 호프!'(Logos Hope), 세월호 사건 이후 좌절하는 국민들과 분열하는 한국교회, 그리고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들에게 배 이름 그대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우리의 기도제목이다."
1986년 로고스호에 승선, 1988년 배가 남미의 최남단에서 좌초될 때 현장에 있었던 이영규 목사는 "우리도 항해를 하며 많은 위험을 겪었고, 특히 로고스호의 침몰이라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이 더 가슴 아파서 많이 기도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의 소감을 듣고 나니, 뱃머리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담아 달았다는 노란 리본이 더욱 인상 깊었다.
1만2천t급 로고스호프호(Logos Hope)는 독일 모스박에 본부를 둔 국제비영리단체 GBA(Good Books to All) 소속이다. GBA는 전 세계에 복음을 전파하고, 양서를 보급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1970년 설립됐으며, 그동안 로고스, 둘로스, 로고스 2, 로고스호프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선교와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로고스호프호는 '떠다니는 UN'이라는 별명답게, 세계 60여 개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400여 명의 승무원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사역하고 있다.
선교에 필요한 모든 시설 갖춰, 영국 정부 인가 학교까지
로고스호프호는 본래 북유럽의 덴마크와 패로 제도를 오가던 국제 여객선이었는데, 2004년 이를 구입하여 2009년까지 5년간 개조·수리과정을 거친 후, 2009년부터 선교선으로 사용하고 있다. 로고스호·둘로스호·로고스2호는 오래되어 폐선하고, 현재는 로고스호프호만 항해하고 있다. 로고스호프호는 선교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심지어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학교도 있다. 영국 정부의 인가를 받은 정규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로 자격증을 가진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영규 목사는 로고스호프 한국방문위원회 실행총무로서, 여러 바쁜 사역 일정 가운데서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로고스호프호의 사역과 소감을 전했다.
이 목사는 "로고스호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준비한 사람들을 '섭리적으로' 만났다는 간증이 많다"며 "오늘도 어떤 집사님께 '30여 년 전, 80년대 초에 로고스호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영국인 선교사님을 통해 주님을 영접했는데, 그 선교사님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을 만났다"고 했다. 이어 "오래 전에 한국에 온 로고스호가 뿌린 복음의 씨앗이 자라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만남은 매우 감동스럽다"고 생생하게 전했다.
이어 "나는 그 영국인 선교사님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86년 로고스호에 승선하여 사역했는데, 당시 사무장이었던 그 영국 선교사님은 한국인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갖고 있었고 나를 자상하게 잘 챙겨주셨다. 88년에 로고스호가 좌초됐던 그 와중에 나의 모습이 배에서 보이지 않자, 내 방으로 찾아와 잠을 자고 있던 나를 깨우며 긴급한 상황을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좌초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로고스호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캄캄한 한밤중에, 암초에 부딪혔다. 결국 암초에 부딪힌 배 밑바닥에서부터 바닷물이 들어오며 배가 갑자기 기울어졌고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로고스호, 칠레 비글해협서 좌초됐지만 전원 무사
리더의 책임감과 엄격한 훈련 받은 승무원들 덕분
로고스호는 1988년 칠레의 최남단에 있는 비글해협에서 암초에 부딪혀 침몰했다. 현지 지리를 잘 아는 도선사가 하선하여 없는 가운데, 높은 파도와 강한 조류의 영향으로 암초에 부딪힌 것이다. 하지만 평소 엄격한 비상대피훈련을 받았던 탑승객 139명은 전원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다.
이 목사는 "그 당시 비상대피훈련은 해상사고를 대비해 철저하게 이뤄졌다. 배가 좌초되었을 때, 갓난아기를 포함한 10명의 어린이가 있었고, 다리를 다쳐 목발을 사용하던 자매도 있었지만, 평소 훈련받은 대로 어린이들을 먼저 탈출시켰고 그 다음 여자들, 그리고 남자들이 탈출했다. 선장은 모든 탑승객을 무사히 탈출시키고 가장 마지막에 탈출했다"며 "승객 전원이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선장과 리더들의 강한 책임감과 승무원들 모두의 대처능력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60개국 400명 함께 생활... 글로벌 리더십 배워
'노동의 영성' 통해 신앙 인격과 성품 다듬어져
이어 로고스호프호의 사역에 대해서는 "이곳 배 안에서 봉사하고 사역하는 젊은이들은 모두는 자신이 맡은 일에 열정과 최선을 다한다. 하나님 앞에서 노동, 봉사, 헌신하고 섬기는 리더십을 배운다. 이 리더십훈련은 성품훈련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60개국 출신의 400여명의 사역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사역하기 때문에, 서로를 용납하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이론이 아니라 실천적이고 삶과 사역 현장에서 서로 용납하고 소통해야 좁은 공간의 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양한 타문화를 체험하는 글로벌 리더십 훈련과 개발의 기회를 갖는다"고 전했다.
또 "400명이 함께하기 때문에 협동심이 중요하다. 각 부서마다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 공동체를 통해 노동의 영성을 훈련하고 배운다. 현대교회에는 '노동의 영성'이 익숙하지 않지만, 역사적으로 오엠은 초기에 라브리 공동체의 설립자인 프란세스 쉐이퍼의 '노동의 영성'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갑판에서 일하고, 기관실에서 일하면서 신앙 인격과 성품이 다듬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겸손하게 섬기고 주님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며 1주일에 한 번은 각종 전도 행사에 동참한다. 오엠은 초창기부터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전도지와 책자를 나눠 주고, 노방전도나 축호전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금 로고스호프 선상에서도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을 전하며, 카페 공간을 사용해 방문자들과 서로 대화하고 친해지면서 복음을 전하는 '우정전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400명의 선교사들 모두가 자원하여 선교 사역을 하고 있다. 각자 후원교회가 있고 100명 정도의 기도 동역자들이 있어서 로고스호프호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기도로 움직이는 배' 라고 말을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분열하는 한국교회에는 연합과 협력의 모델 제시
특히 이 목사는 "로고스호프호는 문화·언어·교파를 초월해 서로 연합하고 협력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분열을 넘어 연합하고 세계교회와 협력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을 제시한다고 본다. 이러한 화합과 연합과 동역의 모습이 한국교회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각 항구에서 '글로벌 멘토링 세미나'와 '글로벌 리더십 세미나'를 기획하고 선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울산·부산·군산에 이어, 인천에서는 지난 7일 로고스호프호 선상에서 글로벌 멘토링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오는 14일에는 글로벌 리더십 세미나를 진행한다.
이 목사는 "선교한국·한국세계선교협의회와 협력하며 여러 선교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한 노숙자·장애인·다문화 가족·이주민 사역자·탈북이주민 등 사회소외계층과 약자들을 돕고 섬기기 위해 여러 봉사활동과 프로그램을 로고스호프 선상과 육지에서 펼쳐왔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당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힐링 콘서트'를 로고스 선상에서 열고, 그들의 아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그들을 위로하고 기도하며 그리스도를 통해 참된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한편 로고스호프는 8월 18일 모든 한국 방문 사역 일정을 마치고 8월 19일 대만을 향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