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웨슬리 신학 최고 권위자인 성암(誠巖) 조종남 박사(서울신대 명예총장)가 미수(米壽·88세)를 맞았다.
조종남 박사는 서울신학교와 숭실대 철학과, 미국 애즈베리신학교와 에모리대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신대 교수를 거쳐 18년간 서울신대 총장을 역임했다. 서울신대는 2011년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조 박사에게 명예 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저서에는 <요한 웨슬레의 신학>, <전도와 사회참여>, <복음과 문화>, <요한 웨슬레 선교선집> 등 다수가 있다.
기자간담회에 함께한 유석성 총장은 조종남 박사를 논어에 나오는 '독신호학(篤信好學)'이라고 비유했다. 이는 독실한 믿음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뜻으로, 일관되게 하나님의 종인 사명자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
유 총장은 "조 박사님은 자신의 호 '성암(誠巖)'과 같이, 40대 초반 총장이 되신 후 18년간 성실하게 학교를 위해 애쓰셔서 오늘날 학교 발전의 기틀을 닦으셨다"며 "유능한 행정가이자 교육가로 정평이 나 있으신데, 건강하게 오래 사셔서 미수를 맞으시어 제자이자 후배 총장으로서 후학들과 함께 정성을 모아 문집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조종남 박사는 이에 대해 "학장 제의를 받았을 때 42세였는데, 다른 대학 총장님들은 다 60대이셨다"며 "두려운 마음으로 곧장 수락하지도 못하고 열흘간 기도하면서 주변 멘토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누군가 고생해야 할 것 아니냐'는 말에 수락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조 박사는 "미수까지 살아 보니, 예수 믿는 것 이상 좋은 게 없더라"며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라고 고백했다.
간담회에서는 한국교회 현안에 대한 문답이 오갔다. 먼저 신뢰도가 떨어진 한국교회 현실에 대해서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교회가 어렵고, 사회도 마찬가지"라며 "교회가 새로워져야 한다고 절실하게 느끼면서 기도하지만, 절망적이진 않다. 하나님께서는 그 속에서도 드문 드문 역사하시고 계시기 때문에, 한국에도 그런 역사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40년 전인 1974년, 복음주의권 최대 모임 중 하나인 로잔 대회에 한국 참석자 70여명을 이끌고 참석했다. 그는 "교회의 사명은 예수님께서 하셨던 그대로 함으로써 그 능력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예수님께서 가는 곳마다 전도하시고 하나님 능력으로 약자를 돕고 품으셨듯, 우리도 말로, 행위로, 권능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바로 온전한 선교"라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당시 기독교에서는 전도를 열심히 했지만 사회참여를 등한시한 쪽과, 사회참여에는 열정적이지만 전도에는 관심이 없는 양 진영이 존재했다"며 "이를 잘 종합한 것이 로잔의 정신으로, '온 세계에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전파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로잔 대회는 사회적 관심을 놓치지 않은 가운데 선교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로잔 대회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로잔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아시아 초대 위원으로서 신학분과에서 일하고 아시아 위원장도 역임했다"고 소개했다.
조종남 박사는 '로잔 정신'이 바로 18세기 존 웨슬리가 추구했던 것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웨슬리만큼 전도와 사회참여를 골고루 강조한 사람은 없었다"며 "그는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니라, 하나님은 사랑이시므로 은혜를 받으면 사랑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고 여겨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을 강조했다"고 했다.
사회참여 측면에서 오늘날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성결해지고 끊임없이 거듭나야 한다"며 "거듭났으면 그 사랑을 나누는 사회정의, 즉 사회적 성결도 함께 부르짖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웨슬리가 말했듯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한 개인적 성결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넘치는 사랑을 이웃에게 퍼트려 나가야 한다"며 "한국 모든 교회들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 박사는 "일반 사회사업과 기독교의 사회사업은 다르다"며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새로워지고, 그 사랑에 감격해서 뻗어나가는 운동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웨슬리는 자신의 죄를 먼저 회개한 다음, 사회적 운동을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교황의 방한에 대해서는 "좋은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세 감소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개신교 성도들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깊은 감격을 경험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며 "그것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톨릭이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에서도 물론 배울 점이 있는데,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낮은 자세로 섬기려 하는 모습"이라며 "교회 지도자들이 깊이 생각해 볼 점"이라고 했다.
유석성 총장도 교황 방한에 대한 바람을 피력했다. 유 총장은 "전 세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열광하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실천' 때문"이라며 "교회도 사랑의 사회적 실천인 사회정의와 평화에 무관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 총장은 "현실도피성이나 자기중심적 이기주의·기복 신앙, '예수 믿고 천당 가는' 게 전부인 반지성적 신앙이 아니라, 나누고 섬기고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하는 신앙을 실천할 때 교회가 교회다워지고 한국 기독교가 새로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총장은 "한국에 그냥 왔다 가시는 건 의미가 없고, 하나는 남북 문제의 근원적 화해를 위한 제스처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또 하나는 '평화'라는 세계 역사의 방향에 역행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경종을 울려 주시고, 그 상징적 존재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아 주셔서 이 문제가 전 세계로 알려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 등 조종남 박사의 제자들은 미수를 기념해 조 박사가 30여년간 저술한 출판물들을 선별하여 문집 5권을 발간하고, 조 박사의 자서전 <하늘 연어>를 더해 8일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