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6·한국명 배준호) 선교사가 지난 30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31일 배 선교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북한에 촉구했다.
케네스 배 선교사는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석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주고 있다고 듣고 있으나 조선에 머문 지 거의 2년이 지나려 하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며 "미국 정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미국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조선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특사를 파견해서 문제를 해결해주길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케네스 배 선교사는 "이 땅에서 전쟁이 종식되고 조선과 미국이 이제는 공존하고 서로 평화를 누리는 새 세상이 오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나는 조선과 미국을 이어주는 친선다리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조선 정부가 지금까지 가족과의 전화통화나 입원 치료 등 인도주의적인 조치를 다 취해준 것에 대해 감사 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배 선교사는 "원래 가지고 있는 담석증, 지방간, 고지혈증, 전위선비대, 척추변형증 등의 질병 이외에 최근에는 비장비대의 증상도 나타나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교화소로 돌아가게 되면 또다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정신적 부담감도 있다"고 했다.
조선신보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입원 치료를 받은 케네스 배 선교사가 가까운 시일 안에 특별교화소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전하며 북한의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워싱턴 주에 거주하는 배 선교사의 가족은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에 배 선교사의 석방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테리 정 씨는 "오빠의 석방과 함께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오빠의 생명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고, 오빠가 다시 노동교화소로 보내지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 케리 국무장관이 오빠의 석방을 위해 긴급조치를 취해 줄 것으로 간청한다"고 말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배씨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염려하고 있고, 인도적 차원에서 배씨를 특별 사면해 즉각 석방할 것을 북한 당국에 계속 촉구하고 있다"며 "스웨덴 대사관 측이 지금까지 배씨를 11차례 면담했으며, 마지막 면담은 4월18일에 있었다"고 전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배 선교사 발언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북한과 같은 나라에 억류된 상황에서 비디오에 나와 하는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대변해온 조선신보가 이날 케네스 배의 발언을 이용해 보도한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배 씨는 지난해 11월 3일 북한을 방문했다가 억류당했으며 북한 당국으로부터 불법선전물을 유포한 혐의를 입어 15년의 노동 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워싱턴 주 린우드에 거주했던 배 선교사는 미국 시민권자로 북한 관광 여행사를 운영하며 2012년 11월 3일, 관광객 5명을 인솔해 함경북도 나진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 나오는 과정에서 평양으로 압송됐다.
북한은 "배 선교사가 2010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반공화국적인 종교활동으로 우리 제도를 붕괴시킨다는 소위 '예리코(여리고)작전'을 직접 계획하고 그 실현을 위해 학생 250여 명을 관광 목적으로 나선시에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억류 되기 전 배 씨는 북한 고아들을 돕고 빵공장을 지원하는 등 수년간 구호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 씨는 수 백 명에 달하는 고아원을 지원하고 나진 선봉 지역의 빵 공장도 지원한 사실도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 행위로 배 선교사에게 15년 노동 교화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