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귀국하였습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이런 전력으로는 큰 것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집사님이 보내주신 영상은 선수단의 귀국 방법을 다양하게 하자는 웃음을 자아내는 내용이었습니다. 골을 넣은 손흥민, 이근호, 김신욱은 비행기 1등석으로,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은 비행기 이코너미(Economy) 석으로, 기성용과 구자철은 여객선으로, 정성룡은 어선으로, 수비진은 뗏목으로, 그리고 박주영과 홍명보 감독은 수영으로 돌아오게 하자는 것이지요. 실제로 선수단이 귀국할 때 엿을 던진 사람이 있다고 하니, 참으로 월드컵에 대한 열심과 기대는 재미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실패자를 다루는 세상적인 법칙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가장 괴롭고 낯 뜨거운 사람은 아마 분명히 선수들과 감독일 겁니다. 죄의식과 자책으로 가득차서 그들은 비행기에서 내렸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가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세상은 냉혹합니다. 혹 자신의 죄를 용서받은 그리스도인들도 실패자에게 냉혹한 것은 아닐까요? 자기편이 아니면,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면, 너무도 냉혹하고 살벌하게 비판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참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복음은 죽어 마땅한 죄인을 향하여 “무죄!”(innocent)라고 선언합니다. 사탄은 “너는 죽어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너는 죄인이다”라고 하면서, 정죄감(condemnation)을 부채질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그리스도 안에서 너는 무죄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심각한 공로주의, 실적주의가 낳은 인과론에 의거하여 판단합니다.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가차 없이 해고시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의 공로를 따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로 구원합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는 “내가 내 아들 그리스도의 희생을 보았다”라고 선언합니다. 따라서 바울은 “너희는 자신을 정죄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 안에는 결코 정죄함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죄와 사망의 법으로부터 해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죄에서 자유함을 누리는 것입니다. 율법의 정죄, 죄와 사망의 그늘에서 우리가 해방되어 심령의 자유를 즐기게 되는 것입니다. 해방을 경험한 사람은 내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나님의 자녀라고 믿습니다.
내과 의사이자 정신과 의사인 폴 투르니에는 적당한 죄책감은 아이를 교육시키고, 스스로를 성숙시키는 조미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죄감은 파괴적입니다. 심각한 정죄감은 우리의 자존감을 망가뜨리는 악영향을 미칩니다. 복음은 우리의 죄책감이 정죄감으로 나가지 않게 하고, 우리를 구원받은 자의 감사로 이끌어 줍니다. 복음 안에서 책임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