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소설 <벤허(Ben Hur)>보다 영화 <벤허>에 익숙하다. 필자도 십대 시절 영화를 보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벤허>는 1959년 만들어졌는데, 윌리엄 와일러(Wilhelm Weiller)가 감독을 하고 찰턴 헤스턴(Charlton Heston), 스티븐 보이드(Stephen Boyd) 등이 주연을 맡았다.
소설 <벤허>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시대 배경은 서기 26년, 로마 제국 시대. 주인공 유다 벤허(Judah Ben-Hur)는 예루살렘에서 소문난 부호로 노예도 많이 있었다. 벤허는 사이오니데스란 노예의 딸 에스터(Esther)가 출가를 한다는 말을 듣고, 노예 신분을 풀어준다. 에스터는 비록 노예 신분이지만 벤허는 그녀를 은근히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마의 지배 아래에 있던 이스라엘에 새로운 총독 발레리우스 그라투스(Valerius Gratus)가 부임해 오는데, 신임 총독 일행에 주둔 사령관으로 벤허의 옛 친구인 메셀라(Messala)도 함께 온다. 메셀라는 벤허의 오랜 친구였다. 그러나 그들은 옛날과는 달리, 로마와 이스라엘이라는 적대적인 상황으로 인해 우정에 금이 간다.
다음 날 신임 총독의 부임 축하행진 중 벤허의 여동생이 실수를 하여, 집 기왓장이 행진하던 총독에게로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기와가 얼굴을 들고 있던 발레리우스 그라투스 총독에게 정통으로 떨어진 것이다. 총독은 기절하여 말에서 떨어졌고, 기병들은 말에서 뛰어내려 방패로 총독을 에워쌌다. 사건을 목격한 군중들은 젊은이가 일부러 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이를 유대인의 계획적인 사고로 보고 메셀라는 무고함을 알면서도 벤허의 가족을 잡아들인다. 결국 어머니 미리암(Miriam)과 누이 티르자(Tirzah), 그의 연인 에스터는 감옥에 갇히고, 벤허는 재산을 몰수당한다. 벤허는 쇠고랑에 묶이고 포박을 당한 채 끌려가다가 나사렛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다(영화에서도 이 장면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명장면이다).
"그때 아까부터 요셉의 뒤를 따라온 한 젊은이가 등에서 톱을 내려놓더니 우물에서 한 사발의 물을 떠 가지고 포로(유다 벤허) 곁으로 다가갔다. 젊은이의 하는 행동이 퍽 우아하고 점잖게 이루어졌으므로 누구 하나 그 손을 막으려 들지 않았다. 젊은이가 부드럽게 포로의 등에 손을 올려놓자 포로는 눈을 들고 이 젊은이를 바라보았다. 아, 그 모습! 아마도 그 포로는 언제까지라도 그 맑은 얼굴 모습을 잊을 수가 없으리라!
얼굴의 윤곽을 장식하고 있는 물결치는 갈색의 머리털, 높푸른 가을 하늘처럼 끝없이 맑은 두 개의 눈, 그것은 사랑과 위엄이 가득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뢰와 복종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눈이었다. 어떠한 고통의 물결 속에 자기 몸이 뒹굴지라도, 지금 자기 자신에게 내려 닥친 이 무시무시한 징벌에 대해 어떻게 해서라도 복수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하겠노 맹세하고 있는 포로 유다의 가슴에, 그 젊은이의 모습은 떨리는 듯한 감동을 일으켰다"(86쪽).
벤허는 사발에 입을 대고 사랑에 넘치는 물을 마셨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 마디의 대화도 주고받지 않았다. 젊은이(예수)는 벤허의 어깨 위에 놓아둔 손을 움직여 먼지 투성이가 된 그 머리와 이마를 정성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은 마치 어머니가 아들을 축복해 주는 것과도 비슷했다. 벤허는 이렇게 예수님을 처음 만났다.
벤허는 결국 양발이 쇠사슬로 묶인 채 죽음의 노예 함선을 타고 노를 젓는 신분으로 전락한다. 노수(虜囚)들은 여든네 명씩 두 시간마다 교대하였다. 그들은 한 마디 말도 없이 맡은 일을 해나갈 따름이었다. 노를 젓는 시간에는 서로의 얼굴을 보아서는 안 되었다. 짧은 휴식시간은 잠과 한 입의 식사로 채워졌다. 그들은 어느 때고 웃거나 노래하지 않았다. 노수들은 거의 세계 각국의 인종들이 섞여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전쟁 포로들 중에서 근육과 인내력이 강한 탓에 뽑혀 온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벤허가 젓는 함선이 해적선의 습격을 받는다. 벤허는 이때 함대 사령관 퀸타스 아리우스(Quintas Arrius) 제독의 목숨을 구해줌으로써 제독의 양자가 되고, 로마의 자유 시민이 된다.
그로부터 5년 후, 로마의 귀족 생활을 하던 벤허는 가족들의 소식이 궁금하여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온다. 고향에는 옛날 자신의 집 노예였던 에스터가 홀로 집을 지키고 있었다. 돌아온 벤허는 친구 메셀라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다. 어느 부호 아랍인의 지원을 받은 벤허는 메셀라와 함께 전차 경주에 출전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차 경주가 시작되고, 결국 메셀라의 전차는 뒤집혀졌으며, 벤허가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메셀라는 죽음에 직면해서 벤허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나병에 걸려 나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골짜기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나병 환자들이 있는 골짜기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나러 간 벤허의 슬픔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에스터는 예수님이 기적을 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벤허와 함께 데리고 간다. 그러나 마침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십자가형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그에게 물을 갖다 주던 벤허는, 오래 전 그가 노예로 팔려가던 중 나사렛에서 그에게 물을 떠주던 사람임을 알고 놀란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자 갑자기 하늘에서는 천둥 번개가 치고 기적이 일어난다. 그리고 어머니와 여동생의 나병은 치유된다.
소설 <벤허>는 그리스도를 부인하기 위해 자료를 찾던 루 월리스가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 앞에서 회심한 후 쓴 위대한 기독교 문학이다. 작가는 유대인 벤허와 그 친구이자 경쟁자인 로마인 메셀라를 등장시켜, 주인공 벤허가 예수를 만나게 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1922년 골드윈에 의해 처음 무성영화로 제작되었다. 그 후 1959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는데, 아카데미상 12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무려 11개 부문의 상을 받았다. 하이라이트인 15분간의 전차 경주 신을 위해 1만 5천명이 4개월간 연습했던 전설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스도의 신성을 증거한 작가, 루 월리스
작가 루 월리스(Lew Wallace·1827-1905)는 1827년 미국 인디애나주 브루크빌에서 태어났다. 그는 법률을 전공하던 중 멕시코 전쟁에 지원하여 1846-1847년 복무했으며, 남북전쟁 기간에는 육군 소장으로 북군을 지휘했다. 그는 1865년 예편하여 변호사가 되었으며, 1878년에는 뉴멕시코 주지사, 1881년에는 터키 주재 미국공사가 되었다가, 1905년 2월 15일 인디애나주 크로포즈빌(Crawfordsville)에서 사망했다.
월리스의 작품 속에 나타난 상상의 세계가 광대하고 화려하듯, 자신의 현실 생활도 그에 못지않게 폭이 넓었다. 그는 법률가, 장군, 외교관, 작가 등에서 어느 칭호를 이름 위에 붙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였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장군이요, 문인이었던 월리스는 기독교의 신화를 영원히 없애버릴 책을 써서 인류를 그리스도에게 매여 있는 굴레로부터 벗겨주자고 친구 한 사람과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도서관에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깊이 연구하여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가 허위라고 주장하는 책의 제1장을 쓰고 제2장의 첫 페이지를 쓰다가,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엎드리어 무릎을 꿇고 "당신은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그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증거하기 위하여 <벤허>라는 유명한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