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기업의 종교자유를 허락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하비로비 사는 오바마케어의 낙태 및 피임 강제 조항 여부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소송을 벌여 오늘 월요일 결국 승소했다.
이 소송의 핵심은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종교자유가 개인이나 비영리 단체에만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영리 목적의 기업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송은 미국의 헌법에 명시된 종교자유를 누릴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소송이면서 동시에 고용주의 종교성이나 종교적 경영 방침이 정부 혹은 제3자와 마찰을 일으킬 시 어느 선까지 보장되어야 하는 지를 명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번 소송에서도 역시 5대 4로 하비로비가 승소했다. 섀무얼 알리토 판사는 “이 판결은 보험에서 낙태 및 피임에 대한 조항에만 적용되며 예방 접종이나 약물 투여와는 반드시 직결돼 있지 않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 그는 “직원들은 낙태나 피임과 관련된 혜택을 오바마 행정부가 종교단체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조항을 통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판결을 통해 미국의 종교자유는 개인이나 비영리단체 뿐 아니라 영리단체에도 적용될 수 있게 됐다. 조금 더 나아가면 고용주의 종교적 경영 방침이 회사에 반영될 수 있다, 고용주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경영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번 판결에 더해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 것은 종교와 의료 행위에 대한 우선권 논쟁이었다. 미국 내에서는 이미 종교적 이유의 수혈 거부, 예방접종 거부, 키모 치료 거부 등 종교가 의료 행위와 마찰을 빚은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에서 알리토 판사는 ‘낙태와 피임에 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예를 들면, 여호와의증인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직원들의 수혈에 관한 보험을 거부한다든지, 무슬림 기업이 돼지에서 추출한 콜라겐 시술을 거부한다든지, 고용주가 종교적 이유로 예방 접종 보험을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토마이어 판사는 구두변론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했으며 엘리나 케이건 판사는 고용주가 종교적 신념을 들어, 성차별 금지법, 최저임금법, 어린이노동법 등도 거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판결은 오바마케어의 낙태 및 피임 조항과 관련해 미국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약 40여개의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미국의 헌법이 명시하는 종교자유에 대한 논쟁은 미국이 기독교 국가라는 정체성에서 멀어질 때마다 발생했다. 이 문제는 결국 1993년 제정된 종교자유회복법에 의해 “정부는 국가적 유익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 아니라면 개인의 종교적 자유에 실질적인 부담을 부과해서는 안된다”고 정리됐으며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은 “이 종교자유가 기업에도 적용된다”는 역사적인 판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