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일상화와 핵가족화 등 서구화된 환경으로, '아빠(남성)'의 육아나 집안일 참여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딸바보'라는 말을 비롯해 '아빠 어디가?(MBC)', '슈퍼맨이 돌아왔다(KBS)' 등 '아빠와 가정'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드러내 준다. 가정의 달을 맞아, '아빠'에 대한 책들을 펼쳐본다.

아빠의 사랑법

그레고리 슬레이톤 | 두란노 | 256쪽

"지금까지 30년 넘게 세계 다양한 사회와 문화 속에서 아빠들과 아빠 역할을 연구해 왔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아빠의 역할은 다른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미국에서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나중에 감옥에 가거나 약물에 중독되거나 고등학교에서 낙제하거나 사생아를 낳거나 정신질환을 앓거나 일찍 비명횡사할 확률이 2-3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20대부터 장학금을 받으며 개발도상국에서 사역했고, 30대에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전문가로 승승장구했으며, 아이비리그 교수와 외교관까지 지냈다. 그러나 "내가 했던 모든 역할들, 심지어 권위 있는 상을 받거나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 낸 역할들도 그 일을 나보다 더 잘 해낼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하지만 아이들의 아빠로서 나의 일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난 그는 아빠 없이 자라야 했다. 어릴 때는 아빠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술과 파괴적인 행동들 때문에 아빠는 가족으로부터 점점 멀어졌다고 한다. 부모는 청년이 되자마자 이혼했고, 아빠와는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네 아이의 아빠가 된 저자는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고 있다. 그렇다 해서 그가 지금 마냥 좋은 아빠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나는 부모로서 실수를 너무 많이 했다. 어쩌면 이것도 우리의 공통점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다. 그 일에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한다면, 우리 모두 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가족과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자로서 우리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최고의 아빠가 되는 것'은 평생에 걸친 여행이고, 멋진 여행을 떠날 때 꼭 필요한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가려고 하는 곳의 '분명한 지도'로, 우리가 어떤 유형의 아빠가 되길 원하는지, 5년, 10년 후 어떤 가정을 꾸리기 원하는지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비전'이다. 둘째는 그곳에 도달하도록 도와줄 강력한 '여행 장비'이며, 셋째는 함께 여행하며 힘들 때마다 우리를 도와줄 중요한 사람들, 아내나 좋은 동료 아빠들 같은 '헌신된 팀'이다.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여행 장비', 즉 올바른 사랑법이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아이들의 변화를 일으키는 이 10가지 사랑법은 수천 년 동안 지속돼 온 성경의 가치와 원칙들에 근거한 것이다. 그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우선순위 ②부부 관계 ③돈보다 가치 ④다정다감 ⑤집안일 하기 ⑥공감하기 ⑦기도하기 ⑧팀워크 만들기 ⑨포기하지 않기 ⑩사랑의 완성.

이후 저자는 '싱글 대디'나 '기러기 아빠' 등 특수한 상황에서도 "아빠는 여전히 아빠"라면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극심한 시련',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상과 질병, 심지어 이번 세월호 참사와 같은 갑작스런 죽음 같은 일이 생길 때 그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먼지를 털고 일어나 인생의 경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운다.

"최고의 아빠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라.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그리고 앞으로 절대 '다시 하기'는 없을 것이다. 아빠의 여행은 쉽지 않으며, 고통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부디 아빠의 여행을 앞두고 피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오늘, 그리고 앞으로 매일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하나님께 힘과 지혜, 사랑과 용기, 기쁨과 소망을 달라고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