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김우현 | 규장 | 248쪽

이 책은 '최춘선 할아버지' 이야기로 유명한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에 이은, 김우현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입니다. 책과 DVD로 구성된 이 출판물에 등장하는 5명의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애통하는 자'들의 상징이라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첫 번째는 혼혈인 '배기철' 씨입니다. 그는 혼혈인(이태리계 백인 미군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이지만, 그 서러움을 믿음으로 넘어서 무속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사랑하기 힘든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라 말하는 그는, 오늘도 서울 무속인촌을 '사마리아'로 여기고 사랑으로 전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본문에서 저자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사랑이란 그냥 기도만 하거나 불쌍히 여기는 것만이 아니거든.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아주 실제적으로 그들을 알고 영적으로 변화를 시켜야만 되지. 그동안 전국의 무속인들 실태를 파악하고, 그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기도하고, 자주 만나서 전도하는 일을 했거든."

저자인 김우현 감독은 전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전도된 사람이 있느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 때 배기철 씨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럼, 여러 명 전도했지. 이 사람들도 가까이 다가가 보면 다들 공허하고 고통이 많아. 진정한 사랑에 목말라 있다고. 마음을 열고 대하면 변화가 불가능한 건 아니야." 자신의 아픔을 신앙으로 이기고 타인의 아픔에 대해 애통해 하는 그의 사랑에 깊은 묵상을 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태권도로 사역하는 '한재성' 선교사입니다. 2004년 9월 13일, 한재성·김진희 선교사 집에 강도가 침입해 아내인 김 선교사가 피살당합니다. '주를 위해 먼 이국까지 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생명이 끝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분명 한재성 선교사에게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내 장례식 때 읽으려 쓴 그의 글 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순교할 각오를 했지만 정말 하나님이 순교하게 하실 줄이야...." 그의 애통함이 충분히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 선교사는 아내의 피값을 열매로 맺기 위해 다시 그 카자흐스탄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정말 하나님의 사람은, 애통하는 사람은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세 번째는 태국에서 순교한 '김상렬' 청년입니다. 2001년 8월, 태국 치앙마이 빠마이에서 김상렬 청년은 산족 아이들을 위해 길을 닦는 봉사를 하다 주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건강하지도 않았던 믿음의 학생이 국제사랑봉사단 단원으로 섬기다, 스무 살의 나이로 일기를 마친 것입니다. 하지만 상렬 군의 희생 이후 오지 선교사를 위한 기도모임이 생겼고, 태국 현지에서는 매년 수천 명의 산족들이 늦은 밤까지 하나님을 찬양하는 축제를 열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놀라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조은령' 감독입니다. 미국 뉴욕대 영화과 출신으로 단편영화 '스케이트'로 칸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촉망받던 여성 영화감독입니다. 그녀는 세상의 욕심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고, 항상 하나님의 풍경을 담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영화를 제작했는데, 2003년 집에서 실족사했습니다. 매 순간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영화 작업을 했던 그녀의 삶은, 주위 사람들에게 큰 도전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고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귀한 분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우리가 잘 아는 '김선일' 씨입니다. 부산신학대,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꿈꿔왔던 이슬람 선교를 위해 무역회사 직원으로 이라크에 간 인물입니다. 현지 사람들이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면 인생이 괴롭다고 했지만, 그는 항상 1천 디나르(dinar)씩 바꾸어 지갑에 넣고 다녔습니다. 다른 사람이 주지 않으면 자신이 더 주겠다는 긍휼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일부 목사님들은 끝까지 믿음을 지키지 못했다고 김선일 씨를 비난했지만, 이 책을 읽고 뒷이야기를 알게 되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겁니다. 그는 내성적이고 부족한 믿음의 사람이었음을 스스로 알았지만,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무슬림들과 가난한 자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애통하는 마음이 커서 이라크 땅으로 간 것입니다.

약하고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을 만날 때 어떤 마음으로 사십니까? 애통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기도하십시오. 애통하는 마음을 회복하게 해 달라고....

사랑합니다. 하늘뜻섬김지기 이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