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 같은 곳에서 해주길 기다렸어요. 그런데.... 아무도 주관을 안 하더군요. 그래서 엄마 4분이 뜻을 모아 준비했습니다.”

지난 2014년 5월 18일 마이아미 인근의 Weston지역에 위치한 Library Park(4499 Bonaventure Blvd, Weston, FL 33332)에서 작은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처음에는 누가 이모임을 주관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처음 이 지역에 붙어 있는 집회안내 포스터에는 누가 이 모임을 주관하는지에 관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40명 가까이 모인 이날 집회에 대분의 참석자들은 검은색 계열의 정장에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단 엄마들과 아이들, 몇 명의 같이 따라온 아빠들이었지만, 한인회 관계자들도, 지역 단체장들도, 지역 종교단체 지도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평소 조용히 지내고 있던 엄마들이 주가 되어 모임이 이루어 졌던 것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모임에 40여 명이나 모일 수 있었는지 이 지역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신기할 정도였다.

이날의 추모집회 식순은 다음과 같았다.

1.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실종자들을 위해 묵념 / 다같이
2. 천개의 바람 노래 / 김현정
3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현탁엄마의 편지글 낭독 / 오순근
4. 동영상보기(카톡 또는 아이패드 사용함.)
- 지식채널e “잊지 않겠습니다.”영상 (http://youtu.be/fyQOP5iaOGE)

5.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을 위한 글 / 심상희

비록 엄마들이 주도해서 모인 집회였지만 이 모임은 그 어떤 집회, 어떤 모임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간절함과 안타까움, 진실성이 있었다.
여느 모임처럼 보이기 위한 모임이거나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말로 말 그대로 ‘순수한 모임’이구나 라는 생각이 진실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왜 엄마들이 모이게 되었는가? 그리고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집회를 준비했던 한 엄마(심상희씨)는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위한 글>을 통해 “국화꽃 한 송이 놓을 기회마저도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자리인줄 정말 몰랐습니다. 준비과정에서 많은 오해와 걱정과 소문들 속에서도 지금 이 자리에 왔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임의 이유에 대해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또 반복 되어야 하는 걸까요? 내 안의 이기적인 본성으로 '나만 내 가족만 괜찮으면 되지' 하는 그런 이기심과 욕심이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게 하지는 않았을까요?? ... 나부터 챙기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모르는 이들에게 배려와 관심과 사랑을 나누었을 때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 집회는 단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집회가 아니라 우리를 돌아보며 다시는 이런 일을 우리가운데서 만들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이 책임을 다하겠다고 하는 결의의 자리이기도 했던 것이다. 당연히 모임을 주관하였으면 좋았을 지역의 기관단체나, 교회에서의 모임은 아니었지만 이 작은 모임이 더 힘이 있어 보였던 것은 그 순수함과 간절함, 그리고 무언가 이곳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더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오신 분들은 헌화 후에 방명록에 서명을 하였는데, 이 방명록과 더불어 남부플로리다한인연합감리교회(담임 이철구 목사) Youth와 주일학교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쓴 100장이 넘는 손카드와 성금을 오는 6월 1일 한국의 희생자 가족 분들께 보내서 위로의 뜻으로 전달하고자 한다고 한다.

<글, 사진 / 미션플로리다 제공>

아래는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을 위한 글(심상희)>의 전문입니다.

제가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준비 하면서 국화꽃 한 송이 놓을 기회마저도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자리인줄 정말 몰랐습니다. 준비과정에서 많은 오해와 걱정과 소문들…속에서도 지금 이 자리에 왔습니다. 평범하고도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가 무슨 배짱으로 많은 마이애미교민들도 생각만 있었지만, 먼저 나서서 하는 사람 없는 이 지역에서 왜 제가 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저는 우리 아기들이 태어나서 처음 하는 말,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접하고 저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몇날 며칠을 울고…또 울며
매일을 인터넷 기사만 보고 또 보고…애타게 한명의 구조자라도 있을까..마음 졸이며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소식은… 잔인하고 비참하게도.. 맨날 거짓과 오보들 뿐이었습니다. 그 사이, 세월호 안에 갇혀있던 우리 아이들과 많은 사람들은 모두 죽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유가족들은 내 아이가 저기 있는데… 엄마가 아빠가 되어 가지고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이 비참한 현실 또한 정말 잔인했습니다.

엄마가… 아빠가… 아직도 제대로 뭐하나 해 준적이 없는데...얼마나, 미안할까.. 얼마나, 보고플까...그래서 전 국민들은 너도 나도 부모의 마음으로, 한 생명이라도 기적처럼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마음으로...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미안한 마음에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노란 리본을 카톡 대문 사진에 올렸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미안하고 너무 미안해서… 조금이나마 하늘에서 있을 그들에게 위로하기 위해 이 추모행사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 세월호 사건도 얼마 후면 우리들 가슴에 다 잊히고 무뎌지고 그냥... 감기가 걸려서 몸살을 앓고 시간이 흐르면 낫듯이 우리의 마음도 그냥 시간이 흐르면 낫겠죠. 하지만, 지금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평생을 약을 먹어도 평생을 울어도 내 아들이 내 딸이 내 엄마가 내 아빠가 돌아오질 않는 현실을 느끼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야 하는 걸까요? 내 안에 이기적인 본성으로 '나만 내 가족만 괜찮으면 되지?' 하는 그런 이기심과 욕심이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게 하지는 않았을까요?

오늘, 지금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이, 가슴 깊이 내 마음에 노란 리본을 새기며,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룬다는 노란 리본의 말처럼...나 부터 챙기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모르는 이들에게 배려와 관심과 사랑을 나누었을 때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잃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단원고 어린 학생의 생명과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내 마음 안에 기적을 꿈꾸어 봅니다. 자… 이제 제 가슴에 여러분의 가슴에 노란 리본을 새기며,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루는 아름다운 일을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돈에 내 영혼을 팔고, 명예에 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권력으로 다른 이에게 고통을 주는 이런 세상…이제부터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였으면 합니다.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이 내 것이 되었을 때, 나…에서 너….로 너에서….우리…로 이것이 바로 ‘사랑’의 실천입니다. 함께하는 사랑, 나누는 사랑 그랬을 때, 다시는 오늘과 같은 가슴 아픈 추모행사를 기리는 일들이 없을 것입니다.

<취재후기>
이 모임을 취재하면 모이신 분들은 가능한 언론에 자신들의 얼굴이 나오는 것도 이름이 나오는 것도 원치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몇 일의 설득을 통해 (1)진실된 기사만 써 줄 것과 (2)단체사진 또는 헌화하는 사진만 올려줄 것을 약속하고 기사화하는 것을 허락 받았습니다. 이 귀한 모임의 뜻을 전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신 엄마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래는 왜 이 모임을 취재하기를 원했는지 모임의 대표이신 엄마께 드렸던 메일의 일부입니다.

처음 이 사건이 발생 되었을때
저는 먼저 나와 우리 교회를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나와 우리들 교회가 저지른 사건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들의 신앙과 우리의 현실을 분리해서 생각했던,
우리의 일그러진 잘못된 모습들이
결국 대형교회들이 즐비한 우리가 속한 사회에
아무 영향력을 주지 않았음이 증명되는 것 같아서 충격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사건 이후에도 한참이나 지났지만 교회들은 잠잠히 있습니다.
마치 교회는 아무 잘못이 없는 양, 그저 세상이 알아서 해결해야 되는 일인 양,
주일날만 교회 안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찬양 부르고,
세상만 비판만 하는 교회의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여기서도 교회들이 잠잠히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교회마다 위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분명히 가지셨을 겁니다.
그러나 역시 남의 일이라는 생각,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
한국이라는 국가가 변해야지 여기 교회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들 때문이 아닐까요?
이 생각들은 교회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나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회개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이 모임을 귀하게 생각했습니다.
이 사건을 우리의 일로, 나의 일로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변화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사를 쓴다 해도 제가 취하는 이득(?)은 어떤 것도 없습니다.
기사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제 일과 상관된 부분도 없습니다.
무엇을 홍보하기 위함도 없습니다.
단지, 교회가 변화되길 원하고, 우리가 변화되길 원할 뿐입니다.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주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모임의 뜻을 제대로 알려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큰일을 하셨는지 모르실겁니다.
엄마들이.....
우리 "사회"와 "교회"라는 호수에 큰 돌을 던지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작은 것들을 들어 쓰심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오병이어의 기적이 이곳에서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준비했던 엄마에게 미션플로리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