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각종 모임 전에 기도를 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연방대법원이 5일 판결했다. 기도 자체가 합헌일 뿐 아니라 기도의 내용이 특정 종교에 편향돼 있더라도 무방하다고도 했다. 1983년 마쉬 대 챔버스 소송(Marsh v. Chambers) 이후, 30여년 만에 치러진 그리스 대 갤로웨이(Greece v. Galloway) 소송에서도 연방대법원이 기도할 권리를 보장하면서 이 문제로 인해 몸살을 앓던 공공기관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욕 주 그리스 시는 타운홀 미팅 때마다 기도해 왔는데 이에 대해 유대인인 수잔 갤로웨이 씨와 무신론자인 린다 스테픈스 씨가 기독교 편향적이라며 위헌 소송을 낸 바 있다. 갤로웨이 측은 기도 인도자 다수가 크리스천이며 기도 끝에 ‘아멘’이라고 말하는 것이 타종교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시 외에도 미국 다수 지역에서 공공기관의 기도에 대한 갈등이 진행되던 터라 이 소송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또 마쉬 대 챔버스 소송에서 “의회 개회시 기도하는 목사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이는 미국의 역사적 전통”라고 판결했던 연방대법원이 이번에 어떻게 판결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종교 자유 역사와 현 주소도 점검할 기회로 인식됐다.
이 소송은 "기도할 권리" 그 자체보다는 "기독교적인 기도를 금지시키겠다"는 의도가 강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판결에서 케네디 대법관은 기도가 반드시 여러 종교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인식도 경계했다. 그는 "기도가 중립적(nonsectarian)이어야 한다는 것은 그 기도를 주관하는 의회나 이 문제를 다루는 법정으로 하여금 종교적 발언을 검열하고 심의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즉,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이 단순히 기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 "기독교적 기도를 하는 것도 보장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이 소송에 대해 뉴욕 지방법원은 시 정부의 손을 들어 줬으나 뉴욕 제2항소법원은 만장일치로 판결을 뒤집은 바 있다. 현재 미국 대다수 지역에서는 “기도가 특정 종교에 편향적이지 않다면 불법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상태지만 무신론자들의 무차별적 소송과 그 소송 비용을 두려워한 일부 지역에서는 기도하던 전통을 자발적으로 폐지하고 있었다.
이 소송에서 예상대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새무얼 알리토, 안토닌 스칼리아, 클래렌스 토마스 대법관 등 4명의 보수적 대법관이 찬성표를, 스테픈 브레이어, 엘리나 케이건, 소니아 소토마이어, 루스 긴스버그 대법관 등 4명의 진보적 대법관이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스윙보터 역할을 하는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이 찬성표를 던지며 5대 4로 판결이 났다.
케네디 대법관은 “그리스 시의 타운홀 미팅에서 기도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 마쉬 대 챔버스 소송에서도 의회의 기도가 정교분리 조항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연방대법원은 판결한 바 있다. 기도는 사실 종교적이긴 하지만 헌법의 정교분리 조항과 양립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헌법이 구성될 때부터 의회는 기도해 왔고 이것은 의원들이 보다 숭고한 목적을 위해 사소한 차이를 초월하며 정의와 평화라는 공동의 열망을 표현하게끔 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