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이집트의 무르시 대통령 축출된 이후 군부의 강압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집트 법원이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자에 대한 대규모 사형판결을 지난달에 이어 또 내렸다.
이집트 남부 민야지방법원 사이드 유세프 판사는 28일(현지시간) 경찰관 살해와 폭력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 683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이날 미국 CNN 방송 등 여러 외신들이 보도했다. 사형 판결을 내린 피고인 가운데엔 무르시의 지지기반인 무함마드 바디에 무슬림형제단 의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피고인은 지난해 8월 군인과 경찰이 카이로 라바광장에서 무르시 지지파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이 숨지자 이에 민약 사말루트 지역의 경찰서를 겨냥해 항의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이들은 경찰관 살해와 폭력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선고 직후 피고인 가족들은 소리지르며 항의했다. 일부는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고 BBC는 전했다.
사법부의 이러한 판결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군부가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5월 26, 27일 양일간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군부는 압델 파타 엘시시 전 국방장관을 대선후보로 밀고 있으며, 당선이 유력하다.
무르시 지지세력은 엘시시가 2011년 2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뒤 들어선 이집트 첫 민선정권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를 저해했다고 군부를 규탄해 왔다. 무슬림형제단은 무르시 축출 이후 계속 저항해 왓으며 엘시시 전 장관이 집권에 성공한다 해도 저항을 계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이집트 군부가 사법부에 압력을 넣어 근대 사법제도를 받아들인 이래 최대 규모의 사형선고를 내렸다 해도 안팍의 비난을 감안해 경고성 메세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날 사형선고를 받은 683명 중 50명 가량만 구금돼 있고, 나머지는 법정에 나오지 않은 궐석상태로 선고를 받았다. 또한, 항소심을 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놓은 상태다. 유세프 판사는 지난달 24일에도 이번 혐의를 이유로 다른 무르시 지지자 52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가 37명에 한해 사형을 확정하고 나머지 492명은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바 있다.
이를 보고 이집트 내부에선 군부가 대선을 방해할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대자를 처벌할 것임을 보여주는 경고성 메세지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지난 3월, 국방장관에서 물러나고 대선출마를 선언한 압델 파타 엘시시(60)는 지난해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 축출에 앞장서면서 급부상한 인물이다. 1954년 카이로에서 태어난 엘시시는 1977년 이집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기계화 보병부대에서 군 경력을 시작, 기갑부대 사령관, 이집트 북부 사령관 등을 요직을 거쳤다.
1992년 영국 합동지휘참모대학(JSCSC)에서 수학했고 미국 육군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아 이집트 군부에서 미국통으로 꼽힌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때인 2011년 최연소로 국방부 정보국장에 올랐으며 2011년 초 민주화 시위로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한 뒤 군 수뇌부가 20여명의 군최고위원회를 구성했을 때도 최연소 위원으로 참여했다.
2012년 6월 취임한 무르시 대통령은 그해 8월 무바라크의 측근이던 무함마드 후세인 탄타위 국방장관을 전격 해임하고 후임으로 엘시시를 임명했다. 그는 2013년 6월, 자신을 장관으로 임명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