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그리고 장기간 여행을 하는 사람일수록 가방의 무게는 늘어납니다. 여행하면서 입을 옷과 여러 가지 용품들을 가방에 집어넣다 보면 가방은 한도 끝도 없이 채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행객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여행에서 생명줄처럼 여기게 되는 이 가방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여행 중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의 가방은 놀라우리만큼 슬림합니다. 집을 떠나 타지에서 몇 개월 이상 체류할 사람이 달랑 손가방 하나에 배낭 하나 메고 항공기에 탑승하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때론 꼭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서 챙겨넣은 물건이 여행 중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이 그대로 집으로 돌아올 때도 있습니다. 트레블 매거진에 따르면 여행자들은 자신이 짐속에 챙겨넣은 물품의 반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손도 대보지 않은채 집으로 고스란히 가져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하나라도 더 챙길 것이 없는지를 고민합니다.
로알 아문센은 1911년 12월19일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던 노르웨이의 탐험가입니다. 극한의 추위와 싸워야 하는 남극탐험은 목숨을 걸어야 가능한 탐험 중의 탐험이었습니다. 아문센은 남극점 탐험에 경쟁을 벌였던 영국의 탐험가 로버트 스콧이 당시 최첨단의 탐험장비를 가지고도 실패한 남극점 탐험을 끝내 성공시키고야 말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문센의 남극점 탐험 성공의 결정적 이유를 ‘슬림화 전략’에서 찾고 있습니다. 아문센은 탐험 도중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 해도 탐험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물건은 무조건 버렸습니다. 일상생활과 탐험은 가치관이 달라야 한다는 신념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행자나 탐험가나 여정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짐을 챙깁니다. 짐이 여정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그리합니다. 그러나 그 짐이 여정을 힘들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삶도 똑같습니다. 삶이 여행이나 탐험같은 여정으로 많이 묘사됩니다. 그래서 가능한 인생의 여정을 편안하게 이루고 싶은 생각에 우리는 많은 것을 챙깁니다. 우리가 챙기는 것들이 인생을 좀더 우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확신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인생 여정을 힘들게 만들거나 실패하도록 만드는 주범이 우리가 챙겼던 바로 그것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참 후에 깨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인생의 짐을 얼만큼 가볍게 만드는가도 성패여부의 한몫을 거듭니다. 그래서 ‘챙기는 훈련’보다 ‘버리는 훈련’을 쌓아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챙기는 훈련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필요한 것은 ‘버리는 훈련’ 인데 말입니다. ‘버리는 훈련’이 안되면 인생의 목표점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것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결국 짐을 챙기다가 정작 목표점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불행한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살다보니 버릴 줄 안다는 것은 달인의 경지에 올라야만 가능함을 깨닫게 됩니다. 스승과도 같은 어떤 목회자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예전에는 얻기를 구하는 기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구하는 기도가 나의 기도가 되고 있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슬림화 전략’을 택합니다. 버릴 수 있는한 버리는 그 슬림화 전략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