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아 노년층 관련 책들도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공동체 브루더호프에서 아내와 함께 많은 이들을 상담하고 섬겨 온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목사가 쓴 <나이 드는 내가 좋다(Rich in Years·포이에마)>가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용서, 치유를 위한 위대한 선택(이상 양철북)>, <아이들의 정원>, <바닥난 영혼(이상 달팽이)>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자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나이 드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다른 사람을 의지하는 것도 괜찮다", "치매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법", "고통을 이겨내면 가슴이 넓어진다" 등 노년층의 현실적인 문제와 이를 극복해가는 이야기, 그리고 조언들을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영원을 바라보며 살면 육체에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죽음을 이길 기회를 얻는다"는 저자는 "나 역시 이 세상에 머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대신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한다. 다음은 브루더호프 공동체에서 활동 중인 번역자(원마루 형제)의 도움으로 진행한 저자와의 이메일 인터뷰.
-<나이 드는 내가 좋다>를 쓰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아내와 제가 결혼한 지 48년째 접어들면서, 지금이야말로 '나이 듦에 관해 생각하고 탐색해야 할 때'라고 느꼈습니다. 동료 노인 분들께 용기를 드릴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죽음 이후 천국에 가게 될 테니 마땅하고 당연하게 기뻐해야 할 텐데,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은 하나님께 속해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구원할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의 포도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는 예수님 안에 모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두가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사도 야고보는 죄인을 그릇된 길에서 돌아서게 하는 사람은 많은 죄를 덮어주리라 말씀하셨습니다."
-한국도 교회에 노년층 비율이 크게 늘고 있는데, 교회는 목회자이든 평신도이든 70세를 은퇴 연령으로 규정해 이후에는 '뒷방 늙은이'처럼 대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이 드신 분을 존경하는 점에서, 한국은 아주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서구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배울 점이 많습니다. 한 사람의 노인도 잊히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분들이 공동체를 위해 여러 해 동안 일하셨다는 사실을, 비록 지금은 그들의 몸이 쇠약해지셨지만 여전히 사회에 줄 것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국도 이제 '100세 시대'를 말하는데, 그렇다면 이론상으로 아직 '30여년' 남은 이들에게 교회에서 사역이나 역할을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요.
"100세까지 사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대단한 육체적·정신적 비용을 치르는 일이기 때문에 저는 그런 꿈을 품지는 않습니다. 삶은 우리가 얼마나 길게 사느냐에 달린 게 아니라, 어떤 삶을 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때때로 짧은 인생을 산 사람이 1백 년 넘게 산 이들보다 더 큰 유산을 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알고 지낸 특권을 누렸는데, 인생을 치열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그분의 말씀을 즐겨 인용합니다. 킹 목사는 39세까지밖에 살지 못했지만,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계속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오랫동안 살고 싶습니다. 장수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그런 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 분은 제가 산에 오르도록 하셨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아래를 내려다봤고, 약속의 땅을 보았습니다. 제가 여러분과 함께 그곳에 가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오늘 밤 저는 여러분에게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그 약속의 땅에 닿고 말 거라고요!(마지막 연설 '나는 산의 정상에 올랐다(1968년)'에서)'."
-저희 어머니께서는 요양원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고 계시는데, 말씀을 들어보면 책에 쓰셨듯 그들이 '어린이 같다'는 말씀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육체적으로는 결코 어린이 같지 않기 때문에 돌보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데요.
"저는 치매 환자를 돕는 일을 하시는 모든 분들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분들은 가장 낮은 사람들을 섬기는 천사 같은 분들입니다. 그러니 어머님을 위해 하나님께 우선 감사드리면 좋겠습니다.
섬기는 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치매에 걸린 이를 돌보게 하십시오.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도 치매에 걸린 이와 함께 지내게 하면 됩니다. 그들이 우리를 보고 '저 사람은 내 모든 것을 이해하는구나' 하고 느낄 때, 그들의 사랑을 받는 일만큼 멋지고 보람 있는 일은 없으니까요(108-109쪽)."
-교육에 대한 저서를 많이 남기신 것으로 압니다. 요즘 한국에선 부모의 맞벌이 때문에 (외)조부모가 손주를 키우는 경향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이를 피할 수 없다면 조부모가 손주들을 어떻게 신앙으로 양육할 수 있을까요.
"손주를 믿음으로 이끌어 키우시는 조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저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사실 그 임무는 부모의 몫입니다. 만약 부모가 이를 놓친다면, 아마 인생에서 가장 큰 보상을 주는 일을 놓치는 것일지 모릅니다. 바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예수님에 대해 말해 줄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지금 저는 오는 11월 1일 발간될 어린이에 대한 책 <어린 시절 구하기(Saving childhood)>라는 책을 쓰고 있는데, 그 책에서 이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을 드리길 희망합니다."
-목사님의 부친께서 쓰셨던 <공동체 제자도(홍성사)>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공동체'가 '나이 듦'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삶을 통해 '나이 듦'이 제자도에 미치는 의미나 영향이 달라지는지요.
"나이 드는 일에는 모든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장 나이 든 사람에서부터 가장 어린 사람까지, 모두가 한 가족이 되어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돌봐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이 일에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노년을 준비하는 그리스도인의 재정 관리와 대책에 대해, 노년에 자기 일이나 취미를 새롭게 갖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를 노년이 되기 전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노년을 준비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적극적인 섬김의 삶을 지금부터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 땅이 아니라 하늘의 보화를 찾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하는 작은 친절한 행위가 그런 보화가 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주는 물 한 잔도 후한 보상을 받기 마련입니다."
-노년층이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 있을까요.
"빌리 그래함 목사의 이라는 책이 제게는 도움이 됐습니다. 이 책에는 <나이 드는 내가 좋다>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똑같이 담겨 있습니다.
-젊은이나 중년층도 목사님의 책이나 이 인터뷰 기사를 읽을텐데, 그들에게 노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노년층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일 중 최악은 '노년'이라는 문제를 아주 나중의 일이라 생각하고 미루거나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하는 일은 그게 긍정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나중에 인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의 여행은 아주 짧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마다 좋은 일을 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하면서도 더는 그렇게 못 하는 때가 오기 마련입니다."
-목사님도 죽음에 대해 준비하고 계실 텐데, 이런 질문 드려 죄송하지만 하나님께서 결정하실 '인생의 마지막 날'에 하시고 싶은 일이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물론입니다. 제 아내와 저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슬픈 일이 아니라 기쁜 일입니다. 왜냐하면 죽음은 진정한 삶의 시작이고, 하나님 나라 안에 있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11장에 쓴 대로 '영원을 바라보며 살면 육체에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죽음을 이길 기회를 얻게 됩니다.'"
-끝으로, 한국 독자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나라를 위해 하나님께 감사드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같은 민족이 분단된 여러분의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늘 군사적 충돌이라는 두려움 속에 사는 일은 분명 큰 부담일 겁니다.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것이 유일한 답입니다. 이것은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최선의 길입니다. 그리고, 이곳 미국에 사는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저희도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