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 ⓒ신태진 기자
이상규 교수. ⓒ신태진 기자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이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헌릉로 세곡교회(담임 박의서 목사)에서 '장로회주의 원리와 목회 실제'라는 주제로 제28회 정기세미나를 열고 있다.

25일 이상규 교수(고신대 교회사)는 '장로교 정치제도와 한국에서의 교회정치'라는 주제로 특강했다. 먼저 이 교수는 "한국 장로교회에서 교권이 행사되고 있고, 교회의 치리기구가 정치집단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장로교회가 감독교회화 되거나 계급적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러한 부정적 결과에 대해 반성과 자성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로마 가톨릭의 중세적 계층구조를 부정하는 가장 안이한 길은 회중교회와 같은 개교회주의를 택하든지, 아니면 교직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소위 자유교회를 지향하는 것이지만, 장로교회는 제도적으로 이런 양 극단을 지양한다"며 "즉 교회의 계층화를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개교회주의나 자유교회의 경향을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로교의 역사와 전통이 이러함에도, 한국에서의 장로교회는 양 극단의 형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천주교적 계층화와 교권이 행사되고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개교회적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장로교회가 감독교회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뿐만 아니라 노회·총회가 권력화되어 교권을 행사하는가 하면, 정치집단화 되어 자기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 장로교회의 감독교회화 현상이나 교권의 행사는 다분히 한국적 문화 토양에서 형성된 측면이 깊다"면서 "한국에 장로교회가 소개된 이후 한국의 고유 문화, 곧 유교의 권위주의 혹은 신분주의의 영향으로 장로교회에 로마 가톨릭적 계층주의가 나타나고 권위주의적 교권이 행사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살폈다.

이어 "유교는 수신·제가·치국이라는 인생관에 따라 정치적 입신양명을 추구한다. 그래서 유가적 가치는 신분·직함·직책에 대한 애착이 높아 한국교회에 권위주의적 영향을 끼쳤다"며 "우선 교회에서의 상하관계와 신분주의가 심화됐다고 할 수 있다. 직분은 섬김의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계급으로 이해되어 평교인, 서리집사, 안수집사, 장로 등으로 서열의식을 갖게 됐다. 또 한국교회의 경우 전 교인의 약 50%가 직분자일 정도로 직분이 남발되고 있다. 호칭에 대한 지나친 애착도 입신양명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또 "파벌의식과 당파성 또한 유교적 영향으로 지적된다. 그 유교적 입신양명 추구도 주도권 쟁탈이 내적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한국 장로교회의 가장 큰 약점은 교회의 고질적인 분열상인데, 현재 한국에는 100여개 넘는 교단이 형성돼 있다. 분열의 요인이 무엇이었든지에 관계없이 이면에는 유교적 영향, 곧 학문적 토론이나 이설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정통 집착증, 파벌주의가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교권을 행사하고 또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정치집단화 되기 쉽다"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한국 장로교회는 1907년 독노회를 조직했고 1912년에 총회를 조직했는데, 이미 1920년대에 지연에 바탕을 둔 교권 대립의 사례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 조짐은 이미 1900년부터 있었다"면서 서북지방과 비서북지방의 대립에 대해 전했다. 이 교수는 "1905년 서북지방의 신자 수는 18,300명으로 전국 신자 수 23,300명 중 80%를 점하고 있었고, 교회당은 전국의 85%를 점하고 있었다. 이에 서북지방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세력은 지연에 기초한 교권을 형성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비서북 지역교회 지도자들은 지난 50년간 평양을 비롯한 서북교회 지도자들, 곧 서북파가 총회를 좌지우지했다고 믿고 있었고, 성경 찬송에 평양 사투리가 남아 있어도 시정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칼빈은 고린도전서 14장 34~37절을 주해하면서, 교회의 외적 통치나 조직 형태는 정황에 따라 가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교회의 행정 체계나 제도에 영원히 우리의 양심을 묶어둘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우리는 장로교 전통의 교회정치 원리를 존중하되, 한국교회 현실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보완적 제도를 연구해야 한다. 한국 장로교회의 감독교회화 현상을 직시하고 파벌이나 부당한 교회 정치운동을 잠재우게 될 때, 권위를 회복하고 신뢰받는 교회를 세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문강 목사(중심교회)는 '한국교회의 소그룹 운동에 대한 작은 고찰'에서 소그룹운동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 "소그룹 운동으로 급성장한 교회들 중 '설교자'의 거룩성과 고유성을 보호하는 교회는 없다. 누구나 성경을 배우고 알면 설교할 수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이에 대한 옥한흠 목사의 영향이 적지 않다. 오늘의 소그룹 운동 추세라면, 교회사에서 발견되는 신실하고 능력 있는 참 말씀의 설교자는 나오기 힘들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지금 추세는 설교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소그룹 운동의 경영자 또는 리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외에도 Dr. Iain D. Campbell이 '장로회주의의 성경적 근거와 실제', '교회의 역사에 있어서 장로회주의', '장로회주의의 목회 실제' 등을, 문병호 교수가 '장로교 개혁주의 정통과 한국교회'를, 이성호 교수가 '17세기 회중교회론과 장로교회론의 차이'를 각각 강연했다. 개강예배 설교는 서창원 목사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