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체험하기

잔느 귀용 | 생명의말씀사 | 240쪽

프랑스의 영성가 잔느 귀용(Jeanne Guyon, 1648-1717)은 1648년 4월 18일 프랑스 루이 14세 때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몸이 허약했던 그녀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수녀원에서 지내며 그곳에서 교육받았다. 그녀가 15세 되었을 때 부모는 그녀를 자크 귀용이라는 부유한 상이군인과 결혼시켰다. 그 결혼은 그녀가 살면서 겪은 수많은 고통 중 하나였고, 그 이후 그녀의 일생은 거의 끊임없는 재난과 고난으로 점철되었다. 귀용 부인은 1676년 남편이 병으로 죽고 난 후 재혼하지 않고 평생을 주님과 함께 동행하리라 서약했다. 1681년 그녀는 파리에서 제네바로 이주한 후 수십 권의 영적 서적들을 발간했다. 그러나 이 책들은 당시 죽은 전통과 형식에 사로잡혀 있던 가톨릭 성직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귀용(Jeanne Guyon)은 서론에서 이 책을 저술한 목적에 대해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기 원하는 몇몇 개인들을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어떤 사람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잔느 귀용에 따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약간의 용기와 인내일 뿐이다.

귀용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와의 깊고 내적인 관계'는 우리의 마음을 주님께로 향하여 돌이키고 주님께 굴복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으로 주님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소원은 하나님을 정말로 사랑하는 영혼과 하나님을 간절히 찾는 영혼에게 친히 자신을 주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영적으로 메마른 시기를 허락하시는 목적은 영적인 게으름으로부터 당신을 깨우기 위한 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구하도록 하시기 위함이다. 중요한 문제는 영적으로 메마른 시기에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참고 인내하는 사랑으로 마음을 가지고 사랑하는 주님이 당신에게로 돌아오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주님을 더 깊이 경험하는 단계에서는 단지 기도만 하는 영역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더 깊이 만나는 자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 존재를 포기하고 하나님께 맡기기 시작하는 것이 요구된다. 우리 삶의 매 순간이 모두 하나님의 뜻과 허락에 의하여 임한다는 사실을 절대적으로 믿어야 한다. 자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내적인 성전으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열쇠, 즉 헤아릴 수 없이 깊은 단계로 나가는 문들을 여는 열쇠이다. 즉 자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내적인 영적 생활에 이르는 열쇠인 것이다.

자기를 포기하고 주님께 완전히 맡겨 드리는 방법을 아는 그리스도인은 곧 완전함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완전함이란 절대적으로 완전하게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항상 하나님의 뜻에 일치하게 살아가는 삶, 또한 그렇게 살아가려고 하는 의지를 가지고 사는 삶을 말한다. 자기 포기란 자신의 모든 염려를 던져버리는 것이요 자신의 모든 영적 문제들을 영원히 옆으로 제쳐두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모든 외적인 부분들과 관계된 자기 포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 영적인 문제들과 관련해서도 자기 포기가 있어야 한다. 자기 포기는 우리의 의지가 하나님의 뜻 속에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반복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 포기는 우리가 자신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해질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모든 일에 있어 단지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들에 우리 자신을 맡겨 드리는 것으로써 자신을 포기하라고 귀용은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께 완전히 포기하고 맡겨드리기를 배워가고, 주님께 완전히 포기하고 맡긴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최고 수준의 경건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경건이라는 금을 추출하는 것은 바로 고난의 불이다. 주님께 대한 그의 사랑이 점점 더 커짐에 따라,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미워하는 마음이 커지게 된다.

하나님 앞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포기한 상태로 행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가? 궁극적인 결과는 경건이다. 경건이란 하나님께로부터 나오는 어떤 것이다. 하나님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을 더 많이 소유하면 할수록 더욱 더 하나님을 닮아가게 된다.

귀용은 우리가 전 영혼을 하나님 앞에 열어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님께서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실 때, 단지 그분 앞에서 평화롭고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활동은 성령님의 내적 일하심에 우리 자신을 완전히 맡겨드리는 것이다. 교회의 활동은 하나님의 영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다. 그 성령님께서 교회를 움직이시고 그 성령님께서 교회에게 생명을 주신다.

2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를 순전한 마음으로 갈구하고 깊이 체험함으로 누리는 기쁨을 단계별로 정리하고, 그렇게 주님을 체험하는 삶에 이르기 위해 경계해야 할 일들과 유혹, 극복해야 할 과도기, 지속적인 기도의 필요성까지 세심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은 경건주의자 진젠도르프 백작과 존 웨슬리, 초기의 퀘이커 교도, 허드슨 테일러 등에게 영향을 끼쳤다. 존 웨슬리에 대한 이 책의 영향은 부분적으로 그의 깊은 경건과 영성의 깊이를 설명해 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목차에는 자기포기, 안에 거하는 삶, 자아 소멸, 침묵 기도 등의 제목이 있는데, 이것은 귀용 부인의 영적 관심사를 반영해 준다. 한때 프랑스에서는 이 책을 공개적으로 불태우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간절히 그리스도를 찾는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을 받는 '유익하고 힘 있는 책들'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내면적 신앙'에 대한 가르침으로 이 날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잔느 귀용의 삶은 오로지 자신을 비우고 주님만을 의지하여 가는 여정이었다. 1717년 6월 9일 그녀는 인생의 모든 짐을 주님께 내어 맡기고 두 눈을 감았다.

/송광택 목사(총신대학교 평생교육원,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