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음과 길 찾음
유재혁 | TnD북스 | 232쪽 | 12,000원
"우리 주위에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지만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신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잘못된 길인지에 대한 의문도 없이 그저 지도자가 가르치고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하도록 길들여진 것이다. ... 반드시 진리를 아는 지식과 열정이 조화를 이루는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
책 <길 잃음과 길 찾음>의 부제는 '마음 속의 우상과 신앙생활의 열심, 그 이상한 결합'이다. 저자인 서울카비넌트교회 유재혁 목사는 "말씀의 은혜와 능력을 통한 깨달음의 기쁨과 삶의 내적 변화의 생생한 체험이 없는 신앙생활은 길 잃음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단을 좇는 것이 아닌데도, 즉 일반적인 교회에서도 크리스천들이 '유일한 올바른 길' 즉 복음을 벗어나거나 잘못된 복음을 좇는 일이 너무 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복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인데도, 제대로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모르면 심한 경우 아예 모르는 것보다도 못한 것이 바로 복음의 진리이다."
저자는 복음에 대해 "전적으로 그리스도와 그분이 하신 일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이라며 "복음 속에는 그리스도와 그분이 이루신 일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들어있지 않고, 바꿔 말하자면 복음 안에는 인간의 노력이나 공로가 조금도 들어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또 복음은 '좋은 규칙(Good Rules)'이 아니라 '좋은 뉴스(Good News)'이며, 여기서 '뉴스'인 이유는 이미 이루어진 사실이기 때문으로 하나님과 나 사이를 연결하는 축복의 통로가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연결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다른 복음'이란 예수님이 이루신 복음 안에 인간의 노력을 끼워넣는 것이고, 예수님의 십자가 공로를 부인하거나 거부하지는 않더라도 그 속에 무언가 자신의 노력을 끼워넣어 하나님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거나 개선하려는 모든 노력이기도 하다. 교회 봉사나 도덕적인 삶의 노력도 그 자체는 선하지만, 하나님께 복을 받기 위해서라면 '다른 복음'이라는 것. "하나님은 나의 노력이나 의로움 때문에 나를 구원하신 것도, 받아들여주신 것도 아님을 기억하길 바란다."
'길 잃음'의 가장 커다란 이유는 뜻밖에도 '우상숭배'이다. 하나님이 '친수(親手)로 쓰신 십계명 중에서도 으뜸 가는 제1계명을 어기려 하는 크리스천이 그리 많단 말인가? 저자는 이에 대해 "우상이란 돌이나 나무로 깎아 만든 신들의 형상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 마음에서 하나님의 궁극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모든 것"이라며 "오늘날 대표적인 우상에는 돈, 성공,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외모, 인기, 명예, 존경, 영향력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설명한다. 더 쉽게 말하자면 '매일의 삶 가운데 가장 갈망하는 것들'이다.
이를 우상으로 두게 되면 초반에는 삶에 활력과 열정이 솟아오르나, 오래 가지 않아 초조와 불안이 찾아오고 그것이 서서히 자신을 옭아매고 마음을 조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선택했던 우상들은 결국 나의 삶을 점령하고 지배하는 폭군이 되고 만다. 저자는 "우상숭배의 가장 깊숙한 마음의 동기는 결국 자기 자신"이라며 "인간의 죄의 본성과 그에 따른 우상숭배의 뿌리는 결국 스스로가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앞서 부제로 언급했던 '우상숭배와 신앙생활의 열심, 그 이상한 결합'에 대해선, 평소에 열심이고 헌신적으로 보이던 사람들이 교회 안의 문제와 갈등의 원인이 될 때가 드물지 않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마음의 동기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열심이어서 처음엔 사람들도 이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추켜 세우지만, 이들의 열심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동기가 존재할 수 있다"고 전한다. 그는 "겉으로 아무리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고 교회를 섬겨도, 안으로는 스스로 인정받고 높아지려는 우상이 섬김의 주된 동기가 되기 때문"이라며 "종교적 열심을 통해 스스로의 의로움을 이루고 하나님께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영광을 취하려는 동기가 존재하는 한, 올바른 신앙의 섬김이 될 수 없고 결국 마찰과 분열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후에는 우상숭배의 실제 사례들과 깊숙한 내면에 숨겨져 있는 우상들, 스스로 우상이 되려는 목회자들, 자기 중심의 우상이 주는 괴로움 등 '길 잃음'에 대해 열거한 뒤, 하나님 숭배로 돌아서 복음을 적용하는는 '길 찾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첫 도서로 출간한 TnD북스(Truth and Disciples)는 책의 메시지처럼 '지식과 정서와 의지가 조화된 신앙의 길을 걷는 크리스천들의 출판사'를 표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