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손양원 목사 중동고 명예졸업식 및 기념 세미나가 6일 서울 일원동 중동고 컨퍼런스홀에서 개최됐다. 중동고는 '미션스쿨'이 아님에도, 故 손양원 목사를 명예졸업생으로 맞았다.
오전 11시 개최된 졸업식 도중 거행된 명예졸업식에서는 손양원 목사의 딸 손동희 권사가 졸업장을 대신 받았다.
손동희 권사는 졸업생 5백여명 앞에 소감을 전했다. 손 권사는 "아버님은 만두장사를 하시면서 학교를 다니셨지만 학업을 마치진 못하셨다"며 "할머니 뻘 되는 입장에서 졸업장을 받으러 여러분 앞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오후 2시에는 손동희 권사, 손양원 목사의 신학교 동문인 방지일 목사, 산돌손양원목사 기념사업회 이만열 이사장 등을 강사로 세미나가 열렸다. 김병민 교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금 학문을 연마하는 후배들이 손양원 목사님 같은 분을 사표로 삼고 인생의 목표를 설정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성인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으실 위대한 분을 중동 가족으로 맞게 돼 학교장으로서 무한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손동희 권사는 '손양원 목사의 삶 회고'를 제목으로 아버지의 삶을 간략하게 들려줬다. 손 권사는 "아버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방요배를 거부하면서 고초를 당하셨고, 만두를 팔면서 학교를 다닌 중동학교 시절에는 주일에 만두를 팔지 않다 만두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며 "장남인 데다 할아버님이 잡혀가셔서 집안 형편도 어려워져 결국 학교를 그만두셔야 했다"고 전했다.
손 권사는 "아버님은 신학교에서 주기철 목사님에게 순교의 정신을 물려받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6·25 당시 피난을 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사코 남아 계셨다"고 했다. "저는 16세 때 두 오빠가 순교했고, 18세 때 아버지가 순교하셨다"고도 했다.
이어 방지일 목사(영등포교회 원로)는 '손양원 목사의 신학교 생활 회고'를 통해 "여기 계신 분들 뿐 아니라 이번 졸업생들이 '사랑의 원자탄'처럼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해 큰 울림을 전했다.
이만열 이사장은 '손양원 목사의 한국사적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이 이사장은 "손양원 목사님은 지금 교황이 이름을 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모자람 없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손 목사님은 목회자로서는 드물게 많은 저작을 남기셨다"며 "책을 쓰셨다는 게 아니라 편지나 일기, 설교 등인데 본격적으로 연구하자면 전집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앞서 열린 예배에서는 이근호 목사의 기도, 테너 강영린의 특송, 이문식 목사(광교산울교회)의 설교, 황병직 사무총장의 광고, 피영민 목사(강남침례교회)의 축도 등이 이어졌다.
행사를 주관한 백강수 중동고 총동창회장은 "손양원 목사님이 중동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은 우리 동문들에게 영광스러운 일이자 한국 기독교계의 경사"라며 "손 목사님이 당시 조선어로 수업하고 마지막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했던 중동을 선택하신 것은 필연이자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중동 신우회가 탄생하게 됐다"며 "손 목사님께 명예졸업장을 드렸더니, 손 목사님께서 중동 신우회를 선물로 주셨다"고 덧붙였다.
명예졸업장 수여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난해 봄 중동동문 포럼에서 김무성 의원(새누리당)이 신상발언을 통해 손양원 목사가 중동 출신이라고 이야기했고, 확인 도중 유현종 작가가 쓴 <소설 손양원-사랑과 용서(홍성사)>에 손 목사의 중동학교 시절 이야기가 상세히 나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백 회장은 이후 유현종 작가, 손양원목사 순교기념관 직원 등을 통해 증거자료를 입수했고, 학교측에 명예졸업장 헌정을 요청했다는 것. 그는 "규정상 난점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명예졸업장을 수락해 주신 학교측에 감사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