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LA카운티의 공식 문장(Seal)에서 십자가가 재건된다. 카운티 문장은 카운티의 모든 공문서, 공공 건물 및 깃발, 카운티 소속 차량 등에 새겨지는 매우 중요한 상징이다.
이 LA카운티의 문장은 2004년 미국 사회에 거대한 정교 분리 논쟁을 불러온 바 있다. 1957년부터 LA카운티가 사용해 온 이 문장에는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는데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이것을 정교분리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소송 위협을 했다. 당시 온갖 논란 끝에 카운티는 결국 이 문장에서 십자가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고 문장의 디자인을 바꾸었다.
원래 문장의 디자인 중앙에는 로마 신화 속의 과일의 여신 포모나가 태평양 해안에서 샌가브리엘 산맥에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그 왼쪽에는 과학과 공학 산업을 상징하는 삼각자와 측경양각기, 1542년 샌페드로 항구로 들어온 배 스패니시 갤리온, 어업의 상징하는 참치 그림이 있었다. 오른쪽에는 석유 산업을 의미하는 오일타워, 문화 산업을 상징하는 할리우드 보울, 축산업을 상징하는 펄레트 황소가 그려져 있었다.
당시 문제는 할리우드 보울 위에 있던 십자가였다. 기독교계와 미국 보수층은 이 십자가가 캘리포니아 역사의 상징이므로 종교성과 관계없이 반드시 문장에 새겨져 있어야 한다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기독교 인권단체의 소송 위협에 LA카운티가 굴했지만 이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이를 결정하는 수퍼바이저 위원회에서는 3대2로 가까스로 표결이 됐으며 반대 소송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07년 연방대법원이 나서서 카운티의 손을 들어준 후에야 겨우 보수층의 반발이 사그러 들었다.
이 과정에서 2004년 카운티는 문장 자체를 아예 새롭게 디자인했다. 왼쪽은 대동소이 하지만 중앙에는 포모나 대신 미국 원주민 여성이 들어갔다. 오른쪽은 가운데 할리우드 보울에서 십자가를 빼고 이를 제일 위로 올렸으며 오른쪽 위에 있던 오일 타워를 지우고 샌가브리엘미션을 가운데에 넣었다. 샌가브리엘미션은 캘리포니아 역사를 상징하는 스페인계 가톨릭 수도원으로 1771년 원주민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2004년 당시 이 문장 속 샌가브리엘미션 그림에는 십자가가 없다. 왜냐면 샌가브리엘미션 지붕 꼭대기의 십자가가 1987년 지진으로 인해 파손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샌가브리엘미션이 지붕 복구 작업을 하며 십자가도 재건했고 당연히 문장 속의 샌가브리엘미션도 실제를 모델로 하고 있기에 십자가가 재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7일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Board of Supervisors)는 3대 2로 샌가브리엘미션의 실제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카운티 문장 속 샌가브리엘미션 그림에도 십자가를 복원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이 문제를 정교분리라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