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넷 카운티 공립학교가 한인 교회에서 큰 행사를 가져 화제다.
십자가는 물론 기도시간, 기독교적인 상징이 들어간 옷 조차 입지 못하게 하는 곳이 요즘 공립학교다. 하지만 지난 화요일(17일) 연합장로교회(담임 정인수 목사) 본당에서 열린 '헐 미들 스쿨 콰이어 콘서트'에는 본당을 꽉 채우고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로 '퇴근한' 성도들은 주차봉사와 안내봉사를 도우며 처음 교회를 찾은 이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
'종교분리원칙'이라는 명분으로 기독교를 기반으로 세워진 미국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보다는 '해피 할러데이'로 인사해야 하고, 기독교를 공공기관과 공립학교에서 몰아내기 바쁘지만, 이날 헐 미들 스쿨 콰이어 콘서트 순서지 아래에는 'Korean Community Presbyterian Church'라고 쓰여져 관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연합교회에서 인근 공립학교의 대규모 행사를 위해 예배당을 빌려주게 된 것은 표면적으로는 '지역사회 섬김의 일환'이지만 내면적으로는 '한인 교회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자 여전히 교회가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행사 장소를 찾던 헐 미들 스쿨 관계자들은 마침 연합교회에 출석하는 한 성도의 자녀를 연결고리로 삼아 조심스럽게 교회 예배당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해 왔다. 여러 코러스팀이 함께하는 콘서트기 때문에 참여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선생님과 스탭, 학부모까지 더하면 적지 않은 수가 들어갈 수 있는 안전한 장소이면서도 음향이나 조명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저녁 행사임을 감안하면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야 했기 때문에 연합교회가 적임이었던 것.
연합교회는 헐 미들 스쿨의 요청을 흔쾌하게 승낙했다. 한인사회 행사는 아니지만 교회의 섬김이 한인사회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사회 섬김에 늘 관심을 갖고 동참을 해오던 차에, 한인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공립 중학교에서 행사를 갖는다고 하니 더욱 반가운 마음에 교회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정인수 목사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섬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