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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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T. 포사이스 | 이길상 역 | 복있는사람 | 178쪽

1848년 5월 12일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우편집배원의 아들로 태어난 P. T. 포사이스(Peter Taylor Forsyth,1848-1921)는 1878년 회심을 경험하였다. 회심 결과 그는 자유주의를 떠나 '은혜의 신학으로의 회복'에 헌신하게 되었다. 곧 그는 영국의 비국교도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되었다.

1894년 그는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부름을 받았고, 1896년 '거룩하신 아버지(Holy Father)'라는 유명한 설교를 하게 되었다. 1901년 런던 해크니(Hackney) 신학교 학장직을 수락하였고, 1921년 죽을 때까지 일했다. 일생 동안 포사이스는 25권의 책을 출판했고, 1921년 11월 11일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모던 클래식에 속하는 이 책은 포사이스가 쓴, 기도에 관한 20세기의 역작이다. 책에서 저자는 기도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으신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기도에 관해 쓴다는 것은 어렵고 심히 주저되는 일이다. 기도를 원리로만 알고, 실천하느라 노력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 주제에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먼저 포사이스는 사람이 음식을 갈망하는 것처럼, 사람의 영혼이 기도를 갈망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과 육체가 살아계신 하나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간절히 원한다. 그래서 포사이스는 왜 우리의 가장 깊은 욕구가 살아계신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인지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더 나은 기도생활을 위하여 세 가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첫째로 하나님께 반응하는 기도는 우리의 경배(adoration)와 함께 시작하고, 감사와 간구가 그 뒤를 따른다. 경배(adoration)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는 찬양이다.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해, 그리고 온전히 거룩한 경이감으로 하나님이 행하신 일의 위대함에 대해 인정한다. 우리는 우리가 받은 어떤 선물보다 더 고귀한 하나님(giver)께 감사한다. 우리가 기도에서 보이는 세번째 반응은 우리가 필요한 것들에 관한 간구이다. 이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알아가면서 매일 변화되고,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요구는 우리가 간구로써 돌려보낸다.

둘째로 우리는 쉬지 않는 기도의 영을 계발해야 한다. 우리가 영으로 기도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영 안에 있게 될 때까지 기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기도를 잘 하기 위해 연습해야 한다. '기도의 내면성'이라는 장(章)에서 저자는 가장 악한 죄는 기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멀리하시는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인(聖人)들의 전기를 읽어 보면, 그들의 실족이 기도를 게을리하거나 소홀히하다 거둔 결실과 보응임을 알 수 있다.

기도하기 싫은 심정은 죄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죄다. 그 죄는 우리가 기도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 벌은 영적 침묵 혹은 영적 실어증과 굶주림이다. 기도는 음식과 같은 것이다. 기도는 양식처럼 그리스도인에게 힘과 건강을 새롭게 공급한다. 우리는 영혼이 허기짐으로 기도하게 된다. 또한 기도를 통해 영적 포만감을 얻고 그 결과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모든 기도의 목표는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데 있다. 기도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도를 중단하는 데 있다. 오래 참고 기도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응답의 일부이다. 그리고 기도를 어렵고 당혹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을 믿으려는 마음이 적고 기도 자체를 믿으려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포사이스에 따르면, 기도는 언어로 할 수 있는 최고의 행위이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의미다. 기도는 언어의 한계마저 뚫고 행위로 들어간다. 참 신앙이란 기도로써 능력 있게 표출되는 신앙이다. 기도를 통해 인간은 '하나님의 동역자' 지위에 오른다.

우리는 기도를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교회의 공기도는 골방에서 배운다. 기도를 배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도훈련이다. 기도하도록 가르쳐 주는 것은 기도 뿐이다. 과학에 독창적 연구가 필요하다면, 신앙생활에는 기도가 필요하다. 기도로써 우리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임재를 직접 경험한다. 궁극적 실재(實在)이신 그분과의 접촉이 기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포사이스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도의 세계는 풍요하고도 도전적이다. 곳곳에 경구(警句)가 있고 잠언적 가르침이 번득이고 있다. 한 번 읽어서는 그 깊이를 다 헤아리기 어렵다. 현대인을 기도로 초대하는 '현대적 고전'으로 부르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명저다.

/송광택 교수(총신대 평생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