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1세와 8명의 추기경들은 로마가톨릭교회 교황령 ‘선한 목자(Pastor Bonus)’를 개정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호주,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등을 포함해 각기 다른 대륙을 대표한 7명의 추기경과 바티칸시국 행정책임자인 주세페 베르텔로(Giuseppe Bertello) 이탈리아 추기경은, 교황과 함께 산타 마르타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교황의 공식 관저인 ‘사도궁(Apostolic Palace)’ 내의 도서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가톨릭 교황령인 ‘선한 목자’는 지난 1988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Pope John Paul II)가 제정한 것으로, 로마가톨릭교회의 중앙 조직에 일부 개혁을 가져오기도 했다.
바티칸 언론담당 책임자인 페데리코 롬바르디(Federico Lombardi)는 “추기경들이 어려운 일들을 진행 중이며, 대륙별 추기경들로부터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바티칸은 최근 성직자의 성추문과 부패, 돈세탁과 비밀계좌 운영, 교황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개혁에 대한 압박을 받아 왔다. 지난달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전 추기경 전체회의에서도 개혁을 위한 자문단이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문단이 제시하는 개혁 정책은 법적인 효력은 없으나, 외신은 교황의 개혁 성향을 볼 때 과감한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란치스코는 개혁 성향을 지닌 교황으로서 지난 6개월 동안 선임 교황들보다 더욱 자신을 낮추는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아 왔다.
바티칸은 이번 회의와 관련해, 개혁이 수 개월 혹은 수 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며 대화 첫날부터 중요한 문서 혹은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온두라스의 오스카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Oscar Rodriguez Maradiaga) 추기경은 그러나 “이번의 변화들은 단순히 ‘이것과 저것’을 바꾸는 것 이상의 지대한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마라디아가 추기경은 또한 “자문단이 전 세계 가톨릭 교회로부터 개혁에 대한 제안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80페이지 분량의 제안서도 포함돼 있다”면서 “성령의 역사가 아니고서는 전 세게 수백만 가톨릭 교회가 같은 내용을 제안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바티칸 인사이더(Vatican Insider) 애널리스트인 제랄드 오코넬(Gerald O'Connel)은 “과거 바티칸은 현존하는 법을 단순히 개정해 왔다. 그러나 100년이 넘는 중앙집권화가 계속되면서 이에 균열이 생겼다”면서 “마라디아가 추기경은 교황이 ‘로마에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은 무엇이며 각 대륙에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 ‘로마 교황청이 어떻게 하면 사제들을 견책하고 통제하는 역할 대신 이들을 섬길 수 있는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신호를 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