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카멜에서 국제한국연구협회 회장 정경조 박사를 만났다. 85세라는 노장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속 에는 한국을 향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반세기가 넘도록 한국의 통일문제와 국제사회에 한국을 올바르게 알리는데 헌신한 그는, 앞으로 한국이 세계 속에서 더욱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 박사는 한국인의 개인주의적, 민족주의적 성향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희생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정경조 박사와의 일문일답.

-국제한국연구협회에서 저술 활동 등을 통해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인은 독립운동을 했던 선친의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 해방 전, 애국 투사들의 독립운동을 위해 창립한 단체인 재미한국연구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협회에서는 정간지인 <한국연구>지를 발행해 전 세계에 배부했으며, 해방 후에는 한국인의 정신과 기개를 일깨우는데 헌신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저술한 <한국 총란,Korea Guidebook>은 미국에서 한국학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아 <미국 백과사전>내 한국의 수도 ‘서울’란을 위탁 받아 내용을 저술했는데, 이는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지를 서울로 선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나아가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홍보에도 크게 기여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위한 미국 내 자문역을 담당해 모국 기업 발전과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정경조 박사님은 반세기가 넘도록 한국의 통일뿐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공헌을 하셨습니다.

1969년부터 뉴욕타임즈에 ‘통일된 한국’, ‘평화적 한국 통일’ ,’ 한국인의 갈망’ 등에 대한 글을 실었습니다. 일평생 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북 대화를 통한 평화 통일을 주장했으며, 이런 공로로 노벨평화상후보자로 추천되기도 했죠.

본인이 인생을 살면서 놓치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만이 가정을 다스릴 수 있고, 가정을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본인이 지금까지 수신제가치국을 이뤘다면, 이제 평천하. 인류를 위해 일 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한국통일과 인류의 발전을 위해 죽기 전 생애를 바치고 싶습니다.

-한국은 전쟁 후 50년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앞으로 50년 이후, 한국의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한민족을 이끌 좋은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사를 버리고 공을 위해서 일하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 자신의 목숨을 버리시면서 인간의 죄를 사하셨던 예수님의 삶을 실천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이 시대에 절실합니다.

한국은 중국에 황실이 바뀔 때 마다 양반들이나 학자들이 피신해 정착한 땅입니다. 그래서 유전적으로 인물도 좋고 머리도 좋아요. 그런데 한반도가 강대국에 오랫동안 침략당해 친러, 친일, 친미파 등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되면서, 한민족끼리는 정작 단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한국인의 민족성이 돼 버린 것이죠. 그래서 한민족에게는 독립사상보다도 타의사상이 발전하게 됐습니다. 이조 말 때부터 한민족이 통일, 단결이 잘 안 됐어요. 다른 사람에게 양보 못하고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생각이 깊이 뿌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되려면, 개인의 욕망을 버리고 이기적인 마음이 아닌 남을 위한 봉사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서로 봉사하면 자신만 손해 볼 것 같지만, 반대로 서로 발전합니다. 삶에서 항상 자신만을 위한 욕망을 버려야 합니다.

▲정경조 박사가 저술한 ‘한국 총란, Korea Guidebook’ 일본어 번역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재일 기자
-세계화를 위해 한국이 이뤄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한국이 세계적으로 발전하려면 무역을 해야 됩니다. 무역이 기술뿐 아니라 문화 예술품, 한국의 훌륭한 철학과 전통을 세계에 알려야 합니다. 만약, 세계적인 한국 지휘자가 세워지면 서양음악과 함께 한국음악을 접목해 국제사회에 보급하는 것이 한국문화의 국제화죠.

국제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한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학교육이 좀 더 변화돼야 합니다. 영국 같은 경우, 명문대학들보다 기능대학이 더 많아요. 중공업이 잘 돼야 좋은 기술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대학이 300개가 넘지만 직장 얻기도 힘든 학교들만 무성한 실정입니다.

그리고 한국 젊은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야 합니다. 한자는 중국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데 쓰는 도구입니다. 한자는 하나 하나가 철학이므로, 한자를 잘 배우면 두뇌도 발달되고, 글자에 담긴 깊은 철학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화 되려면 먼저 남의 나라를 알아야 하는데, 한국은 세계의 다른 나라를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좋은 학생들을 선발해 외국에 많이 보내고, 그들이 세계적인 기술들을 한국에 접목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정경조 박사는...
미국의 한국연구협회 회장 정경조 박사는 1921년 서울에서 출생, 수송국민학교, 양정고등학교, 서울문리대(제1회)를 나와 1948년 미국 정부의 초청으로 도미 유학했다. 정 박사는 콜럼비아 대학원과 뉴욕 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한국 전쟁 발발 직후인 1951년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미국 국방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으로 파견되는 미군 장병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 역사 등의 한국학을 42년간 교수했다.

정경조 박사는 고등학교 시절, 독립운동가이자 철저한 기독교 신자였던 김교신 선생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평생을 민족의 독립운동, 한국의 평화통일운동에 헌신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카멜에서 살고 있으며 소망장로교회에 출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