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보수-진보 지도자들이 WCC(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총회를 한 달여 앞두고 12일 발표한 합의문 내용 중, 1항 "2013. 1. 13 선언문에 대하여 WCC 상임위원회는 폐기처분한 적이나 결의한 바가 없다"는 것을 두고 양측 사이에 다소 견해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하나의 신앙관을 도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발표된 합의문.
(Photo : ) 발표된 합의문.

한기총측은 이 조항에 대해 "1. 13 선언문을 (WCC 상임위원회가) 폐기하지 않았으니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반면, WCC준비위측은 "(1. 13 선언문은) 상임위 공식 문서가 아니기에 (당연히) 폐기한 적도 결의한 적도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12일 회담에 참석했던 한 WCC 상임위원은 "1. 13 선언문을 폐기하려면 그 문서에 서명한 당사자들이 해야 한다. (회담 참석자 중 1. 13 선언 당시 서명한) 당사자는 김삼환 목사일 뿐, WCC 상임위가 아니"라며 "따라서 해당 선언문은 WCC 상임위와는 관계 없는 문서"라고 못박았다.

합의문 내용을 두고 이처럼 혼선을 빚는 것은 '1. 13 선언문'에 대한 양측의 견해가 현저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은 선언문 내용인 ▲종교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연애 등 반대 ▲개종전도 금지주의 반대 ▲성경 66권의 무오성 천명 등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에 반해, 진보 진영은 특히 개종전도 금지 반대와 공산주의 배격 등에 강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양측 합의문에 '1. 13 선언문'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것은, '화합'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WCC준비위측이 한기총측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즉, 합의문 내용에서 1. 13 선언문을 아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폐기도 결의도 없었다"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언급'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실제 이 WCC 상임위원은 "양측 합의문에서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 아닌, 두 번째 내용"이라고 말했다. "신학자 4인(양측 2인씩)을 선정해 한국교회 앞에 우리의 신앙관을 발표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그 만큼 '1. 13 선언문'에 대한 에큐메니칼 진영의 반감이 크다는 것이다.

한기총측 역시 WCC 준비위와의 '화합'을 위해 '1. 13 선언문' 관련 합의 내용을 구체화시키지 못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초 한기총측은 비공개로 진행된 양측 대화에서 1. 13 선언문에 대한 WCC 준비위측의 분명한 지지 표명을 이끌어 내고자 했으나, 상대측 반발로 그 같은 입장을 고수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합의문에 "(WCC 상임위가 1. 13 선언문을) 폐기처분한 적이 없다"는 표현이 들어갔고 이를 "WCC 상임위가 1. 13 선언문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기총은, 그나마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향후 양측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내용의 '신앙관'을 발표할 것인지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